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나를 구원하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by 와리

잘 먹고, 잘 자고, 잘 쉰다는 가장 기본적인 일상이 정말로 중요해진다.


아침에 눈을 뜨니 이미 날이 밝아 있다. 잠을 깨운 것은 아마도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서는 반려인의 기척이었을 것이다. 창문 너머로 밝아오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어본다. 잠에서 깨는 순간 의식적으로 얼굴에 미소를 짓는 것은 언제 시작되었는지 모를 오랜 습관이다. 어제의 잠을 복기한다. 다소 늦게 잠이 들기는 했는데, 그래도 푹 잘 잤다. 꿈도 별다를 게 없었다. 체온으로 따스해진 이불의 온기 같은 꿈이었다.

잘 잔 것치고는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어깨가 굳어 있고 뒷머리가 무겁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오늘 이 몸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채 몇 시간도 자지 못하고 온몸의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던 날들에 비하면 이게 어디냐고 생각을 돌린다. 점점 욕심을 부리지 않고,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 실망하지 않고, 지금 있는 것들로 그럭저럭 해 내는 요령을 익히고 있다.


우당탕탕 소란스런 아침 시간이 끝나고 아이와 반려인이 집을 나서고 난 다음 달걀과 빵과 샐러드가 조금씩 남아 있는 식탁에 책을 가지고 앉는다. 어제 읽다 만 <칠서의 우리>를 읽으며 남은 토스트에 딸기잼을 발라 천천히 먹는다. 식탁에 책을 펴 놓고 내 속도에 맞춰 천천히 느긋하게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집에서 밥을 차리는 사람이라 그런가, 일상에서 그런 순간을 맞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식탁 옆에는 개가 느긋하게 엎드려 있고, 반려인이 모카포트로 내려준 커피는 향기롭고, 콩과 토마토를 넣은 샐러드는 고소하고 새콤하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의 속도를 몸과 마음에 새겨 두려 한다. 삶의 순간순간에 대한 집중력을 온전히 끌어올리려 한다. 어느 순간에든 깊게 머물고 싶다.


아침 집안일을 다 해치운 다음 곧장 작업실에 들어가 일을 시작하려 하는 조급한 마음을 붙잡아 매고 집 거실에서 마당으로 난 커다란 창을 향해 매트를 깐다. 이번 주에는 덤벨을 이용한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요즘 유튜브는 편리해서 여러 멋진 언니들이 초보라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운동을 살뜰하게 알려 준다.

마당 울타리 너머 저 멀리, 항상 하늘의 똑같은 지점에 맞닿은 키 큰 나무 형제의 우듬지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몸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힘겹게, 반복적으로 몸을 움직이다 보면 의식이 몸에 집중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을 턱 놓은 듯 무심한 상태가 찾아온다. 가능한 한 그 상태를 오래 끌어가도록 노력한다. 근육이 비명을 질러대는 동안 매트에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지금 여기에서 내 몸이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공간을 차지하고 시간을 흘려보내며 나의 뜻에 따라 존재하고 있다. 나는 지금 여기 살아 있다.


지겹도록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조용하고 치열한 전투를 이겨내고 맞는 이 짧은 아침의 시간은 내가 오늘 하루를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살아 내고 말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비록 무기력이 내 옆에 있을지언정.


나를 구원하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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