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오둥이가 우리 가족의 품으로 오기 전부터, 우리 가족은 일 년에 최소 한 번씩 해외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토니와 지바가 있던 고교 시절에도, 외할머니에게 두 강아지를 부탁드리고 4박 5일 정도의 여행을 떠나던 게 하나의 일상이자 루틴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순간, 비로소 완성된 오둥이 완전체는 더 이상의 해외여행은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다섯 마리나 되는 강아지들을 두고 집을 비운다? 그것도 이 사고뭉치들을?
절. 대. 불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무엇보다 20살이 되기 직전 외할머니께서 세상에 마침표를 찍고 멀리 떠나셨기에,
(많이 보고 싶은 할머니... 안녕...)
우리 가족은 눈물의 안녕을 인천 공항에게 날리며 긴 해외여행의 추억에 막을 내려야 했다.
아니, 내린 줄만 알았다.
엄마가 가져온 뜻밖의 소식과 함께 다시 해외여행의 가능성이 열릴 줄은 모른 채로 말이다.
"야, 회사에서 나온 거라 경비가 하나도 안 들어. 그래서 그냥 버리가 가 너무 아깝잖아..."
15년 이상 장기 근무자이자, 실적이 우수했던 엄마에게 회사에서 특별 포상 휴가가 내려왔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의 얼굴은 수척하기 그지없었고, 누가 보면 해고 통보를 받은 힘없는 노동자라고 오해할 모양새였다.
그때부터 우리 가족은 이 오둥이를 두고 가는 것이 가능하다! 파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차라리 안 가고 맘 편하게 잠을 자겠다! 파로 나뉘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아 글쎄, 얘들을 어떻게 할 거냐니까? 어디 맡기기도 떼거지라서 돈도 엄청 깨질 텐데?"
'절대 안 된다'의 선봉에 선 나는 여동생과 함께 침을 튀기며 현실 직시에 목소리를 높였다. 애견호텔부터 유치원까지 널리고 깔린 게 온통 상술 그 자체로만 보이지 않았던 나는, 이곳에서 혹시나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할 거냐며 언성을 높였다.
"아 그러니까 그건... 이제 사정을 잘 말해서 가격을 맞춰 보던지, 아니면 집에 있어 줄 사람을 구하는 게..."
'일단 가보자'의 선봉에 선 엄마와 남동생은 내 말에 동조하면서도, 여행을 포기하시지 않고 다른 제안을 제시하며 목소리를 높이셨다. 지인 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어느 정도 보상을 하고 오둥이를 맡기면 되지 않겠냐는 엄마는, 휴대폰에 쏟아지는 연락처 속 몇몇 사람을 손으로 짚으셨다.
솔직하게 말해봐, 진짜 안 가고 싶어? 싱가포르?
열띤 토론 사이로 침착한 남동생의 물음이 두둥실 떠올랐다.
"맡기니 뭐니, 애견 호텔이니 뭐니를 떠나서. 누나는 안 가고 싶어?"
직설적인 남동생의 물음에 내도록 열을 올리던 나와 여동생의 입이 조개처럼 꾹 다물리고 말았다.
정곡을 쿡- 깊숙하게 찔린 터였다.
솔직한 본심은... 가고 싶었다. 당연히 너무너무 가고 싶었다.
오둥이가 태어나면서 완전히 깨어진 생활 패턴에 지쳐갈 무렵이었고, 홈쇼핑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지던 호스트들의 여행 상품 홍보에 넋을 빼던 것도 벌써 열두 번도 더 있던 일이었다.
게다가 돈 한 푼 안 든다는데, 세상 어느 누가 가고 싶지 않았을까.
"가고 싶어. 근데,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나 행복하자고 애들이 5일 동안 슬프면 안 되는 거잖아..."
결국 꾹 막힌 목을 타고 본심이 울컥 터져 나왔다.
왠지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아 가부좌를 틀고 앉은 다리 위에 올라와
제 자리인 양 늘어져 있는 토니를 쓰다듬으며 주먹을 꾹 쥐었다.
쓰다듬는 손길에 고릉 고릉 소리를 내는 토니에게 손을 뻗은 엄마가 토니를 쓰다듬던 내 손을 겹쳐 잡곤,
담담하게 말을 이으셨다.
"그래도 돼, 괜찮아. 엄마 친구 중에서 강아지 너무 좋아하시는 분이 생각해봐 주시기로 하셨어. 정 걱정되면 몇 번 집에 와서 애들이랑 같이 놀면서 안면 좀 터보자고 부탁 한번 더 해볼게 엄마가."
"그래, 누나. 같이 가자. 그래야 힘내서 올해도 오둥이랑 같이 잘 지내보지!"
착 가라앉는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짓궂은 남동생의 목소리가 엄마의 담담한 제안과 함께 내 귓가에 쏟아졌다. 이미 가도... 되겠.. 지?라는 망설임에 흔들리고 있는 여동생의 눈까지 마주하고 나니, 이제 정말 나의 결정만이 남은 셈이었다.
"그래, 가자. 가보자...!"
여행을 가고 싶지 않다고, 괜찮다고 내도록 속이던 가면을 벗어던진 내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 까짓 거 가보자고. 최대한 만만의 준비를 갖추고, 애들을 잘 다룰 수 있는 매뉴얼을 최대한 적어두자고.
여전히 걸리는 것도 많고, 미안하고 불안한 마음 투성이었지만 그래도 오둥이가 함께라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위안삼아 대대적인 싱가포르 여행기의 막을 올리기 시작했다.
총체적 난국의 싱가포르행이 확정된 D-30일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