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내가 최선이면 좋겠다.

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by 타이타

21. 다사다난한 삼둥이의 첫 예방접종.




삼둥이의 첫 예방접종은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지나 어느덧 하루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아직은 워낙 작은 몸집이다 보니 아기들에게 맞는 하네스는 있지도 않은 터라 안전하게 삼둥이를 차에 태워서 데려갈 방법을 고안하던 우리는, 이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가져왔던 중간 크기의 상자에 담요를 두툼하게 깔아서 임시 카시트처럼 만들어 옮기기로 결정을 내렸다.


속전속결로 상자의 사면을 가위로 잘라내고 담요를 알맞게 접어 바닥에 깔아 둔 뒤, 가장 커다란 담요로 사면을 덮듯이 깔아주니 제법 그럴싸한 임시 카시트가 완성되었다. 완성된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자 탑승이 허락되지 않은 토니가 잽싸게 상자로 뛰어들어 빙빙 돌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물건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토니야, 이거 네 새끼들이 타고 갔다 올 건데? 아빠가 타는 게 아니라고~"


어느새 상자 가운데 자리를 잡아 배를 깔고 누운 토니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엄마가 말을 이었다. 제법 안락한 상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나올 생각을 않는 토니의 모습을 본 삼둥이는 아직은 높은 상자의 벽에 막혀 연신 낑낑거리며 자신도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는 신호를 보내었다. 낑낑거리는 소음에 결국 자리를 양보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토니는 기지개를 한 번 쭉 켜고는 폴짝 상자에서 내려왔다. 그제야 공석이 된 상자에 나와 동생은 삼둥이를 안아 상자 안쪽에 내려주었고, 또 새로운 공간 탐험에 신이 난 삼둥이는 셋이 들어가 제법 좁아진 상자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내일 요 상자를 타고 어디를 갈지는 꿈에도 모른 채로 방실거리는 삼둥이였을 터였다.




대마의 삼둥이 첫 예방접종의 아침이 밝았다. 오후에는 수술 일정이 몰려 있으니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 오시는 편이 가장 한가할 것이라는 간호사님의 귀띔덕에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인 우리는 전날 미리 준비해 둔 상자에 삼둥이를 싣고 비장하게 현관문을 나섰다. 삼둥이에게는 첫 예방접종의 날이기도 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가보는 바깥세상인 만큼 군데군데 쌓인 눈과 풍경들을 구경시켜 주는 첫 순간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이르게 집을 나선 우리 가족이었다.


병원 근처의 공원 구석에 차를 댄 우리는 상자에서 꼬물거리는 삼둥이들을 각각 안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엄마는 토니와 지바의 줄을 잡고 먼저 내리셔서 한 바퀴를 도시면서 미리 배변도 마치고 겸사겸사 주변을 살펴보셨고, 크게 위험한 부분이 없음을 확인하곤 차 안에서 지켜보는 우리에게 손짓을 하셨다. 약간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공원에 들어선 우리 셋은 눈이 녹아서 맨질맨질한 땅바닥에 삼둥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우와! 여긴 어디야? 너무 신기해! 재밌어! 너무 좋아! 신나! 야호!


겁 없는 삼둥이들이 말을 할 줄 알았다면 분명 저렇게 소리칠 것 같았다. 온 얼굴에 세상 처음으로 맞이한 땅바닥과 끝없이 높은 하늘, 차가운 바람부터 주변의 풍경까지 눈에 박혀 들어오는 모든 풍경들이 다 처음 보는 것들이다 보니 겁도 없이 신이 난 삼둥이는 폴짝거리며 주변으로 뛰어다녔다. 말 그대로 정말 한 껏 신난 모양새의 삼둥이를 보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소리 내어 내뱉었다. 토니가 처음 산책하던 순간에는 한 껏 얼어붙어서 몇 걸음 가지 않고 안아 달라고 폴짝이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보니, 정말 이렇게 다른가 싶은 마음에 절로 터져 나온 웃음이었다.


