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내가 최선이면 좋겠다.

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by 타이타

24. 사고의 순간은 언제나 찰나였다.



"하나도 둘도 아닌 셋씩이나 워우 워우 워우 워~"


오래전 k 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인기 육아 프로그램에서 시청률을 견인하던,

삼둥이들의 테마곡이었던 이 노래를 배경음으로 삼둥이의 아버지인 송일국 배우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힘든 건 세 배, 하지만 기쁜 건 세제곱이에요."



그 당시의 나는 저 귀여운 삼둥이들이랑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힘들더라도 얼마나 재밌을까?라는

철없는 생각으로 그저 그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만 공감하던 시청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삼둥이가 더해져 오둥이가 된 집사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삼둥이의 해맑음 뒤에 잿빛으로 바랜 모습의 보호자의 초연한 미소가.





삼둥이가 태어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부터 사고 치는 횟수와 범위가 무시무시하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삼둥이들의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키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이갈이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무렵부터 거실에는 삼둥이의 사고 예방을 위한 실시간 cctv가 설치되었고,

사고 치는 주범을 잡기 위해 우리 가족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작은 녹화 화면을 바라보기 일쑤였다.


창의력 넘치는 삼둥이들은 인간 집사들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 수준의 사고를

매일매일 지치지도 않고 벌여대기 시작했다.



Q. 다음 중 삼둥이가 친 사고가 아닌 것은? ---------------------------( ? )


1. 소변패드 갈갈이 물어뜯어서 한 여름에 거실 바닥에 눈 내린 모습 연출하기.

2. 의자부터 책상까지 가구란 가구는 다 물어놓기.

3. 새로 산 노트북 충전기 끊어놓고, 양쪽 귀퉁이에 이빨자국 만들어두기.

4. 리모컨 버튼 다 물어서 뽑아놓기.

5. 티브이 스피커 버튼 눌러서 소리 최대로 틀어서 집 안을 클럽으로 만들기.

6. 밥그릇, 물그릇 엎기



정답은 바로 6번, 밥그릇 물그릇 엎기...!

가장 사소하고 있을 법한 사고를 우리의 삼둥이는 절대 치지 않았다.

그를 상회하는 엄청나게 창의적인 사고만을 매일 새롭게 쳐대기에 바빴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6개월 이후의 삼둥이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진격의 삼둥이 그 자체였다.

리바이 병장님이 없는 가여운 우리 집사들은 그저 삼둥이의 진격에 밟히며 참을 인을 새길뿐...




진격의 삼둥이 보스 엘리, 6개월 만에 견생최고의 대형 사고를 치다.



그 무렵 최강의 진격 강아지였던 엘리가 친 대형 사고로 우리 가족은

현관 중문에 이중문을 설치하는 깨달음을 얻으며 놀란 심장을 쓸어내려야 했다.


왜냐하면, 바로 최강 진격의 강아지인 엘리가 현관문에 발이 끼어 발가락이 부러지는

초유의 불상사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사고의 순간은 언제나 그렇듯이 찰나의 순간이었고,

집에 돌아온 나를 반기러 나온 엘리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내가 놓친 현관문의 끝에

엘리의 발이 끼어 똑-똑- 2개의 발가락이 부러지고 말았다.



비명을 지르는 엘리에 놀라 야밤에 맨발로 달려 나간 동물병원의 엑스레이는

분명한 골절을 가리키고 있었다.


미안함에 눈물이 나려던 찰나,

엘리의 붕대를 감던 의사 선생님께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시곤 진찰실로 우리를 부르셨다.



"이게, 하하. 보시는 것처럼 애기 팔이 너무 얇아서 붕대 고정이 안 되네요ㅎㅎ."

"그래서 불가피하게 붕대를 허리에 둘둘 감아서 고정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바로 이렇게...ㅎㅎ"




진찰실에 들어서 본 엘리의 모습은 정말 붕대로 몸을 둘둘 감은 모양새였다.

눈물이 쏙- 들어갈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모습 그 자체로 말이다.



2주 정도 고정해 두면 무리 없이 다리뼈는 붇으니 걱정 말라는 말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나와 엄마는 그제야 맥이 탁 풀려 거실에 철퍼덕 주저앉아 뒤뚱거리는 엘리를 바라보았다.


"참, 별 일이 다 있다 정말~"

"그러게, 진짜."


터져 나오는 웃음으로 마무리된 대형 사고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걸 모른 채로

동생들이게 엘리의 상태를 설명하며 그래도 반 뼘은 더 성장한 집사가 되었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이들을 으레 그렇듯이, 사고를 치면서 쑥쑥 크는 거니까!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함께!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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