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 #6
나는 아직 당신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당신에 대해 일부분을 알고 있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들려왔다.
평소 대중문화와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 유일한 문화 소통 창구는 매일 가는 동네 카페의 단골들이나 매일 가는 동네서점의 사장님 들이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무언가의 책을 보여주며 당신이 쓴 글을 꼭 읽어 보라고 했다.
사실 그런 추천은 너무 많이 듣는 이야기였고 당장 읽어야 할 글들도 쌓여있던 터라 어디선가 대단한 작가가 나왔나 보다 흘려 넘겼다.
그 이후에도 당신은 잊히지 않고 소식을 들려줬다.
당신의 팬에게서도 들려줬고 당신의 행보에서도 들려줬고 당신의 책에서도 들려주었다.
어쩔 때는 들었던 소식을 여러 번 들어서 지겨울 때도 있었다. 소식의 서론은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이 글을 한번 읽어보렴.
그렇게 나는 당신이 작가라는 것과 젊다는 것 그리고 얼굴까지 알게 되었다.
SNS란 신기하다. 내가 당신에게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자 온통 당신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당신이 움직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여 주었다.
영상 속 당신의 얼굴 표정은 사진을 보고 상상했던 것 그대로였다. 커다란 귀걸이가 눈에 자꾸 들어왔다.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쉽사리 사지 못했던 류의 귀걸이였다.
그즈음은 당신을 시샘했다. 나와의 또래 감에서 오는 시샘이었다. 당신은 당당했고 나는 당당하지 못했으며 당신은 다 가진 것만 같았고 나는 하나도 가지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당신의 글을 읽어보지 못한 채로 당신의 정보를 잊기 시작했다.
당신을 잊었다고 해서 내 생활에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래도 나는 조금씩 당당함에 도전했고 성취감을 쌓아갔다. 다시 당신을 만나게 된 건 롤러코스터가 그려진 티켓을 주는 한 서점의 팝업 스토어에 방문해서였다. 평소 좋아하던 서점이었는데 딱 회사 맞은편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안 가볼 이유가 없어 설레는 마음으로 두꺼운 백팩을 메고 방문했었다. 이리저리한 높이로 쌓여있는 박스들 위에 여러 책이 있었다. 그중에 당신의 두껍고 하얀 책이 있었는데 군더더기 없이 있어야 할 제목만 적혀 있는 게 당신답다 싶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기도 하고 이 정도로 조명을 많이 받은 당신의 글을 읽지 않는 건 내 손해가 아닌가 생각해서 한번 사볼까 했지만
아직 나의 독서 위시리스트가 불룩하기도 하고 그 두꺼운 책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만난 그때부터 당신에게 시샘의 마음이 들진 않았다.
정말 오랜만의 쉬는 날 집에 누워 하염없이 유튜브와 한 몸이 되어 있을 때였다. 예전에는 줄곧 강연을 신청해서 갔었지만 삶이 바빠져 가지 못한 지 오래되었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썸네일에서 당신의 모습이 보였다. 홀린 듯 클릭했고 17분 남짓의 강연이 물 한잔을 꿀꺽 삼킨 듯 끝나 있었다.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렇게 당신을 만난 것 만으로 좋았다. 나는 이제 당신을 시샘하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우연히 마주쳐 인사하고 우연히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에 만족을 하지 못했는지 내가 보려는 티브이 프로그램에도 출연해서 당신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속속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 상상과 같았던 당신의 표정이 다시금 나에게 노출되자 나는 참지 못하고 당신의 이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앞에 ‘일간’을 붙인 이름이었다. 그게 지난 23일의 밤이었다.
당신이 궁금해져서 당신의 글이 궁금해졌다. 정말이지 대단한 글은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글이었고 하루의 마지막을 항상 미소 짓게 해 주었다.
글은 글쓴이를 닮는다고. 그 예쁜 글 속의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아마 그 모습도 내가 상상한 모습 그대로 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