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다견 가정, 특히 이중모를 가진 포메라니안을 비롯한 털북숭이 강아지들과 함께 사는 반려 집사라면
누구든 한 번쯤은 털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을 가졌을 것 같네요.
저희 역시도 그런 순간을 꿈꿨던 적이 있었고, 그 순간을 무사히 극복해 오던 과거의 한 꼭지를
수많은 반려 집사님들과 소소하게 공유하고픈 마음에 이번 주제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모든 반려 집사님들, 오늘도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다 같이 파이팅 해보아요!!
흔히 '포메라니안'이라고 하면
귀엽지만 싸가지는 없는 견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꽤 흔한 편이었다.
물론 우리 오둥이들이 싹수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모르는 사람을 보고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정도로 넉살이 좋은 편도 아니었다.
어릴 때는 제법 그런 끼들 이 다분해서, 주인과는 다르게 오지라퍼들일세-?라는 생각을
잠시간 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것도 똥강아지들이 어릴 적의 이야기에서 끝을 맺었다.
오히려 지바는 출산을 하고 난 뒤에 제법 까칠한 면모를 종종 보였으며,
그 모습을 고스란히 보면서 자란 삼둥이들 역시 종종 까칠함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어릴 때 자라나는 환경이 중요하다더니, 강아지들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었다.
신기하게 딱 토니만 모르는 사람을 향해 꼬리를 칠 정도로 좋아했으니,
제법 우리 가족 사이에서는 신빙성이 높은 문장이 된 셈이었다.
그렇다면 '포메라니안'이라는 견종에 대해 두 번째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뭘까?
이런 질문을 가끔씩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가족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그 두 번째가 바로 '털'이라고.
어린아이들이 커가면서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것처럼,
오둥이는 매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두 계절의 사이에서
아주 화려한 털갈이를 해대기 시작했다.
사방천지 구석구석, 안방부터 화장실, 옷방부터 심지어는 옷장 안까지
손이 닿는 모든 곳에서 오둥이들의 하얀색, 그리고 갈색 털들이 풀풀 날아다녔다.
콧 속이 간지러워 재치기를 하면 그 속에서 털이 포르릉~ 흔들릴 정도로
정말이지 온 천지가 털세상이었다.
포메라니안이라는 견종이 가진 특성이 바로 '이중모'라는 점이었다.
그 중요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우리는 매년 온몸으로 몸소 겪으며 배우게 되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검은색 옷은 깔끔하게 포기한 우리 가족이지만
토니와 지바의 털갈이에도 이골이 나기 시작하던 때 더해진 삼둥이의 털갈이는
정말이지 우리 가족에게 이렇게 외치는 것만 같았다.
웰컴 투 털 지옥!
털 지옥을 만드는 탑쓰리를 소개합니다.
캬하하하 거리는 사악한 털괴물을 퇴치라도 하려는 것처럼
우리 가족은 당번을 나눠 하루에 총 네 번의 청소기를 돌려댔다.
하지만 오둥이의 어마무시한 털갈이를 감당하지 못한 낡은 청소기가
연기를 폴폴 풍기며 유명을 달리했고,
그렇게 우리는 처음으로 다이x이라는 무선 청소기계의 에르메x와도 같은 제품을
손아귀에, 그것도 무려 2개나 쥐게 되었다.
초 단순 그 자체였던 나와 동생들은
한 없이 가벼워진 청소기를 손에 쥐고 신이 나서 자발적으로 구석구석을
청소기와 함께 쑤시고 다녔던 기억이, 지금 와서 부끄러울 정도로 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정말이지 그렇게 단순한 성정들 덕분에
지금의 오둥이를 어쩌면 무탈하게 키워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이제 와서 생각이 들곤 한다.
여전히 집에서 입는 우리의 잠옷에는 여기저기 털뭉치가 매달려도 있고, 박혀도 있다.
깨끗이 세탁해서 가져온 옷들에도 언제 묻었을지 모르는 털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 얼굴의 물기를 닦는 수건에 묻은 털이 온 얼굴로 옮겨 붙는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게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돌돌이를 쓱 쓱 몸에 대고 밀며 털을 떼네었고,
눈썹을 빗는 스크류 빗으로 얼굴에 묻는 털을 손쉽게 떼는 노하우도 터득했다.
오둥이와 함께 하는 삶이 그런 것이었으니까.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처럼,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이니까.
그래서 처음에 떠올랐던 주체 없는 하소연도 원망도 어느샌가
우리 가족의 입에서, 머리에서 자취를 쏙 감추었다.
아무렴 어떤가,
내 옷에 털이 묻어 있어도
오둥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안겨오면
그걸로 끝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