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혁신의 레시피 - 5. 신입사원과 CEO의 거리
2008년 어느 날, 페이스북에 입사한 지 3개월 된 신입 엔지니어 크리스 휴즈가 마크 저커버그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손에는 A4 용지 한 장이 들려 있었다.
"CEO님, 제가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요. '좋아요' 버튼을 만들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댓글을 쓰지 않고도 반응을 표현할 수 있게 말이에요."
만약 다른 회사였다면? "신입이 CEO한테 직접 찾아가다니", "절차를 무시하고", "팀장한테 먼저 말하는 게 상식이지" 같은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저커버그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30분 동안 크리스의 아이디어를 들었고, 바로 다음 주에 개발팀을 꾸려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했다. 2009년 2월, '좋아요' 버튼이 정식 출시되었다.
그 결과는? '좋아요' 버튼은 페이스북을 단순한 SNS에서 인터넷 전체의 감정 표현 플랫폼으로 바꿔놓았다. 현재 하루에 40억 번 이상 클릭되는 이 버튼은 소셜미디어의 DNA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페이스북에서는 일상이라는 점이다. 신입사원도 CEO에게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라면 즉시 검토되고 실행된다.
아이디어에는 직급이 없다
전통적인 조직에서 아이디어는 계급을 따른다. 신입사원의 아이디어는 선임을 거쳐 팀장에게, 팀장에서 부장에게, 부장에서 임원에게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필터링되고, 변형되며, 심지어 사라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위계적 아이디어 전달 시스템이 혁신을 막는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의사결정권자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또한 전달 과정에서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날카로움이 무뎌진다.
반면 혁신적인 기업들은 다르다. 이들은 "아이디어에는 직급이 없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라면 누가 냈든, 어떤 직급이든 상관없이 최고 의사결정권자까지 직접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슬랙(Slack)의 "CEO 직통 채널"
팀 협업 도구 슬랙에는 '#ceo-feedback'이라는 채널이 있다. 모든 직원이 CEO 스튜어트 버터필드에게 직접 아이디어나 피드백을 보낼 수 있는 채널이다. 중간 관리자의 승인도 필요 없고, 특별한 절차도 없다. 그냥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2019년 입사 2주 된 신입 디자이너 사라 김이 이 채널에 메시지를 올렸다.
"CEO님, 슬랙의 다크모드가 완전하지 않은 것 같아요. 밤늦게 일할 때 눈이 너무 아파요. 완전한 다크모드를 만들면 어떨까요?"
버터필드는 30분 후에 답장을 보냈다. "좋은 지적입니다. 디자인팀과 검토해보겠습니다." 그리고 3개월 후, 슬랙에 완전한 다크모드가 추가되었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슬랙의 이런 문화는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회사 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직원들은 자신의 의견이 CEO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낸다. 결과적으로 슬랙은 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
쇼피파이(Shopify)의 "신입사원 우선 정책"
캐나다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에는 독특한 정책이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신입사원의 아이디어를 우선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이다. "신입사원 우선 정책(Newbie First Policy)"이라고 불린다.
이 정책의 배경에는 흥미로운 발견이 있었다. 쇼피파이의 데이터 분석팀이 지난 5년간의 혁신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가장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60% 이상이 입사 1년 미만의 직원들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왜 신입사원들이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까? 쇼피파이의 CEO 토비아스 뤼트케는 이렇게 설명한다. "신입사원들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른다. 기존 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본다."
실제로 쇼피파이의 대표적인 혁신 사례들을 보면 이 말이 맞다. 원클릭 결제 시스템, AI 기반 재고 관리, 소셜미디어 연동 판매 등 많은 핵심 기능들이 신입사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에어비앤비의 "11 스타 경험" 아이디어
에어비앤비의 창업 초기, 디자인팀에 인턴으로 들어온 알렉스 슈레이어가 팀 미팅에서 손을 들었다.
"호스트가 게스트를 픽업해주는 서비스는 어떨까요? 공항에서부터 숙소까지 완전한 경험을 제공하는 거죠."
당시 에어비앤비는 숙박 예약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우리 영역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달랐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네요. 더 자세히 설명해보세요."
알렉스는 "11 스타 경험"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호텔이 5스타라면 에어비앤비는 11스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방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이 아이디어는 에어비앤비 익스피어런스의 출발점이 되었다. 현재 전 세계 1,000개 도시에서 40,000개 이상의 체험을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에어비앤비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체스키는 후에 이렇게 말했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온다. 특히 조직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자가진단: 당신의 조직에서 아이디어는 어떻게 흘러가나?
다음 질문들을 통해 조직의 아이디어 소통 구조를 점검해보자.
