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내가 최선이면 좋겠다.

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by 타이타

18. 완벽한 산후조리를 위해서.



마치 태어난 순간부터 이 날만을 위해 모성애를 완벽하게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지바는 놀라울 정도로 새끼들을 잘 돌보는 '대상 감 엄마' 그 자체였다. 정말 내재된 본능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엄청날?! 줄은 몰랐던 우리는, 그저 지바를 어리다는 이유로 새끼를 제대로 돌보지 않을까 잠시 의심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새끼 젖을 먹이고 품어 내느라 제대로 밥을 챙겨 먹지 못하는 지바에게 정성껏 준비한 특식들을 매 끼니마다 임금님 수라상처럼 올리기 시작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강아지도 출산 이후에는 체력도 건강 상태도, 몸 컨디션도 예전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영양 보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초록창의 반려견 출산 선배님들의 조언에 고개를 주억거린 우리 가족은 끼니별로 돼지 족발부터 동물병원에서 공수한 고영양 건강기능 성분들까지 고루 섞은 특식을 끼니마다 지바에게 바치기 시작했다.


기미 상궁만 없을 뿐이지 정말 임금에게 수라상을 올리는 수라간 상궁들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며 물리지 않는 새로운 요깃거리들을 만들고, 게 눈 감추듯 빠르게 밥그릇을 비워내는 지바의 모습에 만족하며 제법 능숙한 출산 후 관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저것 봐, 요놈들 한 1m는 움직인 거 같은데?!



지바의 컨디션이 생각보다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감에 따라 꼬물이들도 하루가 다르게 움직임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내도록 지바의 배에 붙어 젖을 먹고 잠만 자던 꼬물이들이 일주일이 지나갈 무렵부터 제법 움직임이 늘어 이불로 가볍게 턱을 만들어둔 가장자리까지 꾸물거리며 나름의 '꼬물이 대 이동'을 이뤄내고 있었다.


특히 출산 순간부터 사람 애간장은 있는 대로 들었다 놨던 둘째 꼬물이는 시간대별로 동서남북 여기저기로 제법 넓은 반경을 움직이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놈을 보면 숨도 내쉬지 않은 채로 굳어있던 모습이 떠올라서 중간중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다. 워낙 작은 숨소리를 내뱉는 꼬물이들이기도 했지만, 행여 새끼가 추울까 싶어 북실북실한 털로 새끼들을 품고 꽁꽁 싸매는 지바 덕분에 혹시 숨 쉬기가 어려운 건 아닐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들여다보며 새끼들의 상태를 여실히 살펴내는 것이 우리 가족의 공식적인 하루 루틴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지바는 출산 후 일주일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토니를 향한 경계를 누그러뜨리곤 코 앞까지 토니가 다가오더라도 더는 으르렁거리지 않았다. 아마도 막 새끼를 낳은 지바에게는 토니가 제 새끼를 해칠 수도 있는 경계의 대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혹시나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고려하고 있었던 훈련사와의 교육은 다행히 지나쳤던 걱정의 산물로 끝을 맺었다.


새끼들의 젖을 배불리 먹이곤 쌔액쌔액 고른 숨을 내쉬며 잠에 빠진 지바의 옆에서 꼼질거리는 새끼들이 아직은 어린 토니의 눈에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연신 코를 킁킁 거리며 한 마리, 한 마리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으며 자신의 영역?! 에 새롭게 발을 들인 (토니 입장에서는) 귀여운 세 마리의 침입자들을 검사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귀찮은 듯 토니에게는 큰 반응 없이 드러누워 잠에 빠진 지바, 그리고 통통히 부른 배를 뽐내며 그 곁에서 잠에 취한 세 꼬물이, 그리고 이 꼬물이들의 아빠이자 지바의 남편이 이 철딱서니 없는 토니라니...





세상에 이렇게 개구쟁이 아빠가 또 있을까?


이제 겨우 2살밖에 안 된 토니와 곧 있으면 1살이 되는 지바 사이에서 벌써 세 마리의 새끼가 태어나다니, 정말 시간도 빠르고 사건 사고도 빠르게 일어났다는 생각이 문득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기억을 더듬다 보니, 어느새 나는 강아지 거리에 엄마 손을 잡고 구경을 가던 과거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있었다.


정말이지 그 철부지가 벌써 다섯 마리의 집사가 되다니, 이래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이 그때부터 묵직하게 가슴 한편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서툴지만 지난 시간 동안 강아지와 함께 사는 것에 얼마나 많은 책임이 따르고, 시간이 필요하고, 경제적인 부분들이 깨져 들어가는지 여실히 깨달은 탓이었다.


꿈과 희망만 가득 찼던 예비 집사에서 어느덧 현실을 꽤 마주해 버린 현실 집사가 되다 보니, 그때부터 우리가 이 다섯 마리를 온전히 다 책임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피어올랐다. 이제 겨우 눈을 1/3 정도 떴을까 싶을 정도로 작고 여린 세 꼬물이들에게 우리 가족이 최선일지를, 내가 최선일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무턱대고 키우는 것과,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사이의 간극이 조금씩 틈을 벌렸고, 그렇게 이 주의 시간이 지난 2월의 초입, 드디어 꼬물이들이 작은 눈을 완전히 뜨기 시작했다.


까맣고 반짝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맑게 눈을 맞춰오던,


세상에 태어난 토니와 지바의 분신들과
처음 눈이 마주치는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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