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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탐구일지》

2편. 사소한 두려움들 – 망설임이라는 얼굴

by 지쿠 On

요즘 나는 글을 쓰고도 임시저장을 여러 번 누르지 않는다.

공개 버튼 앞에서 망설이지도 않는다.


예전에는 그랬다.

한 줄을 써놓고도 다시 지우고,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고민하다가

끝내 올리지 못했던 글들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망설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 감정이 어떤 신호인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망설인다,


하지만 이유가 달라졌다


나는 여전히 새로운 시작 앞에서 머뭇거릴 때가 있다.

어떤 버튼을 누르기 전,

무언가를 내 입으로 말하기 직전,

익숙하지 않은 시도 앞에 섰을 때.


하지만 지금의 망설임은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이건 내가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는 신호다.

이건 내 안에서 ‘정말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증거다.


예전에는 망설임을

‘두려움의 증거’로만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그것을 삶이 보내는 하나의 사인으로 읽는다.


두려움은 가장 필요한 방향을 가리킨다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던 시절,

나는 물속에 들어갈 때마다 몸이 굳었다.

숨이 막힐까 봐, 다시 과거로 돌아갈까 봐.

하지만 그 감정을 인식하고 받아들였을 때,

나는 물속에서 오히려 더 자유로워졌다.


서핑을 배울 때도 그랬다.

넘어질까 봐, 부끄러울까 봐.

그런데 바다 위에 몸을 던지는 순간,

나는 알게 됐다.


내가 가장 망설였던 그 방향이,

내 인생에 진짜 필요한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었다는 걸.


망설임이 말해주는 것


이제 나는 망설임을 감추지 않는다.

그건 나의 두려움이자, 동시에

나를 앞으로 이끄는 감각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망설이지 말고 해봐.”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망설여진다면, 더 깊이 바라봐.

그 안에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있을지도 몰라.”


감정은 여전히 작동 중이다


나는 지금도 새로운 프로젝트 앞에서

마음을 고르게 숨을 쉰다.

무언가를 시작할 땐

내 안의 목소리가 말한다.


“정말 할 수 있을까?”

“이걸 하게 되면, 나는 어디까지 가게 될까?”


그 말에 나는 이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그래서 더 해보자.

망설여지니까, 지금이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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