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그렇게 4박 5일 여행의 끝,
8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은 제법 따뜻한 봄기운을 담아 따스히 우리를 감싸주었다.
그 따스함이 마치 괜찮다는 위로같이 느껴져서 어쩐지 울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띡띡띡띡- 띠리릭-!
오둥이 우리 왔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짓 너머로 오둥이들의
우당탕탕 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소란스럽게 흘러나왔다.
마치 문 뒤의 존재를 보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것처럼 간절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기분에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길에 다급함이 실렸다.
그렇게 열어젖힌 문 사이로 서로 먼저 들어가려 몸을 구겨 넣었고,
안전문을 열자마자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나와 가족의 다리를 긁는 오둥이의 발길을 느끼며
여행의 첫날부터 참아왔던 눈물이 내 얼굴을 타고, 아니 온 가족의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덩달아 눈물이 터지신 이모가 엄마의 손을 붙잡으며 미안하다는 사죄를 건네셨다.
그렇게 모두 얼싸안고 훌쩍거리며 눈물 바람의 쇼를 했다.
누가 보면 큰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한참을 그렇게 펑펑 울었던 두 번째 싱가포르 여행의 결말이었다.
가자, 사과하러!
선물도 들고 출발해보자고!
"고마워요 이모!! 무리한 부탁드려서 너무 죄송했어요ㅠㅠ"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이모에게 열렬한 위로와 감사를 전한 우리 가족은
한가득 사 온 선물을 이모의 품에 한아름 안겨 드리며 배웅을 해드렸다.
그리고 여행의 첫날밤부터 계획했던 것을 실행하기 위해 부산히 캐리어를 열어
인당 두 개씩 양손에 봉투를 들고 진격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명령어가 입력된 우리 삼 남매는 각자가 가진 최대한의 넉살을 온 얼굴에 무장하곤
조심스럽게 위/아래/앞 집의 문을 두드렸다.
"...?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0000호 주민입니다! 며칠 전 애들이 소란을 피워서 너무 죄송해서 사과드리려고요."
싸늘한 문전박대를 받더라도 선물은 꼭 놓고 오자! 다짐했던 우리 모두는,
너무나도 친절하고 이해심이 넓은 이웃들의 따뜻한 위로를 생각지도 못하게 잔뜩 받게 되었다.
"아이고 무슨 선물까지. 강아지들이 낯설고 불안하면 그럴 수 있죠. 워낙에 조용한 집이었어서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했었어요. 너무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되어요."
층간 소음으로 이웃집과 다투기도, 강력 사건의 뉴스에 종종 등장하기도 하는 요즘 세상에서
이렇게 이해심이 많은 이웃들을 위아래로 둔 우리 가족은 정말이지 행운아들이라고...
그렇게 되려 위로를 받게 된 우리 가족은,
그 뒤로 종종 이웃들과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는 사이로 조금은 발전하게 되었다.
이런 계기를 마련해 준?! 오둥이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는 건지 원,
정말이지 엉망진창 요지경 저지경의 엔딩을 맞이한 싱가포르 여행의 마지막 장이었다.
p.s. 안녕, 싱가포르.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