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내가 최선이면 좋겠다.

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by 타이타

29. 싱가포르, 갈 수 있을까? - 4




사실, 싱가포르는 우리 가족에게 꽤 소중한 추억을 안겨준 나라였다.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던 나라였고, 서투른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보던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맞이해 준 나라이기도했다.


첫 여행이었다 보니, 그곳에서 하는 모든 것들에는 '처음'이라는 기분 좋은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거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조회수가 엄청났던 유튜브 숏츠의 한 꼭지와도 닮아있던 새벽의 외침으로 인해

우리 가족에게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부정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처음'으로 이웃들에게 피해를 준 날.

'처음'으로 날 선 비난을 듣게 된 날.

'처음'으로 아이들을 두고 떠나온 나라.


그렇게 두 번째의 싱가포르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처음'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여행을 즐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4박 5일의 일정은,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흘러 흘러 입국을 하루 앞둔 날의 저녁에 도달해 있었다.


정말이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아침에 호텔 방에서 눈을 뜨고, 조식을 먹기 위해 바쁘게 준비하고 내려갔다.

미리 신청해 둔 패키지 투어를 즐기기 위해 가이드 차량에 몸을 실었고, 해안 도로를 내달렸다.


랜드마크 중 하나인 머라이언 상 앞에서 시원한 코코넛을 마셨고,

어릴 적 방문했던 가게를 찾아 기쁜 마음에 똑같은 자세로 사진도 찰칵찰칵 찍어댔다.


그렇게 바쁘게 하루 일정을 치러내는 동안에는 정말이지 신기할 정도로

오둥이와 우리 가족을 향했던 날 선 비난이 토시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풍경과 어쩐지 낯익은 풍경들을 눈에 담고 담으며 추억에 젖을 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기적인 생각일지는 몰라도,

그냥 이 순간이 지나가면 두 번 다시는 다 같이 해외여행을 오지 못할 것이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가족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지도 몰랐다.


다견가정에게 해외여행은 = 사치 그 자체였다.






그렇게 바쁘게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난 뒤,


그래, 그 뒤가 문제였다.


4일의 밤을 보내는 동안, 단 한 번도 떠오르지 않은 적이 없던 첫날밤의 죄책감이

시끄러울 정도로 새벽 내내 내 머릿속을 울리며 소란을 피워댔다.

잘못은 우리에게 있었기에, 원망도 날 선 비판도 결국 다 나를 향해 떨어졌다.


낮 시간의 즐거움을 참회라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싱가포르라는 나라 속에 담긴 나의 밤은 길고 괴롭게 흘러갔다.


그렇게 다섯 번째 해를 맞이하던 날 아침,

드디어 우리 가족은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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