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내가 최선이면 좋겠다.

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by 타이타

15. 새해에 새 선물을 안겨준 선물 같은 지바에게, part. 1



1월 23일 오후 6시, 지바가 첫 산통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66일을 꽉꽉 채워 지바의 뱃속에서 꼬물거리던 생명들이 이제야 나갈 채비를 마쳤는지, 아니면 오늘만을 기다렸던 것인지,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한 움직임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오후 이맘때쯤 거실을 빙글빙글 맴돌다 산실로 터벅터벅 들어간 지바는 낑낑거리며 비명을 내지르던 여느 동영상 속 출산하는 강아지들과는 다르게 벅찬 숨소리만 내뱉을 뿐, 소리 없이 진통을 삼켜내며 출산을 준비하고 있었다.


처음 느끼는 진통이, 아픔이 버거울게 분명함에도 소리 없이 가쁜 숨만을 내뱉는 지바에 울컥 치미는 눈물을 꾹 누르며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 우리는 그동안 연습한 대로 각자의 역할을 맡아 지바의 출산을 돕기 시작했다. 가장 경험이 풍부한 엄마가 지바의 산실을 지켰고, 동생들은 새끼들을 닦아줄 따뜻한 수건을 한편에 두고 핫팩을 뜯어 아가들의 체온을 지켜줄 작은 베이비 박스 아래 넣어, 한창 산통이 진행 중일 방 문 앞으로 가져다 놓았다. 지바가 혹시 느낄 불안이 없도록 엄마와 내가 지바의 산실을 지키기로 했기에,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친 내가 탯줄을 자르기 위한 가위와 소독한 실을 들고 수건과 함께 조심히 방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이었다.



"발 보인다, 하얀색 발."



엄마가 손을 휙휙 까딱이시면서 방문을 열고 들어선 나에게 작게 속삭이셨다. 첫째 아가 발이 보인다고 하시면서. 너무 조용했던 산실이었다 보니, 아직은 큰 진통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게 산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킨 채로 쌕쌕거리는 숨소리만 들려올 뿐이었으니까.


벌써 지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의 지바가 나를 보더니 애써 꼬리를 살랑이며 반가움을 표해왔다. 그런 지바의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앉으니 정말 엄마의 말대로 흰색 털을 가진 작은 핑크색 발바닥이 빼꼼 나와 있었다.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아가의 발바닥이 꼬물거리며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제가 가진 힘을 다 하는 것처럼 꾸물거리며 밖으로 밀려 나오고 있었다.



쉬어버린 듯한 낑낑거리는 지바의 울음이 지속된 지 30분 정도 지난 6시 40여분 쯤, 지바는 첫째 아가를 무사히 출산했다. 알록달록한 털의 토니와 갈색빛 털을 가진 지바 사이에서 나온 새하얀 여자 아가였다.


6시 41분, 첫째 출산. 성별 여자.


불과 1분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없던 타이틀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엄마는 순식간에 할머니가 되었고, 나와 동생들은 조카를 가진 삼촌이모가 되었다. 지바와 토니가 우리에게 선물해 준 너무나도 벅차고 감격스러운 타이틀이었다.



생명 탄생의 순간의 감격에 어리바리하는 찰나, 지바는 제 새끼를 코로 밀어 품 안으로 데려와 바쁘게 이곳저곳을 핥아주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정말 모성애라는 본능으로 피와 체액들로 젖은 제 아가를 연신 핥아주던 지바는 가위를 들이댈 틈도 없이 저와 연결된 탯줄을 앞니로 물어서 끊어내곤 함께 딸려 나온 태반을 순식간에 삼켜내 버렸다. 영양 덩어리인 태반은 하나 이상 먹지 않도록 나머지는 치워주는 게 좋다고 하셨던 원장님의 말씀을 떠올리기가 무섭게 지바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탯줄부터 태반까지 능수능란하게 처리하곤 낑낑거리는 새끼가 젖을 찾아 물 수 있도록 배를 옆으로 깔고 누워 가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아직 두 마리의 출산이 남아있다 보니, 지바의 체력이 0이 되지 않도록 연신 헥헥거리는 지바에게 물그릇을 넘겨주었지만 겨우 몇 모금 할짝거릴 뿐이었다. 겨우 한숨 돌리면서 첫 꼬물이의 출산을 문 너머에서 온몸을 달달거리고 있는 동생들에게 전해주자, 동생들 역시 무음으로 출산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지 연신 헐... 하는 소리만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둘째 나오려나보다, 얼른 가위 들고 와!"



첫째를 낳은 지 30분 정도 지나자, 지바는 두 번째 진통을 하기 시작했다. 첫째보다 제법 통증이 심한지, 지바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지바로 인해 내내 젖을 물고 있던 첫째는 사라진 온기에 겁을 먹은 것처럼 끼엥끼엥-하는 작은 울음소리를 연신 내뱉었다. 지바가 편하게 자리를 다시 잡을 수 있도록 새끼를 작은 베이비 박스에 옮겨두고 그 위로 작은 수건을 얹어 가만가만 쓸어주었지만, 제가 원하는 온기와 손길이 아니었는지 연신 울음소리를 내는 새끼의 목소리에 지바가 움직임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지바야, 걱정하지 마. 네 아가는 언니가 잘 데리고 있을게. 대신 아파주지 못해서 미안해."


사람이었다면 땀에 흠뻑 젖은 모습일 것만 같은 지친 지바의 모습에 내도록 참았던 눈물이 내 눈에서 흐르기 시작했다. 한 번 터진 눈물은 흐느낌과 함께 계속해서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그런 나의 젖은 얼굴을 손으로 쓸어주며 다시금 손 소독을 하신 엄마가 무척이나 의연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신 차려. 우리가 단단하게 버텨야지. 지바가 지치지 않게."



그렇게 말하면서 지바 쪽으로 몸을 기울인 엄마는 지바가 옆으로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얼룩진 소변패드 위로 새로운 소변 패드를 덧대준 후 아래로 약간씩 힘을 주어 배를 쓸어주셨다. 그제야 지바도 다시금 자세를 잡고 끼잉-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번째 생명을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최선의 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째의 탄생보다 긴 시간 산통을 겪던 지바의 아래로 둘째의 알록달록한 몸이 절반 정도 밀려 나오며 무사히 둘째의 출산이 마무리되는가 싶었던 그때, 지바가 풀썩 소리와 함께 반쯤 일으켰던 몸을 무너뜨렸다.


그렇게 우리는 출산을 시작한 지 2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둘째가 아직 반절 정도 나온 그 순간, 처음이자 마지막 위기에 봉착하고야 말았다.


지바가 기절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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