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내가 최선이면 좋겠다.

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by 타이타

13. 쿵, 쿵, 쿵.



지바의 출산 준비가 한창이던 D-8일이 지나가는 날이었다.

조금은 늦은 출산 준비에 한창 열을 올리던 우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강아지 출산 관련 정보는 모조리 습득할 기세로 매일 눈을 뜬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유튜x, 네이x, 트위x 검색창으로 빨려 들어갔다. 읽었던 글을 또 읽고 읽으며, 초산인 강아지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적고 또 적었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비까지 할 수 있는 의료 지식까지 원장님께 꼬치꼬치 캐물으며 집요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준비를 위해 하루 온종일을 쏟아부으며 다가오는 출산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마쳐가고 있었다.




'초산이면 새끼를 잘 돌보지 않을 수도 있으니 분유는 필수입니다.'


매일같이 강아지 출산을 검색해서 최신순으로 정렬하며 새로운 정보를 훑어보던 나의 눈에 들어온 모 유명 블로거의 글이었다. 만 1살도 되지 않은 지바였다 보니, 초산에 앞서 아기가 아기를 낳는다는 것에 한가득 걱정을 품고 있던 찰나이다 보니 초산이라는 키워드로 올라온 그 글이 마치 돋보기로 확대된 것처럼 내 눈에 콕 박혀 들어왔다. 홀린 듯이 클릭해서 들어간 블로그는 우리와 같이 초보였던 한 집사님께서 1살이 막 넘은 반려견의 출산을 통해 겪었던 리얼한 경험담과 조언을 진솔한 문체로 남겨둔 공간이었다. 당시의 우리에게 너무도 필요했던 정보들이 즐비하기도 했지만, 진심 어린 조언과 사랑이 묻어나는 글에 하트를 누르며 무언의 존경과 감사를 표한 나는 곧바로 커머스 사이트를 켜고 강아지의 초유 성분이 있다는 분유와 주사기를 한가득 주문하며 묘하게 올라오는 뿌듯함과 함께 들뜬 목소리로 새롭게 안 사실을 떠들며 거실로 나갔다.


만삭의 느낌이 완연한 부푼 배로 인해서 그즈음의 지바는 꽤 자주 잠을 설치는 밤과 새벽을 보내다 보니, 딱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온종일 거실 책상 아래 제일 좋아하는 자리로 들어가 옆으로 몸을 뉘인 채로 꾸벅꾸벅 졸곤 했다. 조심조심 지바의 배를 쓸어주면서, 곧 태어날 꼬물이들이 젖을 찾아 무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배 부분의 털을 바짝 밀어둔 배가 행여 시릴까 싶어 담요를 덮어주려던 찰나였다. 지바의 배가 올록볼록 움직이고 있었다. 크고 작은 움직임들이 지바의 둥근 배 이쪽저쪽에서 꾸물거리며 형태를 내보여왔다. 마치 제 존재를 저마다 우리에게 각인시키려는 것처럼 이리저리 꾸물거리는 생명들의 약동이 맞닿은 손바닥으로 리얼하게 와닿았다.


'고모 8일 뒤에 만나! 나 건강하게 태어나서 모두를 만나러 갈게!'


손바닥 사이로 느껴지는 작은 움직임과 두근거리는 심장박동 같은 태동이 마치 내게 그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곧 만나게 될, 우리와의 만남이 꼬물이들에게도 견생 최고의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담아 손바닥을 비벼 따뜻한 온기를 꾹 눌러 넣으며 그렇게 카운트다운은 어느덧 일주일이라는 럭키 7의 숫자로 코 앞에 다가왔다.




7일 앞으로 출산일이 다가온 날부터, 지바가 새벽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점점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는 꼬물이들이 지바를 괴롭히는 모양이었다. 낑낑거리는 소리에 놀라 불을 켜면, 지바가 침대 가장자리에서 빙빙 돌면서 어딘가 불편하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표출하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겪는 몸의 변화와 아려오는 통증이 분명 제 딴에도 낯설고 무서웠는지 무언의 도움을 요청하는 지바를 그 맘 때의 우리 가족은 순서를 정해 돌아가며 배를 쓸어주며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로 꾸벅꾸벅 졸았던 것 같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언니 손은 약손. 꼬물이들 코 자자, 고모가 쓰다듬어줄게."


이 노래 저 노래 섞어가며, 나름대로의 바람과 부탁도 섞어가며 두서없이 앉은 자세로 새벽을 지새웠다. 1월의 겨울방학인 이 시간에 감사하며 조금만 더 버티자, 할 수 있다. 지바보다 우리가 힘들게 뭐가 있겠어. 등과 같은 말들로 서로에게 응원을 건네며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꼬물이들의 태동을 손바닥으로 슥슥 쓸어주며 겨울의 긴 밤을 하루하루 흘려보내던 중이었다. 갑작스러운 청천벽력이 우리에게 떨어진 건.


"2박 3일 출장이라고?!!!"


갑작스러운 통화를 끝으로 엄마의 입에서 날아온 말은 우리 모두의 멘탈을 탈탈 쥐고 흔들 정도로 거센 폭풍을 일으켰다. 요는 엄마의 팀원이 간 출장지에서 이슈가 생겨, 엄마가 교육 + 수습을 위해 경기도 회사 소재의 연수원으로 급히 출장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사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엄마는 3일째 되는 날은 오전에 빠르게 집으로 내려갈 수 있게 스케줄을 조정하겠다는 회사의 약속을 받아내시곤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반 강제적인 수락을 넘겼다고 한다. 예상에도 없던 갑작스러운 출장이 가져오는 불안의 꼬리는 총 3가지였다.


첫째, 2박 3일의 출장이 걸린 날짜가 바로 지바 출산 예정일인 64일에서 66일 사이였다는 것.

둘째, 혹시나 응급 상황이 생겨 병원에 가야 할 경우에 이용할 차량이 없다는 것.

셋째, 우리 셋보다 임기응변에 백배는 능한 엄마가 부재중이라는 것.


엄마의 한숨을 끝으로 우리 모두의 입에서 맴도는 말은 단 한 가지였다.


'우리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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