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토니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겠다는 결심이 서자마자, 우리 가족은 일사천리로 원장님에게서
강아지를 분양받아 데려왔다.
까만색과 회색빛이 섞인 작고 여린, 토니와 같은 포메라니안과 스피츠가 섞인 일명 '폼피츠' 종 이었다.
이손 저손 타면서 바쁘게 움직였던 게 어린 강아지에게는 많이 피곤했던 것일까?
원장님의 품에서 너를 받아 차에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작은 몸을 웅크린 채 쌔액쌔액- 숨을 내뱉던
한 뼘 남짓한 작은 솜뭉치 같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토니는 아이언맨을 따서 지었으니까, 토니의 소중한 짝이 되기를 바라면서, 얘는 페퍼로 할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토니에게 드디어 짝을 만들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이 난 우리는
그저 들떠서 너에게 페퍼라는 이름을 지어주면서, 토니와 페퍼의 만남이 분명 토니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자만하며 페퍼를 품에 꼭 안고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설마가 좋아하는 건 사람 잡기라는 걸 그때는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차에서 내려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도 나와 동생은 그저 신이 났다.
'분명 토니가 좋아하겠지?' , '이제 토니가 외롭지 않을 테니까 죄책감이 좀 없어지겠지!'
들뜬 마음으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쪼르르 반기러 나오던 토니를 보고 신이 난 우리는 품 안의 생명을
신이 난 목소리로 서로 앞다투어 소개하기 시작했다.
"토니야! 이거 봐! 네 친구야! 어때? 너무 좋지? 귀엽지?!"
처음 보는 강아지에게도 꼬리를 살랑거리는 사교적인 토니였다보니 당연히 페퍼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던
그때의 나를 만날 수만 있다면, 짝-소리가 나게 등을 때려주고 싶다. 모든 상황에는 예외가 있노라고 말이다.
토니의 앞에 페퍼를 내려놓으며 사이좋게 노는 두 강아지의 모습을 기대했던 우리 가족에게 예상치 못한
토니의 반응이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여기서 뒤통수를 거하게 때릴 줄이야.
꼬리를 치며 다가오던 토니가 일순간 멈칫하더니, 책상 아래로 쪼르르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당황한 우리 가족은 토니를 간식으로 유혹하면서 반 강제적으로 친목을 도모해 주려 애쓰기 시작했다.
토니의 감정은 전혀 헤아리지도, 헤아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토니야! 나와봐~ 너랑 같은 강아지 친구야! 사이좋게 둘이 놀아야지~"
애처로운 우리의 부름에도 그저 더 깊이 책상 안으로 숨어버린 토니는 장난감을 뺏긴 아이처럼
작은 몸을 말고 책상 아래로 숨어버렸다. 그 좋아하는 간식도 산책의 유혹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이다.
이 작은 강아지에게는, 토니에게는 친구가 필요하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낯을 가리는 사람 유형처럼 토니도 처음 만난 이 강아지가 낯설었건 걸까?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철없던 우리는 그저 실망 가득한 물음표만 머리 위로 가득 띄운 채로, 페퍼가 온 첫날밤을 흘려보냈다.
다음날, 그다음 날도 페퍼가 거실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모습에 토니는 책상아래 숨어서 나오지 않았고,
어쩌다 볼일을 보러 나온 토니를 페퍼가 쫄쫄 따라가면 줄행랑을 치는 일상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갖은 노력에도 토니는 좀처럼 마음을 쉽게 열지 않고 도망 다니며 강제로 만들어진 친구의 존재에 대해
우리를 원망이라도 하는 것처럼 큰 두 눈을 부릅뜬 채로 구석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답답함을 못 이긴 내가 대뜸 툭 내뱉었다.
"아니 대체 왜 토니가 페퍼를 피해 다닐까? 얘 다른 강아지 좋아하잖아?"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고,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도 못했던 치기 어린 열정만이 가득하던 집사였다고,
이제 와서는 정말 뼈아프게 느끼곤 한다. 정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을 텐데...
먼저 토니에게 의사를 물어봤어야 했고, 데려오기 전에 토니가 페퍼를 짧게라도 마주치면서 조금씩
페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자연스러운 상황들을 만들어주었어야 했다.
바보같이 짧은 생각과 순간의 결정의 대가는 정말 혹독한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그저 단순하게 토니와 페퍼가 친해지기만을 바라며 말이다.
바보 같은 노력들이 반복되던 일상의 틈새로 그렇게 재앙의 부메랑은 소리도 없이 날아왔고
스스로 불러온, 아주 힘들고 괴로웠던 그저 토니가 버텨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이
토니가 5개월을 지나던 겨울의 초입이 다가오던 11월의 어느 날,
페퍼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토니가 생사를 넘기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