《두려움 탐구일지》

5편. 나를 지켜주는 감정 – 두려움은 때로 나를 위한 신호였다

우리는 두려움을 종종 극복의 대상,

혹은 성장의 방해물처럼 여긴다.

그래서 뭔가를 시도하려다가 망설이면

“내가 또 겁을 먹고 있구나”

“이래서 내가 안 되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탓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두려움은 단순히 막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려는 감정이었다는 것을.

어떤 멈춤은 나를 살렸다

삶에는 분명 멈췄기에 살았던 순간들이 있다.

덜컥 떠나지 않았기에,

덜컥 대답하지 않았기에,

혹은 덜컥 믿지 않았기에.

나는 과거 어떤 결정들 앞에서

머뭇거렸고,

그 망설임 때문에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

그때는 스스로가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그 ‘멈춤’이 나를 지켜준 울타리였다는 걸 깨닫게 된다.

두려움은 때로 직관보다 빠르다

이성으로 판단하지 못한 상황,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

어딘가 이상한 기색이 감도는 순간들.

두려움은 때때로

이해보다 먼저 작동하는 감정이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몸이 얼어붙고,

가슴이 답답해졌던 날들.

그건 불안장애가 아니라

삶이 내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였다.

망설임은 실패가 아니라 메시지다

나는 한동안

‘망설임 = 패배’라고 믿었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말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

모두 나약함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망설임은 그 자체로도 정보다.

그 감정이 왜 오는지,

어떤 상황에서 반복되는지,

그 안에 어떤 가치가 숨겨져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그건 도망이 아니라 탐색의 시작이다.

나는 이제 묻는다

무언가를 앞두고 멈칫할 때,

나는 예전처럼 다그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지금 무엇이 나를 멈추게 하지?”

“혹시 내가 지금까지와 다른 선택을 하려 해서 그런가?”

“이 망설임이 혹시, 나에게 더 중요한 방향을 알려주는 건 아닐까?”

그 질문들 속에서

두려움은 나를 막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창이 된다.

두려움은 나의 감각이다

지금 나는

두려움을 반기지도, 밀어내지도 않는다.

그건 언제나

내 삶의 방향과 상태를 알려주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혹은 이제 정말 중요한 무언가가 시작되려 함을

몸으로 알려주는 감정.

나는 이제 안다.

두려움은 나의 적이 아니라,

내 편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