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꾼의 안내서

<끊어지지 않는 실>, 사카키 쓰카사

by 와리
동물이 상처를 치유하는 비결은 간단하다. 상처를 품은 채로 가만히 낫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는 안 된다. 특히 마음의 문제는 그러하다. 실컷 아파하고 실컷 울부짖고 실컷 울고 그다음에 푹 잔다. 아이같이 거리낌 없이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상대가 없으면 상처는 점점 벌어지고 악화되기만 하니까.
도쿄, 도쿄, 178쪽

이해가 안 되는 건 괜찮다. 하지만 그래서 ‘무섭다’고 느끼는 것은 어쩐지 싫다. 에일리언도 아니니까 말이야. 그냥 사와다가 말하던 ‘단순한 친구’ 아니야?
나라면 이해가 갈 때까지 알려고 할 텐데.
가을 축제의 밤, 203쪽

나 혼자서 동네 상점가의 오지랖꾼 3부작, 혹은 의도치 않은 사생활 폭로 3부작이라 부르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어쩌다 보니 가장 나중에 읽게 되었는데, 3부작의 다른 두 권, <워킹 홀리데이>와 <신데렐라 티쓰>의 유래를 발견한 것처럼 자못 감격스러웠다. 한 마디로 말하면 ‘오지랖꾼의 안내서’랄까, 오지랖 넓게 굴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오지랖 넓게 굴 때는 상대방이 그리 원하지 않을 때, 상대방을 내리깔아보며 참견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데, 이 3부작에 등장하는 각각의 오지랖꾼들은 상대가 원할 때를 기다리고, 상대가 꼭 필요한 순간을 알아채며, 상대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 보며, 진심을 다해 참견을 한다.
그러므로 남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온갖 참견과 잔소리를 하고 싶다면, 한번 찬찬히 고민해 보길 바란다. 상대의 문제를 깊이 공감하는 진심과 그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해 주고 싶은 선의와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수고를 들여 발 벗고 나설 성의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상대에게 폭력일 뿐인 참견인 셈이니 부디 조용히 물러나 주길. 하지만 자신이 진정한 오지랖꾼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면 진심을 다해, 정성을 다해 나서보길.
이런 ‘세탁소’, ‘택배’, ‘치과’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돕는 일을 망설이지 않고, 도움을 받는 일을 부끄러워하거나 어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 함께 만들어가는 사소하지만 따스한 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끊어지지 않는 실>, 사카키 쓰카사
Tokyo Sogensha, 2005년
노블마인, 2008년

작가의 이전글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효율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