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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실수를 우아하게 수습하기

3. 팔로워의 품격

by 유키

위기의 순간, 진짜 팔로워가 드러난다

IT 회사 A사의 중요한 고객 프레젠테이션 날이었다. 김 부장이 6개월간 준비한 프로젝트를 최종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했다. 핵심 데이터를 잘못 계산해서 투자 수익률을 실제보다 30% 높게 제시한 것이다.

그 순간 회의실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고객사 임원들의 얼굴에는 의구심이 가득했고, 김 부장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바로 그때 옆에 앉아 있던 박 과장이 나섰다.

"잠시만요, 부장님. 고객님께 정확한 정보를 드리기 위해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습니다."

박 과장은 침착하게 노트북을 열어 실시간으로 계산을 다시 했다.

"죄송합니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다시 계산해보니 20% 정도가 더 현실적인 수치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항상 고객님께 정확한 정보를 드리려고 합니다."

김 부장의 실수를 상사의 '신중함'으로 포장하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결국 그 계약은 성사됐고, 김 부장은 박 과장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상사도 실수한다

완벽한 상사는 없다. 아무리 경험이 많고 능력이 뛰어난 상사라도 실수할 때가 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모든 변수를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렵다. 데이터 오류, 일정 착각, 커뮤니케이션 실수, 판단 오류 등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부하직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모른 척하고 넘어가려 하고, 어떤 사람은 공개적으로 지적해서 상사를 난처하게 만든다. 또 어떤 사람은 아예 상사와 함께 실수를 덮으려 해서 더 큰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팔로워는 이런 순간에 진가를 발휘한다. 상사의 체면을 세워주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고, 조직의 신뢰도를 유지하며, 모든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우아한 수습의 원칙들

상사의 실수를 수습할 때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 번째는 '체면 보호의 원칙'이다. 상사를 공개적으로 망신주거나 실수를 직접적으로 지적해서는 안 된다. 대신 상사의 의도를 더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거나, 추가적인 검토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두 번째는 '신속 대응의 원칙'이다. 실수가 발견되면 가능한 한 빨리 대처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습이 어려워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실수를 알게 되어 상황이 복잡해진다. 특히 외부 이해관계자가 관련된 상황에서는 더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협력적 해결의 원칙'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상사와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상사의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네 번째는 '학습 기회 전환의 원칙'이다. 실수를 단순히 수습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향후 유사한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프로세스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상황별 수습 전략

실수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수습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데이터나 수치 오류의 경우, 가능하면 즉석에서 정정하되 상사의 신중함이나 보수적 접근으로 포장하는 것이 좋다. "부장님께서 더 정확한 분석을 원하시는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검토해보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된다.

커뮤니케이션 실수의 경우에는 상사의 의도를 재해석해서 전달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부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이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올바른 내용으로 정정해주는 것이다.

일정이나 약속 관련 실수에서는 상사의 바쁜 스케줄이나 우선순위 조정으로 설명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부장님 스케줄이 워낙 빡빡해서 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대안은 어떨까요?"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판단이나 의사결정 관련 실수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이런 경우에는 추가 정보나 변화된 상황을 언급하면서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서 다시 검토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구글의 실수 문화

구글에서는 '실수에서 배우기'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상사의 실수를 수습하는 방식이다. 직접적으로 지적하지 않고, 팀 전체의 학습 기회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프로덕트 매니저가 시장 분석을 잘못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했을 때, 팀원들은 "PM의 실수"라고 지적하지 않았다. 대신 "시장 변화가 예상보다 빨라서 전략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접근했다. 그리고 함께 새로운 데이터를 분석하고 방향을 수정했다.

이런 방식은 실수한 상사의 체면도 살려주고, 팀 전체의 학습 기회도 만들며,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게 해준다.

수습 후 후속 관리

실수를 수습한 후에는 반드시 후속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상사와 개별적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향후 유사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사를 비난하거나 교육하려 들지 말고, 함께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관련된 다른 팀원들에게도 상황을 적절히 설명하고, 팀 전체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상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체크리스트 개선, 검토 프로세스 강화, 이중 확인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향후 유사한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케이스별 실수 수습 가이드

실제 직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사의 실수 유형별로 구체적인 수습 방법을 알아보자.

숫자나 데이터 실수의 경우, 즉석에서 정정하되 상사의 신중함으로 포장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장님께서 보수적 관점에서 다시 검토해보자고 하시는 것 같은데, 한 번 더 계산해보겠습니다"라고 접근하면 자연스럽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 "틀렸다"고 직접 지적하지 않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실수나 말실수의 경우에는 상사의 의도를 재해석해서 전달하는 방법이 좋다. "부장님께서 말씀하신 취지는 이런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올바른 내용으로 정리해주는 것이다. 이는 상사의 체면을 살려주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정이나 약속 관련 실수에서는 상사의 바쁜 스케줄이나 우선순위 변경으로 설명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장님 일정이 갑자기 바뀌어서 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가장 민감한 것은 판단이나 의사결정 관련 실수다. 이런 경우에는 새로운 정보나 변화된 상황을 언급하면서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 좋다. "최근 시장 상황이 변해서 전략을 조금 수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실수 수습의 고급 기술

단순히 실수를 덮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수습 기술이다. 상사의 실수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팀 전체의 학습 기회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프로세스를 점검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시스템 개선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또한 실수 상황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면, 이를 정정하면서 더 정확하고 상세한 분석 자료를 추가로 제공해서 오히려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사와의 신뢰 관계다. 평소에 상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실수 상황에서도 서로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상시 관계가 좋지 않다면, 실수 수습도 어려워진다.

수습 후 관계 관리

실수를 잘 수습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이후 관계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우선 상사에게 과도한 고마움을 표현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자연스럽게 상황이 정리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비슷한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체크리스트를 만들거나, 검토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이중 확인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직 전체의 역량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경험을 통해 상사와의 신뢰 관계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를 도와준 경험은 단순한 상하 관계를 진정한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실천을 위한 준비사항

상사의 실수를 우아하게 수습하기 위해서는 평소의 준비가 중요하다. 상사의 업무 패턴과 취약점을 미리 파악해두고, 예상 가능한 실수 유형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두는 것이다. 또한 관련 분야의 전문 지식을 꾸준히 쌓아서 언제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평상시 상사와의 신뢰 관계를 탄탄히 구축해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협력할 수 있고, 실수 수습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마무리: 실수는 신뢰를 쌓는 기회다

상사의 실수를 우아하게 수습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팔로워십의 핵심이다. 이는 상사를 보호하면서도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만족을 추구하는 고도의 균형감각이 필요한 일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상사도 실수하고, 우리도 실수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했을 때 서로를 어떻게 도와주느냐이다. 상사의 실수를 잘 수습해준 팔로워는 단순한 부하직원이 아니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그런 관계가 쌓여갈 때, 조직은 더욱 강해지고 모든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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