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8
처음 본 사람에게 10년 지기 친구처럼 환하게 웃으며 헤드락을 걸 수 있는 사람.
몇 번 보지 않은 사람에게 맛있는 거 사주는 사람이 제일 좋은 사람이라며 간식거리를 받아낼 수 있는 사람.
나는 당신을 지나친 안내자라고 불렀다.
어떤 연유로 그곳에 앉아서 여러 사람을 맞이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귀염상 얼굴에, 매치가 잘 안 되는 올록볼록한 근육이 가득한 몸은 볼 때마다 적응이 잘 안되었다.
내가 당신을 찾게 되는 일은 일주일에 하루정도 필요 물품을 빌릴 때나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할 때 밖에 없었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일로 당신을 찾다 보니 볼 때마다 항상 바빠 보였다.
간단한 부탁에도 어떠한 핑곗거리를 만들어 장난을 치려는 당신의 친근함 때문에 당신 주변은 항상 사람으로 북적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당신이 있는 건물에 단순히 출입만 하는 출입원이었는데 여느 날 같이 이런저런 장난을 치다 당신이 훅을 한번 날렸다.
“ 저는 이아님과 친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직원과 이용자 간의 관계가 친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와르르 무너졌다.
그렇게 생각했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장난스럽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웃어넘겼지만
그 대화 덕분에 무언가 필요할 때면 당신을 먼저 찾기는 했다.
당신에겐 친한 상대가 나 말고도 많았다. 처음 보는 사람도 이미 친한 사람이었고 아직 보지 않은 사람도 이미 친한 사람이었다.
인사라도 한번 나누었다 치면 절친이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에게 잘 속는 타입이었다.
다행히 당신과 친하다고 떠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먼저 너스레를 떨며 당신에 대한 친분을 과시했기에, 선을 넘는 장난을 치진 않고 내적 친분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다른 이가 나타나면 자연스레 자리를 피해 주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길어져도 공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등 조금씩 내가 원했던 이상적인 직원과 이용자 간의 관계에 부합해 간다고 생각했다. 당신 덕분에 다른 직원들과도 조금씩 농담을 나누는 등 원만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
당신의 이야기는 많은 이용자들에게 화두 거리에 오르기 좋아서, 당신이 했던 말이나 이전에 겪었던 일이 회자가 되기도 했다.
지금의 올록볼록한 몸도 수준급의 운동 덕분이라는 걸 당신이 아닌 다른 이용자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운동 말고 글 쓰는 걸 좋아한다는 것은 당신에게 직접 들었다. 한창 출판 프로젝트의 새로운 작가를 모집할 때 즈음 당신에게도 함께 글을 써보자 권했었다. 인생에 자기 책이 한 권쯤은 있었으면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였다. 이미 많은 일을 하고 있어서 함께 할 시간이 부족했던 게 조금 아쉽지만 당신의 이야기 한 조각을 들을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내부에서 지점 이동이 있어서 멀리 위치하게 된 이후로 자주 못 보겠거니 했는데 같은 플랫폼 내의 연결고리가 있어서 인지 가끔씩은 얼굴을 부딪히고 있다.
이동 후에 급격히 일이 많아진 당신이 지친 얼굴로 맞이 해주긴 하지만 여전히 그곳에서도 친한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내며 장난을 좋아하는 당신의 모습 그대로로 있어주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