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생각하기
작가님은 영화가 좋아서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인데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써 둔 글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책 표지에 모든 힌트가 있다. 일러스트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집어 들었는데 아주 친절한 표지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호호호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윤가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좋아해 본 적이 있었나?
도서관도 없고 책 자체가 비싸던 시절에 책 보는 걸 좋아했다. 읽는 속도를 따라올 만큼 새 책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 본 책을 또 보고 또 봤던 거 같다. 그나마도 눈 나빠진다는 타박, 공부하란 소리에 몰래 숨어서 읽었던 기억. 시험 시간에 읽는 책은 왜 이렇게 재미있던지 ㅎㅎ
무언가 마음껏 살만한 돈이 없어서 구경도 제대로 못했다. 어차피 못 사는데 하는 마음에 늘 주눅 든 마음으로 상점에 들어갔다 나왔다. 유일하게 마음 편한 곳이 빵집이었다. 예전 양재역 4번 출구에 ‘이레 빵집’ 이 있었는데 오고 가는 길에 매일같이 들려서 한 바퀴 돌고 500원짜리 생크림 카스텔라 꽈배기를 들고 나와 저녁으로 먹곤 했다. 빵 냄새가 가득한 그 공간이 너무 좋았다. 어쩔 때는 그 500원 마저 없으면 눈치 보며 한 바퀴만 휙 돌고 올 때도 있었다.
그래서 교보문고가 좋았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있어도 아무것도 안 사도 뭐라고 안 하니까. ㅎㅎ
한때 영화를 엄청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보고는 했었는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했다.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같은 거라 닿을 수 없다고 생각을 했다.
연영과 출신도 아니고 예대 출신도 아닌 평범한 문과 애가 공연판에 기어들어갔다. 그 일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한 첫 번째 선택이었던 거 같다.
돈을 벌기 시작하자 공연 티켓을 사고. 그렇게 보다 보니 일을 하고 싶었고, 작은 제작사에 들어갔다. 물론 일 하는 동안 대표의 폭언과 비상식적인 행동들 때문에 힘들었고 계속되는 야근과 무리한 일정 때문에 몸이 너무 아파서 얼마 못 버티고 멈춰 버렸지만 그래도 좋았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엄두가 안 났었다. 회사를 그만두고도 한동안 대표가 옆에서 소리를 지를 거 같은 환청과 악몽에 시달렸었는데 그게 그렇게 괜찮지 않았나 보다.
다행히 시간은 흘러 흘러 좋아하는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교보문고에 가서 아이들이 원하는 거 한 개씩 딱딱 사서 나올 수 있게 되었고 공연도 볼 수 있고 뮤지컬은 아니지만 창작하는 일을 서포트하고 있다.
작가님이 영화를 만들다 번 아웃을 겪는 시간에 좋아하던 것들에 대해 하나씩 쓰다 보니 다시 영화가 좋아졌다고 한다. 작가님 좋아하는 것들이 나도 좋아하는 것들이라 나도 기분이 말랑말랑해졌다. 그래서 나도 좋아하는 일들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나씩 차근차근 찾아봐야지. 일단 작가님이 만든 영화를 봐야겠어 ‘우리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는 일이다. 인스타에 끼적 거라다가 하나의 주제로 모아두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내 글만 보고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감사한 마음이다.
마음 같아서는 뒹굴거리며 책이나 보고 끼적거리고 싶지만 좋아하는 일이 잘 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도 있으니 일상을 기쁘게 살자. 호호호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