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소동
누나가 또 한밤중에 아래층에 내려왔다.
처음에는 나를 감시하러 내려오는 줄 알았다.
누나는 내가 집을 지키는 걸 싫어한다. 산책을 할 때도 내가 누나를 지켜주려 나서면 얼른 내 앞을 가로막는다. 누가 집에 몰래 찾아왔을 때 내가 너를 보고 있다는 뜻으로 아주 살짝 짖었을 뿐인데, 바로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나는 누나를 좋아하니까 누나 말을 듣지만, 왜 집을 지키면 안 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강아지도 아닌데.
사실 한밤중에는 집을 지키지 않는다. 고양이를 기다린다. 누나가 내려왔을 때도 고양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나가 부엌으로 들어가면 숨을 죽이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누나가 비닐 소리를 내면 얼른 와서 맛있는 고기를 먹으라는 신호다.
비닐 소리는 나지 않고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나더니 코가 매운 고약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이런 날은 코가 온통 맹맹해지니까 고양이가 오는지 알 수가 없다. 고양이 사냥은 꽝이다. 나는 누나 몰래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그날 밤은 뭔가 이상했다.
어둠 속에서 내려온 누나는 부엌으로 가지도, 비닐 소리를 내지도, 고약한 냄새가 나는 걸 먹지도 않았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고양이 사냥을 들키지 않으려고 자는 척하고 있다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원래 누나는 깜깜한 데서 잘 보지도 못하고 냄새도 못 맡는데, 그래서 자꾸 부딪치고 넘어지는데. 왜 밝아지게 하지 않는 걸까?
숨소리와 냄새, 기척이 평소의 누나와는 아주 다르다.
정말로 걱정이 되어 나는 벌떡 일어나 누나에게 다가가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누나가 고개를 들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 그 따스함은 평소의 누나와 똑같다. 깜깜해서 안 보이지만 누나는 아마 나를 보고 웃고 있을 거다.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원래는 다른 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안 된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건 내가 너를 함부로 하고 마음대로 부릴 거야라는 뜻이다. 나보다 센 개한테 눈을 쳐다보며 대들다간 얻어맞는다.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옛날 산에 살 때 흰 털의 대장이 나한테 그랬었다. 그래서 아직도 흰 개를 보면 화가 난다.
다른 개, 혹은 사람 눈을 쳐다볼 수 있게 된 것은 누나 덕분이다. 누나는 눈을 맞추고 웃어도 된다고 가르쳐 주었다. 내가 누나를 쳐다볼 때마다 누나는 정확히 내 눈을 마주 보고는 부드럽게 웃어 준다. 아주 천천히 손을 올려 나를 쓰다듬어 준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간질간질하면서도 무언가 꽉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요즘 들어서야 나는 그걸 기쁨이라고 한다는 걸 알았다. (비밀이지만 꼬맹이가 알려 주었다.)
어둠 속에서 누나의 손길을 느끼며 다시 냄새를 맡아본다. 여전히 평소의 누나와는 다른, 어딘가 조금 이상한 냄새가 난다. 정말은 어디가 아픈 것도, 다친 것도 아닌데, 마음 어딘가에서 잘못 새어 나온 듯한 냄새다.
예전에 산에 살 때 나한테 아주 잘해주던 늙은 개가 있었다. 그 개한테도 가끔 이런 이상한 냄새가 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함께 산을 뛰어다녔다. 한바탕 뛰고 나면 그 냄새는 말끔히 날아가 버렸다. 그 늙은 개는 예전에 함께 살던 인간을 내내 기다렸다.
누나도 한바탕 뛰고 나면 다시 평소의 누나로 돌아올 것이다. 하늘을 보고, 햇살을 쬐고, 바람을 맞고, 온 세상에 떠도는 새롭고 기분 좋은 냄새를 탐색하며 뛰어다니는 산책보다 더 좋은 일은 세상에 없다.
오늘은 고양이 사냥은 그만두고 일찍 자야겠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쉬야가 마려운 척하면서 누나를 데리고 산책 가야 하니까.
전에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코코가 알려준 것처럼 털북숭이 힘은 이럴 때 사용하는 거다.
(가끔은 정말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다 알지 못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는 현자 같은 우리 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