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내가 최선이면 좋겠다.

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by 타이타

16. 새해에 새 선물을 안겨준 선물 같은 지바에게, part. 2



지바가 기절해 버렸다.


벌써 2시간이 넘게 이어지는 출산의 통증이 버거웠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힘을 쥐어짜 내며 애써

버티던 지바가 결국 체력의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는지, 풀썩 고개를 옆으로 뉘인 채로 눈을 감고 치받는 호흡만을 가쁘게 내뱉을 뿐이었다.


이런 경우는 내가 준비했던, 연습했던 예상 시나리오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지난 2주 동안 블로그부터 유튜x, 하다못해 트위x까지 뒤져가며 수백 수천 건의 게시물들을 보고 또 보았지만, 이렇게 출산 중에 새끼가 반절만 나온 채로 기절하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는 내용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패닉으로 빠지려던 찰나, 엄마는 지바를 흔들어 깨우시면서 나에게 소리치셨다.


"전화해!! 빨리!!!"


그제야 다급하게 휴대폰을 켜고 원장님의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덜덜 떨려오는 손으로 휴대폰을 몇 번씩 고쳐 잡으며 통화음이 10초쯤 울렸을 때, 늘 해오던 인사치레를 과감히 생략한 채 무슨 일이냐고 휴대폰 너머로 전에 없이 다급한 원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서없이 나열되는 단어를 겨우겨우 하나의 문장으로 뭉쳐내며 지바의 상태를 원장님께 토시 하나 빠지지 않고 전달했다.


"지바가 둘째를 낳다가 힘에 부쳤는지 기절을 했어요. 아니 의식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기가 반절만 나와서 얼굴은 여전히 지바 몸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어쩌죠, 원장님...?"

지바의 상황을 들은 원장님께서는 짧은 침음과 함께 지금 배까지는 나온 상태인지 재차 물어오셨고, 그렇다고 답하는 내 대답을 끝으로 그 정도 나온 상태면 배 부분까지 수건으로 감싸고 살살 잡아서 빼도 된다는 답을 건네주셨다. 아기가 지금 꽤 숨을 참았을 수도 있으니, 혹시 숨을 안 쉬면 코와 입을 입술로 감싸서 기도를 막은 양수를 빨아내라는 말을 끝으로 휴대폰을 던진 나는, 통화를 종료하지도 않고 수건을 집어 아기를 감싸기 시작했다. 엄마의 노력으로 지바는 겨우 정신을 다시 차렸지만, 힘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는지 가물거리는 눈을 끔뻑이며 정신을 차리는데만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상태였다.


"어떻게 하래?"

"잠깐만 엄마, 일단 해볼게."


해결법을 물어오는 엄마에게 대답할 시간도 여유도 없던 나는 수건으로 꼼꼼히 감싼 아기를 잡고 살살살 뒤로 당기기 시작했다. 행여 작은 몸이 다칠까 봐, 부러지기라도 할까 봐 최대한 손에 힘을 빼고 당기자 신기하게도 서서히 아기의 가슴께까지 몸이 빠지더니 이내 얼굴이 뽁 소리를 내며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렇게 내 손으로 받아낸 둘째를 소독한 가위로 서둘러 탯줄을 자르고 스탠드의 가는 불빛에 비춰보았다.


끼앵거리는 소리도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혓바닥을 약간 입 밖으로 내민 채로 둘째는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패닉 할 시간도 절망할 여유도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오직 손안에 따뜻한 온기를 내뿜고 있는 이 아기를 살리는 것만이 그 순간의 내게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원장님이 전달해 주셨던 해결책 중 2번째를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숨을 쉬지 않는 둘째의 코와 입을 입술로 막고 그 안을 막고 있는 것을 빨아내기 위해 츕 소리와 함께 입 안으로 가볍게 힘을 주자, 짭짤한 묽은 액체가 내 입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다급하게 입 속의 액체를 뱉을 생각도 못한 채 삼켜내었고, 다시 한번 스탠드 불빛에 아기를 비춰보았다. 제발 움직이기를 바라면서.


그때였다.


끼엥- 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혓바닥을 움직이기 시작한 둘째가 우렁찬 목소리로 낑낑거리며 제 존재를 알려오기 시작한 건.



첫째보다 큰 몸집으로 코까지 제법 검게 물든 우량아의 모습이 그제야 나와 엄마의 눈에 가득 들어찼고,

새끼의 칭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지바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정신을 찾기 시작했다.


"지바야, 이것 봐. 아가 살았다. 지바 이제 애가 둘이네."


본능적으로 새끼를 핥으며 젖을 물린 지바가 사라진 첫째를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갸웃거렸고, 베이비박스에서 낑낑거리는 첫째를 조심히 꺼내 품 안으로 돌려주자 그제야 안심이 된 것처럼 편한 자세로 누운 지바의 고른 숨소리와 새끼들의 젖 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정말 온몸의 긴장이 다 풀렸던 것 같다. 온몸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달달 떨려왔기 때문이었다.

짧은 순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내 체력은 애를 낳는 지바보다도 더 빠르게 소진되어 0을 뚫고 마이너스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겨우 침대에 몸을 기대고 숨을 돌리며 둘째 소식을 방 밖의 동생들에게 전하고, 이내 힘이 풀리는 다리를 침대에 털썩 내려놓았다.



그리고 40분 정도가 지났을까, 지바가 다시금 끼잉끼잉 거리며 통증을 내뱉었다.

대망의 마지막 셋째의 출산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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