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두렵다”는 말은 왜 이렇게 늦게 나올까
누구나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우리는 그 말을 좀처럼 꺼내지 않는다.
“무서워.”
“사실 좀 걱정돼.”
“망설여져.”
이런 말들이 입에서 나오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혹은, 끝내 나오지 않기도 한다.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인식하는 것은 다르다
사람은 아주 빠르게 두려움을 느낀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조이고, 몸이 굳는다.
신경계는 반사적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감정을 ‘두려움’이라고 인식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왜일까?
어쩌면 우리는
두려움을 느낄 권리는 있지만,
말할 자유는 없다고 배워온지도 모른다.
사회는 ‘두려움’이라는 단어에
‘약함’, ‘비합리’, ‘부정적인 감정’이라는 꼬리표를 붙였고,
그 꼬리표를 들키지 않으려
우리는 감정을 감춘 채 살아왔다.
나는 ‘두렵다’는 말이 늦은 사람이다
나는 감정을 빠르게 느끼는 사람이다.
숨이 가빠지고, 망설이고, 뒤로 물러서는 순간을 누구보다 많이 겪었다.
하지만 “두려워요.”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는
수년이 걸렸다.
그건 용기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식의 문제였다.
나는 그 감정이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것’이라고 인식했고,
그 생각이 내 입을 막았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두렵다’는 말은
약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깨어 있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말로 나오기 전까지, 감정은 우리를 휘두른다
인식되지 않은 감정은
몸에 남아 회피로, 통증으로, 혹은 무기력으로 드러난다.
“왜 이렇게 하기 싫지?”
“왜 자꾸 미루지?”
“왜 딱 이 타이밍에 아프지?”
이 모든 질문의 안쪽에는
말로 표현되지 못한 두려움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그것을 실패의 징조로 오해하고,
의지 부족으로 몰아가며,
스스로를 더 조용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건 단지 감정이 말이 되지 못한 상태일 뿐이다.
말이 되는 순간, 감정은 물러난다
“사실 나, 좀 무서워.”
“솔직히 이거 망할까 봐 겁나.”
“그래도 해볼 거야.”
이 짧은 고백이 우리 안의 긴장을 풀어준다.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름 붙인 순간,
그 감정은 더 이상 우리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그 순간부터 우리는
그 감정과 함께 걸을 수 있게 된다.
나는 지금도 두려움과 함께 살아간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새로운 도전 앞에 있다.
내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고,
익숙하지 않은 감정들을 세상에 꺼내놓으려 한다.
당연히 두렵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피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지금의 내 작은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