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다이내믹했던 둘째 출산이 끝난 지 40여분 쯤 지나자, 지바는 마지막 진통이 오는지 끼잉- 하는 소리를 내며 아랫배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새끼들이 행여 거치적거릴까 봐 다시금 베이비박스로 옮겨둔 나는 지바의 배를 쓸어주는 엄마를 확인하고 마지막 가위 소독을 끝내고 자리에 앉아 지바에게 소리 없는 응원을 전하기 시작했다.
'지바야, 마지막이니까 좀만 더 힘내보자! 진짜 너무 장하다 내 새끼.'
그 시점에서 내 머릿속에 순간 끼어 들어오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원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본래 새끼 출산 전에 물고기 부레처럼 동그란 공기주머니가 왔다 갔다 하면서 산도를 넓힐 거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바의 첫째 출산에서는 이미 양막이 어느 정도 터진 상태로 나왔다 보니, 어쩌면 그 작은 '봉지?'도 함께 터진 걸까-
짧은 생각을 끝으로 꿀럭하는 소리와 함께 셋째, 우리 집의 찐 막내 강아지가 세상에 나왔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지바의 출산이 모두 끝이 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엄마와 나는, 지바가 태반을 먹지 않도록 서둘러 출산 자리를 정비하고 소독한 가위로 아기를 지바와 끊어내었다.
둘째의 출산이 워낙 험난했다 보니, 셋째는 정말이지 순산의 표본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양막도 찢어지지 않고 지바 뱃속에 있던 자세 그대로 나왔으니 말이다. 잔여물을 치우던 중에 양막 옆에 붙어있는 작은,
문제의 그 '봉지'를 발견한 나는 결과적으로는 전부 들어맞았던 원장님의 조언을 떠올리며 그제야 비로소 무사히 출산을 마쳤다는 방점을 찍어낼 수 있었다.
"얘들아! 지바도 새끼도 건강하다!! 새끼들 색깔이 다 달라서 실은 필요도 없었어~ㅋㅋㅋ"
신기하게도 세 마리의 색깔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싶었던 건지, 정말이지 완벽하게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세 선물들은 지바의 배에 찰싹 붙어 열심히도 젖을 빨아댔다. 그런 새끼들을 연신 핥아주며 처음 해보는 엄마 역할을, 지바는 첫날부터 너무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첫째는 흰색 털의 여자아기.
둘째는 토니와 같은 알록달록한 남자아기.
셋째는 지바와 같은 갈색빛의 여자아기.
(봉지가 이 꼬물이에게 달려 있던걸 보면, 아마도 얘가 뱃속에서는 첫째였던 것 같다ㅎㅎ)
새끼들이 태어나 첫 식사를 마치고 나니, 지바는 연신 엉덩이를 핥아주며 능숙하게 배변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이 부분까지 도와주는 게 맞을지 고민하던 짧은 찰나에 지바는 어느새 마지막 셋째까지 능숙하게 배변을 받아내고는 헥헥거리는 숨을 내뱉었다.
"지바야, 네가 백 번은 낫다. 진짜 누구 딸이 이렇게 야무진 지 모르겠네."
하하하 너털웃음을 내뱉은 엄마도 그제야 모든 긴장이 풀리셨는지, 지바에게 분유를 탄 그릇을 쓱 밀어주었다. 본래라면 혹시나 지바가 새끼를 돌보지 않을까 봐 준비한 새끼용 식사였지만, 깔끔하게 그걸 쓸데없는 걱정으로 정리한 지바의 모성애에 준비한 분유와 주사기 모두 행선지를 잃은 셈이었다. 워낙에 고 영양인 성분들이 가득하다 보니, 막 출산을 마친 지바에게 주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고소하게 퍼지는 분유 내음에 지바도 코를 킁킁거리더니 허겁지겁 분유 한 그릇을 비워내었고, 우리는 하루종일 삶고 있었던 돼지 족의 살을 발라 분유에 함께 넣어 주었다. 젖이 잘 돌게 도와준다나 뭐라나 여러 가지 카더라 통신에서 쏟아진 정보들이었지만, 체력 회복에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고와 기름을 완전히 제거한 정성의 집합체인 셈이었다.
배가 제법 부르는지 그제야 한 번에 와르르 쏟아지는 피로에 지바는 몸을 모로 뉘어 새끼들을 품에 안고 긴 하루의 끝을 마무리하며 도롱도롱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내둥 밖에서 안방을 기웃거리던 토니를 조심히 안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토니의 새끼들이기도 하니, 아빠라고 소개도 해주면서 서로 인사하렴-이라는 생각으로 토니가 안방에 진입한 지 10초도 되지 않은 순간,
지바가 번쩍 눈을 뜨고 토니를 향해 사납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토니가 이 이상 다가오면 진짜로 꽉 물어버릴 기세로 으르렁 거리는 지바의 낯선 모습에, 토니도 우리도 당황감을 감추지 못하고 어버버 거렸다. 토니가 새끼를 해치기라도 할 것 같았나...? 품 안으로 새끼를 더욱 감추며 경계 어린 눈빛을 내뿜는 지바에, 나와 동생은 일단 토니를 안고 한 발 후퇴하기로 했다.
당황감으로 가득 물들어버린 토니와 새끼들의 첫 만남과,
길고 험난했던 지바의 첫 출산의 끝이 난 1월 23일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