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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이아 Mar 13. 2022

편지

아직 철이 없어서

모든 사람이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걸 이제 안다. 좀 늦게 알았지만 알았으니 됐지 뭐. 특히 너의 겉과 속은 많이 다르다는 것도 이제 안다. 답답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속마음의 절반만이라도 겉으로 드러내면 좋을 텐데. “왜 대부분의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를까?” “그게 사람이란다. 너가 아직 사람이 덜 된 거지.” 친구와 겉과 속으로 밤새 통화를 나눴지만 왜 다른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저 속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내가 덜 어른이 된 거라는 말로 뼈를 맞았을 뿐이다.     


나는 너를 이해하고 싶었다. 알고 싶었고 제대로 대화하고 싶었다.     


“한발만 내딛으면 현실을 마주할 텐데 그게 너무 무서운 거야. 어떤 현실인지 모르니까. 그게 행복일지 불행일지도 모르면서. 그래서 여기에 머무르면서 안주하는 거야. 단지 무섭다는 이유로.”


좋아져 버린 사람이 있다는 Y가 찾아왔다. 타로카드로 운을 봐달라고 했다. 몇 달 전부터 취미로 야금야금 배워둔 타로다. 운을 보기보다 마음을 나에게 털어놓으라고 했다. 운을 점치면 마음이 더 복잡해질 테니 복잡해지기 전에 털어 놓는 게 좋지 않겠냐고. Y는 지금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더 다가가면 불행해질 거라고 했다. 그러니 예쁜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고. 예쁜 추억으로 그림을 걸어놓고 싶다고.     


“맞아. 불행할 거야. 씨게 아플 거야. 그런데 말이지. 내딛지 않는다고 해서 안 아플까? 여기에 안주하면 정말 예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걸까? 그냥 얕고 잔잔하게 계속 아픈 거 아냐? 안 아픈 척 하는 거잖아.”     


생각에는 꼬리가 있어서 생각과 생각이 연결되다 마음까지 닿는다. 망상의 꼬리가 달린 생각이 마음에 닿으면 그 마음은 삐뚤어져 버린다. 삐뚤어진 마음은 겉으로 드러내기 어렵다. 우리는 삐뚤어진 걸 들키기 싫은, 서로의 눈치를 보는 사회인이니까.     


사람들이 나를 어렵게 대할 때마다 너가 생각났다. 말주변이 좋고 친절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너가 생각났다. 바지런하고 성실한 너가 생각났다. 속과 겉을 잘 모르겠는 너가 생각났다. 꼬리를 잘라내려면 잠들기 전 발로 잘 찰 수 있게 이불을 곱게 덮어야겠다. 삐뚤어진 마음도 겉으로 드러나는 덜 된 어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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