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1
기록의 쓸모를 읽을 때였다. 하루에 열 줄씩 쓰기로 다짐한 날, 인물의 부고를 들었다.
태어나서 장례식장을 가 본 적이 없었다. 급하게 조문 예절을 찾아봤지만 종교가 없는 나에게는 헛갈리는 말들뿐이었다. 어렵게 기차표를 구해 어색하게 도착한 그곳에서 하얀 리본을 어색하게 꽂은 당신을 보니 여러 번 읽었던 예절 순서보다 꼭 끌어안는 게 먼저였다. 분명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도 고민했던 터였다.
나는 감정이 없나 봐. 하나도 슬프지 않고 눈물도 나지 않아.
소식을 들은 직후에 당장의 업무 일정 조율이 먼저 생각난 터라 스스로를 이기적인 인간, 나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검은색 옷이 있어서 다행이다- 의 말을 쉽게 뱉는 감정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바빠서 오래 함께하지 못하지만 나중엔 꼭 오래 함께 해야지라는 쓸데없는 목표를 잡는 쓸데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가보는 차갑도록 어두운 곳에서 검은색 나풀거리는 옷을 입은 당신을 만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끌어안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한참을 끌어안았고 한참을 눈물을 흘렸다. 왜 안는지 왜 우는지 그냥 서로 그러했다. 당신의 동생이 와서 국화꽃을 한 송이 쥐여주고 나서야 우리는 잠시 추스르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속 인물은 아주 인자하고 건강한 미소를 띠고 있었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무언가 죄송해 눈을 마주치지 못했지만 당신이 차분하게 옆으로 다가와 인물에게 정말 좋아하는 언니라고 나를 소개해 주며 이끌었고, 모든 과정이 끝난 후 당신과 함께 사진 속 인물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단순 조문객으로 찾아온 나는 도울 일손 없이 한구석 자리만 차지하는 상태가 되어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장례미사가 시작되고 하늘의 품으로 잘 인도해 달라는 노랫소리가 퍼졌다. 잠시 바깥에 나오니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글귀보다 어디서 보냈는지가 더 강조된 화환들을 만났고 1층 사무실에선 하하호호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이 야리꾸리했다. 몇 시간 전의 나 자신도 저런 모습이었을 텐데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바깥에서 화를 내는 내 모습을 봤는지 당신은 잠시 마실을 나가자고 했다.
당신과 함께 주변을 거닐며 사진 속 인물에 대한 일화에 소근이 웃었다. 제일 잘 나온 증명사진을 찍었던 일, 열심히 운동했던 일, 인물이 단발머리를 넘기며 주고받았던 엄마와 딸이기에 가능했던 대화들, 꿈에 한번 나와줬으면 한다는 바람들. 나는 언제나 지금을 산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는데 누군가의 지금은 되어주지 못하는 게 바보 같았다. 돌아가려 예매했던 기차표를 취소하고 당신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탄생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지금의 우리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의 지금도 나중의 지금도 많은 지금을 함께 하자 나누었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렸다. 내가 당신을 보자마자 터뜨렸던 눈물만큼. 당신이 나를 보자마자 터뜨렸던 눈물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