덩달아 신이 난 우리 역시 자세를 낮추어 행여 넘어지려고 할 때 바로 잡아줄 수 있도록 양손을 활짝 편 채로 대기 자세를 타고 있었고, 그런 우리의 뒤태에 더 빵 터진 엄마의 웃음이 조용한 공원을 메아리치며 울렸다. 강아지도 사람도 모두가 신이 난 오전의 첫 산책이었다.




시간이 10시 정각을 가리킬 때쯤, 삼둥이를 품에 안고 병원에 도착했다. 막 오픈 준비를 하던 간호사분께서 조그만 솜뭉치 셋을 보시고는 귀여움을 온몸으로 표현하시며 접수를 도와주셨고, 곧이어 안쪽에서 가운을 갈무리하던 원장님께서도 이제 겨우 두 달 남짓 되어가는 놈들 치고는 등치들이 좋다며 지바가 너무 많이 먹였나 보다고 장난스러운 농담을 건네오셨다. 삼둥이에게 쏟아지는 칭찬에 덩달아 뿌듯해진 우리는 삼둥이를 품에 고쳐 안으며 진료실 안으로 들어섰다.


"아기들 접수 이름 어떻게 할까요, 보호자님?"


1차 예방접종에 맞춰 주사기를 준비하러 자리를 비우신 원장님의 자리로 간호사분이 다가오셔서 말을 건네셨다. 5차까지 예방 접종을 기록하려면 아기들 체중과 함께 기록을 남겨두고, 토니와 지바처럼 수첩을 만들어 주시겠다는 말을 덧붙이시며 친절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은 간호사님의 말을 끝으로 이름을 하나씩 말하면서 이름 짓기 대회에 대한 썰을 신나게 풀어대던 우리의 입을 다물리게 만든 건 원장님의 현실적인 질문이었다.


삼둥이 한 집에서 다 키우시려고요? 힘드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그 순간 신이 나서 떠들던 우리의 입은 일제히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처럼 다물리고 말았다. 삼둥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태어나기도 전부터 고민하다 남동생의 말을 끝으로 기억의 안쪽으로 밀어둔 고민이 예고도 없이 수면 위로 끌어올려진 탓이었다.


사실 이 고민에 대한 솔직한 답은, 우리 셋의 마음에서는 이미 정해져 있는 부분이었다.

'키우고 싶다. 떨어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 고민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저 입을 다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경제적인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하는 건 엄마였으니까. 고등학생인 동생 둘과 이제 겨우 대학생이 된 내가 실제적으로 경제적인 보조를 할 수는 없었고, 온전히 100%를 다 책임져야 하는 건 엄마였기에, 그저 울상이 된 표정으로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엄마의 입에서 분양을 할 참이라는 말이 나와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둘을 키우는 것과 다섯을 키우는 것은 정말이지 시간도 돈도 차원이 다른 문제였으니 말이다. 그저 판결을 기다리는 죄인이 된 심정으로 초조하게 엄마를 바라보자, 그 시선을 느낀 엄마가 삼둥이를 하나하나 쓰다듬기 시작하시며 말을 꺼내셨다.


"네, 그럴 거예요. 이름을 지어주던 그 순간 이미 결심한 부분이니까요."



흔들림 없는 음성으로 엄마는 그렇게 오둥이를 오롯이 다 책임지겠다는 말을 하셨고, 단호하면서도 결심이 선 눈빛을 읽으신 원장님도 구태여 말을 붙이지 않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실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엄마의 뒤에서 마치 빛이라도 나는 것처럼 엄마가 위대해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멋있는 말이었다.

오둥이를 다 책임지겠다는 말이 쉽사리 내려진 결정은 아니라는 걸 지난 시간 동안 토니와 지바를 키워내며 여실히 느꼈던 탓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가슴속에 묵직하게 차오르는 책임감이 그 순간부터 우리의 세상은 삼둥이, 아니 오둥이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네 명의 사람과 다섯 마리의 강아지가 만나 만들어갈 앞으로의 시간들이 너무도 소중하게 지금까지 이어짐에 감사하게 되는 과거의 순간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시간을 흘러 너무도 감사하게 지금 이 순간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긴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진, 비로소 완벽해진 우리 가족의 완전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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