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두려움은 몸의 언어로 온다 – 감정은 머리가 아니라 감각에서 시작
어느 날,
스노클을 입에 물고 바닷속에 떠 있었을 때였다.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던 나는
문득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숨을 거칠게 내쉬기 시작했다.
심장은 멀쩡했지만,
내 몸은 이미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감정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안다
우리는 흔히 감정을 ‘느낀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감정은
머리가 아니라 몸에서 먼저 온다.
숨이 가빠지고,
어깨가 올라가고,
턱이 굳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는 중이다.
나에게 두려움은, 숨이 막히는 감각으로 왔다
내게 두려움은 오래전부터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으로 다가왔다.
차가운 물속,
강제로 눌렸던 머리,
호흡을 뺏기는 감각.
그 기억은 몸에 새겨졌고,
비슷한 상황이 오면
내 몸은 반사적으로 경직된다.
심지어 아무도 만지지 않았는데도
마치 누군가가 날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고,
스노클에 조금만 물이 들어와도
전신이 얼어붙는 반응이 찾아온다.
몸을 읽는다는 것
예전엔 이런 반응을
‘겁이 많아서’, ‘연습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르게 본다.
몸이 말해주는 경고,
혹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방어 반응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요즘,
감정보다 먼저 몸의 언어를 읽으려 한다.
내가 긴장했을 때,
숨이 얕아졌을 때,
턱에 힘이 들어갔을 때,
그건 내 몸이 지금 나에게
“멈춰야 해” 혹은 “조심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몸에게 대답하는 연습
이제 나는 내 몸이 그렇게 말할 때
되묻는다.
“지금 무서운 거지?”
“그래도 괜찮아,
우린 이미 해본 적 있잖아.”
그리고 의도적으로 숨을 깊게 쉬고,
어깨에 들어간 힘을 뺀다.
핀을 천천히 저으며
내 몸이 물속에서도 가라앉지 않는다는 걸
다시금 느껴본다.
이건 감정을 이성으로 누르는 게 아니라,
몸을 안심시키는 방식으로 두려움을 돌보는 법이다.
감정은 몸을 지나가며 흘러간다
감정은 붙잡을수록 오래 남고,
흐르게 둘수록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올라왔을 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고,
그 반응을 억누르지 않고 관찰하며,
작은 조절을 통해 함께 흘려보내는 것.
그건 훈련이라기보단
나 자신과의 대화에 가까운 일이다.
나의 감정은 내 몸에서 시작된다
이제 나는 감정이 올 때
몸에게 먼저 묻는다.
“어디가 긴장돼?”
“지금 어디에 힘이 들어갔지?”
“숨은 잘 쉬고 있어?”
그 질문들이 나를 감정의 중심으로 데려다준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조금 더 부드럽게 살아갈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