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 속의 당신

당신의 이야기 #9

by 한이아

당신은 습관적인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라던가 '사실은' 같은 말을 꼭 대화 시작에 붙이곤 했으며 쓸데없이 같은 단어를 반복했다.

오랜 군대 생활로 평범한 대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일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종종 헤맬 때가 있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전에 약간의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 보니 습관이 되었다.


작은 회사의 대표로서 인터뷰 촬영을 진행할 때였다.

인터뷰어가 질문지를 보내주었고 충실하게 답변하여 메일을 보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너무 군더더기가 많아요'였다. 그가 원했던 인터뷰의 모습은 조금 딱딱하고 정적인 정보전달을 위한 것이었는데 당신의 대답은 뜸 들이는 글이 많이 들어 있었다. 이제까지 아무도 당신에게 대화에 군더더기가 많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말을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살았다. 인터뷰어에게 맥락이 어려우니 가이드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곧 적절한 대답 가이드를 보내주었다.


가이드를 보며 답변을 정답에 가깝게 수정했다. 해설지를 보고 정답을 끼워 맞추는 느낌이었지만 이것은 일이니까.라고 납득하려고 했다. 인터뷰 당일에 당신은 약간 긴장한 상태로 임했다. 수정한 답변이 영 말투에 익지 않아 몇 번의 NG가 있긴 했지만 인터뷰어 덕분에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딱딱한 인터뷰를 끝내고 당신은 생각했다.

이건 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인터뷰니까. 일상에는 군더더기 습관을 고치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돌아오는 길에 카메라 감독을 차로 근처 역까지 데려다주었다.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이런저런 말을 걸어왔다. 오늘 촬영지의 배경이 예뻤다느니 카메라를 더 좋은 걸 사고 싶다느니 하는 평범한 대화였다.

대화를 나누는데 중간중간 이질감이 느껴졌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말을 많이 섞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신은 감독이 차에서 내리며 인사를 할 때 이질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사실은 오늘 너무 피곤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촬영이 좀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언젠가 한번 보아요. 데려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가시는 길 안전 운전하시고 조심해서 가세요."


군더더기가 너무 많았다.

필요 없는 뜸 들이는 단어를 다 빼버리고 싶었다. 이제까지 저런 말투로 대화했다고 생각하니 당신은 얼굴이 벌게졌다. 솔직히 말해서를 붙인 말은 별로 솔직해 보이지 않았다. 안전하게 조심해서 가라는 말은 역전앞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이제까지 받았던 말을 잘한다는 칭찬들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며 부끄러움이 채워졌다.

어렸을 때 엄마, 아빠 단어를 처음 배웠을 때부터 말은 그냥 나오는 것,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날 당신은 인터뷰어에게 전화를 해서 말을 잘하는 법이 있냐고 물어보았고, 그는 많이 듣고 많이 해보는 게 답이라고 했다. 아쉬웠지만 편법은 없었다. 하루에 한 명씩 전화를 걸어 연습해야겠다고 메모하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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