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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이아 Feb 22. 2022

급할수록 돌아가라

아직 팔지도 않았지만 개정판을 내려고요.

게으름과 바쁨이 공존한 작업시간이었다. 천성이 서포터인지 내 책 만들 때와 남 책 만들 때의 집중력이 달랐다. 북페어에 가지고 가려고 내 책을 급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는 인쇄물로 고스란히 나와버렸다. 인쇄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삐그덕거려 단기간에 수정 파일을 여러 번 전달했는데 마지막으로 전달한 파일이 초반 제작물이었다. 인쇄상으로 문제가 없으니 책 인쇄는 착착 진행되었고 결과물을 받아본 내 마음만 착착 울었다.


페이지 번호가 잘못 들어간 것은 애교고 목차에 없던 테두리가 생겨있지 않나 가장 문제는 수정 전의 틀만 잡아놓은 원고가 그대로 책에 실려있었다. 이거 계약건이었으면 난 계약금을 두배로 돌려줘야 했겠네.


내 책을 만들어본 건 처음이지만 이제까지 책을 만들 때 실수한 적이 없었다.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아 수정을 한 경우는 있었어도, 인쇄 주문 수량에 0 하나를 뺀 적은 있었어도 만들 때 실수라니. 돈을 받고 제작하는 것과 돈을 들여 제작하는 것의 마음가짐 차이일까. 그렇다면 나 자신은 좀 글러먹은 인간이 아닐까.


다시 수정본을 인쇄해 북페어에 가져가기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북페어 날에 몇 분에게 내 책을 전달하기로 했어서 취소하기도 어려웠다. 원래의 최종본에 초반본을 덧대어 저장해버렸기에 수정하기에도 시간이 걸릴 거였다.(결국 최종본을 날려먹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마음이 급할 때만 돌아간다는 쓸데없이 긍정적인 뇌 회로가 돌아갔다. 지금부터 개정판을 준비하자. 초판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개정판이 나오는 대로 찾아뵙고 드려야겠다. 고로 다시 게으름과 바쁨이 공존한 작업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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