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집사님들이 겪은 반려 동물의 첫 수술은 무엇이었나요?
아마 대부분의 집사님들이 저처럼 중성화를 겪어보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에피소드를 적어봅니다.
이제는 다른 몇몇 수술들도 경험해 본 터라 꽤 눈물샘이 단단해진 집사가 되었지만,
그 당시의 저는 아직 많이 어리고 여렸나 봅니다.
세상 모든 반려동물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길 바라며, 이 글을 보냅니다!
중성화 수술 하자, 이제 때가 왔다.
토니와 지바의 급작스러운 러브라인을 시작으로 태어난 삼둥이가 제법 아기 강아지 태를 벗어나자마자
우리 가족은 토니와 지바의 중성화 수술 예약을 잡게 되었다.
잠깐의 때를 놓쳐 행여 지바가 다시 임신이라도 하게 되는 날에는,
정말이지 이제는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 나온 현명한 결정인 셈이었다.
묘하게 드는 죄책감은 중성화 수술의 이점으로 애써 내리누르다 보니 어느새 수술 하루 전날이 되었고,
지바와 토니의 금식을 위해 여분으로 두었던 사료가 담긴 그릇과 물그릇을 테이블 위로 올려두었다.
뜬금없는 우리의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뒤꽁무니를 쫄쫄 거리며 쫓아다니던 오둥이는
간식을 주려는 건가~?!라는 생각이라도 하는 건지 다리를 코로 쿡쿡 찌르며 보채었고,
그런 모습에 피식 웃은 엄마와 내가 이내 자리에 앉자, 실망한 듯 제 자리를 찾아 몸을 뉘이기 시작했다.
"이놈들~ 내일 뭐 하는지는 꿈에도 모를 텐데 큰일 났네ㅎㅎ"
대망의 수술날 아침이 밝았다.
오둥이인 우리 가족을 항상 아낌없이 배려해 주시던 원장님 덕분에
토요일 오전 첫 타임으로 토니와 지바가 수술을 받을 수 있었기에 아침부터 분주하게
토니와 지바를 산책시키며 다가올 '채찍'을 대비한 '당근' 같은 간식과 산책을 안겨 주었다.
살랑거리는 발걸음과 붕붕 돌아가는 꼬릿짓이 한껏 기분 좋은 토니와 지바의 상태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큰 수술이 아닌 데다 위험부담이 없는, 사람으로 따지면 맹장수술과도 같은 게 중성화 수술이다 보니,
나도 우리 가족도 큰 긴장감 없이 요놈들~ 고생 한번 해보겠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수술을 위해 9시 반쯤에 맞춰 병원에 도착한 엄마와 나는
익숙하게 지바와 토니의 몸무게를 재고 원장님께 무게를 알려드리며 진료실로 들어섰다.
수술을 위한 마취를 비롯해 기본적인 건강 체크를 위한 피검사가 우선적으로 진행되었고,
토니와 지바는 깨갱- 하는 소리도 없이 듬직하게 혈액 검사를 끝내었다.
올? 지바야 아기 낳을 때도 악 소리도 안 냈으니 그렇다 치고,
토니 요놈도 아빠라 이건가? 듬직하게 첫 혈액검사도 잘 받네?
제법 기특한 모습의 토니와 지바에 괜스레 뿌듯해지는 마음이 든 내가 신기한 듯 중얼거리자,
그 음성을 들은 원장님께서 가벼운 호응과 함께 '애들이 착해서 저도 대하기가 편하네요~'라는
답변을 돌려주셨다. 덩달아 부풀어 오른 마음이 든 엄마가 먼저 수술을 위해 마취를 시작한 토니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기며 응원을 건네주셨다.
"토니야, 잘하고 와. 푹 자고 나면 토니 토순이가 되겠네ㅎㅎ"
장난 섞인 응원과 함께 토니는 잠에 빠지는 듯 혀를 비죽 내민 채로 잠에 빠지기 시작했고,
그런 토니의 상태를 청진기로 가만가만 듣고 계시던 원장님께서 탁- 소리와 함께 청진기를 내려두시곤
토니를 안고 수술실로 들어가셨다.
"앞으로 20분이면 끝날 거예요~ 그동안 지바 산책이라도 한번 더 다녀오세요~"
맑은 목소리의 간호사님의 안내에 지바에게 다시 목줄을 채우곤 가벼운 동네 산책을 한번 더 다녀왔고,
그새 수술이 끝이 난 모양인지 토니가 회복실에 옮겨졌다는 안내를 건네오셨다.
곧이어 지바가 수술실로 들어섰고, 그와 동시에 토니가 깨어났으니 회복실로 안내해 주시는
간호사님을 따라 회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순간 눈물이 핑 돌더니 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얇은 팔목에 감긴 붕대와 링거, 그리고 비틀거리는 토니, 그럼에도 살랑이는 꼬리
토니는 우리의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는 듯 비틀거렸고, 아직 마취에서 온전히 깨지 못해
기우뚱거리더니 이내 풀썩 몸을 쓰러뜨린 채 고개만 애써 들어 올려 두리번거리며 눈을 맞춰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어딘가 미안하고 애처로워서 눈물이 차올랐던 것 같다.
수술도 잘 끝났고, 조금만 더 있으면 마취에서도 풀려 잘 걸어 다닐 거라는 안내는,
그저 귓가에 부딪혀 부서질 뿐이었다.
그렇게 30분이 흘러 지바도 같은 모습으로 우리의 앞에 돌아왔고,
토니는 조금씩 몸을 일으키며 우리를 향해 꼬리를 붕붕 흔들어대고 있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며 들어섰던 첫 수술은,
생각지도 못한 눈물 파티가 되어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