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내가 최선이면 좋겠다.

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by 타이타

20. 세 발짝 걷고 세 번 사고 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삼둥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흘러 봄의 초입까지 다가선 2월의 마지막 주쯤, 삼둥이들이 제법 총총 거리는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꼬물이들이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연장해 두었던 이불은 빠르게 걸음마를 터득한 삼둥이들에게는 너무도 좁은 공간이 되어 버렸고, 결국 한 달여간 쳐 두었던 안방의 울타리를 완전히 걷어내면서 삼둥이가 처음으로 안방을 넘어 거실 밖으로 나오는 자유를 얻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삼둥이들은 한 달 동안 쌓아왔던 사고력?! 을 마음껏 발휘하기 시작했다.




안돼애애!! 거기서 오줌 싸면 안 돼!!

야! 그거 입에 넣으면 안 돼!! 에비!! 에퉤퉤해 빨리!!!

저거 위험한 거 아니야?! 저거 치워 빨리! 으아아아! 잠시만!!


아직 배변훈련이 되지 않아 여기저기 찌이익- 소변 실수를 하는 삼둥이들 덕분에 거실에 깔아 둔 회색빛의 카펫은 여기저기 동그란 얼룩이 바둑판처럼 수 놓이고 있었다. 삼둥이의 배변 실수가 콜라보가 되니 사고 치는 횟수도 양도 뭐든지 3배가 되어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을 점점 넘어가고 있었고, 사고 치는 스케일도 점차 커지기 시작하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리 집은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들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신나서 여기저기 총총거리며 돌아다니는 삼둥이에게 화를 낼 수도, 다시 안방으로 행동반경을 좁혀버릴 수도 없다 보니 그저 포기하고 해탈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 셈이었다. 뭐가 잘못인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삼둥이는 갑작스럽게 확장된 세상에 그저 헤실헤실 웃으며 거실부터 베란다까지 사고 치는 범위를 확장해갈뿐이었다. 한숨을 쉬며 걸레를 카펫 위에 깔고 손으로 꾹꾹 누르는 우리 곁으로 다가온 이안은 그저 신이 난다는 듯이 꼬리를 붕붕 흔들며 하얗게 올라오기 시작하는 이빨을 세워 손가락을 앙앙 물어댔다.


'그래, 니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니.'


사람도 태어나서 2년 가까이 기저귀를 찰 정도로 배변 가리는 일이 어려운 부분인데, 아무렴 이제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아기 강아지들이 갑자기 척하니 소변을 가리는 게 더 이상일 일일 터였다. 우리 셋을 키우면서 이미 사고 치는 인내심에는 도가 튼 엄마는 그저 이놈들이 건강해서 배변 활동도 원활한가 보네, 좋은 일이지~라는 말과 함께 너털웃음을 지으실 뿐이었다.




1월의 끝자락에 태어난 삼둥이 엘리, 이안, 루시 요 삼둥이들이 태어난 지 한 달 반이 지나갈 무렵부터 분홍빛의 작은 잇몸으로 하얗게 앞니가 뚫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작은 쌀알 반쪽보다도 작은 크기의 이빨들이 오밀조밀 올라오는 모습이 뭐라고 그렇게 귀여웠는지 모를 일이었다. 헤헤 거리며 팔랑거리는 혓바닥 아래로 언뜻언뜻 보이는 새하얀 이빨들이 꼬물이들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지표처럼 느껴져서 괜스레 뿌듯해지는 집사의 마음이었다. 처음 해보는 새끼 강아지 육아가 매 순간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답이 없는 벅찬 육아에 지쳐가는 우리였다 보니, 마치 하나의 보상처럼 소소한 선물처럼 뽀르르 올라오는 작은 삼둥이들의 이빨에 다시금 힘을 내서 사고 처리반 역할을 수행해나가고 있었다.


네 다리에 완전히 힘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엄청난 뜀박질들이 거실 한 복판을 가르기 시작했다. 육상 선수가 꿈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체 못 하는 에너지들을 온몸으로 발산하며 거실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삼둥이들 덕분에 거실 중간을 차지하고 있던 원목의 책상은 거실 한편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이쑤시개보다도 얇은 뼈마디를 가진 연약한 삼둥이들이 행여 부딪혀 다칠까 봐 염려하던 동생들이 결국 우리의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마음을 먹고 책상을 구석으로 옮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더 넓어진 거실의 운동장에 신이 난 삼둥이들은 달려오는 서로의 스피드를 이겨내지 못하고 엉켜 부딪히거나 뒹굴면서 깡깡 거리는 소리를 내며 성을 내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동작이 화가 난 모양인지 세상 무서운 표정으로 깡깡 거리며 짖는 삼둥이들을 보며 어이없는 실소가 터져 나왔고, 그런 우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바쁘게 몰려다니던 삼둥이들이 어느샌가 여기저기 흩어져서 널브러진 모습 그대로 도롱 도롱 잠에 빠져들었다.




새끼들이 바쁘게 쏘다니기 시작하면서 지바의 육아 범위도 덩달아 늘어나게 되었다. 보통 한 달 반 정도가 지나면 새끼들을 돌보는 일이 소홀해진다던데 지바는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바쁘게 새끼들이 돌아다니는 반경을 눈으로 좇던 지바는 새끼들이 지쳐 잠들거나 낑낑거릴 때마다 소파에서 내려가 새끼들을 살펴보기 바빴다. 혹시 뭔가 불편한 건지, 배가 고픈 건 아닌지 살뜰하게 새끼들의 눈가를 핥으며 육아를 이어가는 지바는 정말이지 백 점 만점에 천 점짜리 엄마 그 자체였다.


우리 지바가 엄마 닮아서 모성애가 참 남다르네~

소변패드가 똑 떨어져 병원에 들른 엄마에게 원장님이 꼬물이들의 근황을 물어 오셨고, 새끼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데도 성실하게 새끼들을 돌보는 지바가 대견하셨던 엄마의 폭풍 자랑에 원장님이 덩달아 맞장구를 쳐주신 모양이었다. 잔뜩 어깨가 높아져서 집으로 돌아온 엄마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사랑스러운 감정이 뚝뚝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저 가장 좋아하는 엄마가 집으로 돌아와서 꼬리를 붕붕 소리가 날 정도로 세차게 흔드는 지바를 품 안 가득 끌어안은 엄마의 온 얼굴을 연신 핥던 지바와 밑에서 저도 봐달라는 것처럼 폴짝이는 삼둥이가 만들어내는 따뜻하고 포근한 광경이 퇴근길 엄마에게 가장 큰 행복이 되어주고 있었다.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퇴근한 엄마가 소변패드를 우리에게 건네주면서, 아직도 꼬리를 붕붕 흔드는 토니 패밀리를 보던 중에 아차- 하는 소리와 함께 손뼉을 맞부딛히셨다. 갑작스러운 손뼉 소리에 우리의 시선이 엄마에게로 모여들었고, 뒤이어진 엄마의 음성에 우리의 시선은 일제히 삼둥이에게로 쏠리기 시작했다.


"아참! 원장님이 삼둥이 조만간 데리고 오라시더라. 예방접종 슬슬 시작해도 될 것 같다시던데?"


삼둥이는 알 턱이 없는 공포의 병원 열차가 그렇게 서서히 엔진에 열을 가하며 출발하고 있었고, 이놈들 이제 큰일 났네- 킥킥 거리는 웃음소리가 여상히 뱉어진 엄마의 말 끝을 장식하며 다가오는 병원행을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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