아이디어 제안 경로
□ 신입사원이 임원에게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 아이디어 제안에 특별한 절차나 승인이 필요하다
□ 직급이 낮을수록 아이디어가 묻힐 가능성이 높다
□ 누구나 최고경영진에게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
아이디어 평가 기준
□ 아이디어의 질보다는 제안자의 직급을 먼저 본다
□ "경험이 부족해서 모르는 소리"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 기존 담당자의 반대로 아이디어가 묻히는 경우가 있다
□ 아이디어 자체의 가치만으로 평가한다
신입사원의 발언권
□ 신입사원은 주로 듣기만 하고 발언은 자제한다
□ "경력이 쌓이면 나중에 말하라"는 분위기다
□ 회의에서 신입사원의 의견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 신입사원의 의견도 동등하게 대우받는다
아이디어 실행력
□ 좋은 아이디어도 실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 아이디어 제안자와 실행자가 분리되어 있다
□ 승인 단계가 많아서 아이디어가 변형되거나 사라진다
□ 좋은 아이디어는 빠르게 실행으로 옮겨진다
체크 결과:
위쪽 답변이 많다면: 위계적 아이디어 구조
아래쪽 답변이 많다면: 수평적 아이디어 구조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노트 혁명"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턴으로 들어온 크리스 프래틱이 빌 게이츠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제목은 "디지털 노트북에 대한 아이디어"였다.
"컴퓨터로 종이 노트처럼 자유롭게 메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요? 타이핑뿐만 아니라 손글씨, 그림, 음성 메모까지 모든 것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프로그램 말이에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제품군에 집중하고 있었고, 워드나 엑셀과 중복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게이츠는 이 아이디어에 흥미를 보였다.
3주 후, 크리스는 게이츠와 1시간 동안 미팅을 했다. 그 자리에서 게이츠는 원노트 프로젝트를 승인했고, 크리스를 프로젝트 리더로 임명했다. 인턴에서 프로젝트 리더가 된 것이다.
원노트는 출시 후 즉시 히트했다. 학생들과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비즈니스맨들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현재 원노트는 마이크로소프트 365의 핵심 앱 중 하나가 되었다.
게이츠는 후에 이렇게 말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나이나 경력과 상관이 없다. 때로는 가장 어린 직원이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낸다."
링크드인의 "인사이트 프로그램"
프로페셔널 SNS 링크드인에는 "인사이트 프로그램(Insight Program)"이 있다. 전 직원이 분기마다 CEO에게 직접 업무 개선 아이디어나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2018년 고객지원팀 신입사원 제니퍼 왕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화제가 되었다.
"CEO님, 링크드인에서 '스킬 검증' 기능을 만들면 어떨까요? 단순히 스킬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스킬을 갖고 있는지 테스트할 수 있는 기능 말이에요."
당시 링크드인은 프로필 기반의 네트워킹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킬 검증은 우선순위가 낮았다. 하지만 CEO 라이언 로슬란스키는 이 아이디어에 주목했다.
"현재 프로필에 있는 스킬 정보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좋은 해결책이 될 것 같습니다."
6개월 후 링크드인 스킬 어세스먼트가 출시되었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테스트를 통해 스킬을 인증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기능은 출시 첫 해에 500만 명 이상이 사용했고, 링크드인의 차별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CEO 직행 시스템 만들기: 5단계 실천법
조직에서 수평적 아이디어 소통 구조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1단계: 직통 채널 개설하기
CEO나 최고경영진에게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든다. 이메일, 메신저, 온라인 플랫폼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2단계: 신속 대응 원칙 수립하기
아이디어가 제안되면 일정 시간 내(예: 48시간)에 반드시 응답하는 원칙을 만든다. 채택되지 않더라도 이유를 설명한다.
3단계: 아이디어 평가 기준 명문화하기
제안자의 직급이나 경력이 아닌 아이디어 자체의 가치로만 평가한다는 기준을 명문화하고 공유한다.
4단계: 성공 사례 적극 홍보하기
신입사원이나 일반 직원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채택되어 성공한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아이디어 제안을 유도한다.
5단계: 제안자 인정 시스템 구축하기
좋은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는 프로젝트 참여 기회, 승진 가산점, 포상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혁신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온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혁신이 R&D 부서나 기획팀에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진정한 혁신은 조직의 가장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
신입사원들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른다. 기존 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본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직원들은 현장의 진짜 문제를 안다. 다른 업계에서 온 사람들은 기존 업계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아이디어를 낸다.
이런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들이 CEO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위계질서가 아이디어의 흐름을 막으면, 조직은 혁신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당신의 조직에서도 신입사원의 아이디어가 CEO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 그러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놀라운 혁신이 나올 것이다.
혁신에는 연차가 없다. 좋은 아이디어에는 직급이 없다. 이것을 인정하는 조직만이 진정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