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지 못하는 깊고 넓은 세계

<이토록 멋진 곤충>,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by 와리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내가 바퀴벌레가 무서웠던 이유는(그저 질색하는 것을 넘어 ‘공포심’을 느꼈던 이유는) 바퀴벌레가 너무도 빠르기 때문이었다. 너무 빠르고, 그래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실로 그만한 중량과 실체를 가진 존재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면 비단 바퀴벌레만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무서울 만하다.

실제로 우리가 곤충이나 벌레를 무서워하거나 징그러워하는 이유는 곤충의 깊고 넓은 세계 안에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미지의 세계에 가늠할 수 없는 넓이와 깊이, 실로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이유이다. 하지만 두렵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은 이제 원시 시대에서 끝났어야 하는 일이니, 지금의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곤충이 인간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책 표지부터 책장마다 수채로 그린 놀랄 정도로 사실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색감의 예쁜 곤충 그림들이 가득하다. 책의 종이도 그림과 잘 어울리고 책의 만듦새도 훌륭하여 빳빳한 책장을 넘기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얄궂은 일이지만 내가 생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곤충은 나의 적인 꽈리허리노린재이다. 매해 텃밭에 고추와 가지를 심으면 나타나 잎에 알을 낳는다.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해도 알에서 깨어난 하얀 털이 난 꼬꼬마 노린재 약충들이 고추와 가지를 새하얗게 뒤덮는다. 그렇게 되면 고추가 시달려서 말라죽으니 알을 낳은 잎을 따 주고 약충과 성충을 털어내는 것이 여름 내내 할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노린재와 알을 죽이면서도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노린재는 노린재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한다는 마음이다. 노린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려나. 매일 아침 나타나서 알과 새끼들을 죽이는 괴물이 되려나. 하지만 나도 고추를 보호한다는 나의 일을 할 뿐이다.

기발하면서도 다양하고, 때로는 어처구니가 없는 곤충의 생존 전략들.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며 감탄도 하며 읽다가 새삼 실감한다. 우리는 함께 살고 있다. 이곳에서.


<이토록 멋진 곤충>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글

니나 마리 앤더스 그림

2019년

2020년 단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