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생각하기
가온 도서관 작가와의 만남에서 무민 작가인 토배얀손이 소설을 썼다는 이야기를 읽고 궁금했던 두권 중에 한 권이다 #페어플레이 #토베얀손
판화작가, 소설가이신 70대 두 분의 할머니가 섬에서 같이 거주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들인데 처음에는 단조롭게 흘러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다가 이러한 일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아주 평범한 나날들 중에 아주 특별한 일을 기록해놓은 것이구나 싶어서 재미있었다. 핀란드 할머니들의 일상을 한방에 이해하기에 40대 한국의 일상은 너무 바쁘고 빡세네. 책을 두어 번 다시 읽은 후에 조금 몰입되었다. 동화작가란 선입견 때문인지 삽화 하나 없지만 문장이 짧고 묘사가 많아서 동화 읽는 느낌이 난다고 할까나? 파도가 몰아치는 검은 바위 위에 앉아서 물멍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그러고 보면 70대의 나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네. 지금까지는 오늘을 살아내는 것만 해도 버거워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70대가 되면 아이들이 모두 40대인데 결혼은 했으려나 아이는 낳았으려나? 책에서는 친구랑 사는데 난 아이들을 돌보는 할머니이려나. 짧은 머리에 뽀글뽀글 파마는 하지 말아야지. 아이들이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 같은데 설마 그때까지 넷이 같이 살고 있지는 않겠지. 아이들이 독립하면 원서동 창경궁 담벼락에 있는 집으로 이사 가면 좋겠다. 남편이랑 걸어서 산으로, 공원으로 산책 다니고 교보문고 가서 책 읽고 시내에서 하는 전시도 보러 다니고 그리고 내 서재에서 글도 쓸 수 있었으면. 나이가 든다는 건 새로울 것 없는 내일을 맞이하는 거겠지. 이러나저러나 루틴한 일상이 주어지면 좋겠고 그걸 견디는 힘도 주시면 좋겠다.
아직은 엄두도 안나는 미래이고 그때까지 단기 일용직을 전전할 수 도 있겠지만 죽기 전까지 내 일은 내가 스스로 할 수 있기를…
‘건강한 냉정함이 답일 때가 있어.’라고 욘나는 말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에게 필요한 결정적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건 마리였다. 함께하는 사람을 위한 가장 현명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늙어가야겠다. 설령 그게 헤어짐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