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엄마 어제 몇 시간 잤어? 눈이 엄청 새빨개."
"그러는 네 다크서클도 만만치 않은데 딸."
집을 낯가리는 오둥이 덕분에 다음날 아침 깨어난 우리 가족의 얼굴은 위의 판다 사진과 같은 모양새였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애버랜드의 바오 패밀리가 친구 하자고 손을 흔들 정도였다.
판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퀭한 눈 아래가 거울에 비친 맨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으니까.
웃기면서도 어이없었고, 동시에 난감했다.
이대로 남은 여행에서도 세 시간 남짓 잤다가는 졸음운전이 되기 십상이었고,
무엇보다 오둥이를 끌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야 하는 인간 넷의 체력도 문제였다.
집을 빌려주신 엄마의 친구분의 집은 너무 깨끗하고 포근했지만,
오둥이가 느끼기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함께 하는 여행이었기에 누구 하나가 불편하다면,
엄마가 자주 사용하는 말처럼 땡- 탈락!이었다.
그렇게 여행 첫날이 지나고 두 번째 날을 맞이하던 이른 아침에
우리 가족은 전날 풀어둔 짐을 그대로 차에 싣고 지은 지 이제 겨우 두 달 지나
완전 새 숙소와 다름없다는 두 번째 숙소를 예약했다.
부디 그곳은 오둥이들이 낯설어하지 않기를 바라며,
다시 무거워진 트렁크와 함께 첫 번째 숙소에 손을 흔들었다.
어쨌거나 오늘 목적지는 도깨비 등대다! 가자 공유를 찾아서!
"여기 맞아? 원래 이런 항구스러운 느낌이었나 김고은이랑 공유가 서 있던 장소가?"
"아니 전---혀. 전혀 아니야. 애초에 여기가 맞아??"
강원도로 처음 놀러 온 촌놈 티를 내도 너무 제대로 내는 중이었다.
헤맬 거라고 생각도 해본 적 없었는데, 초행길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 가족은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조금 치졸한 변명을 해 보자면,
등대가 생각보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근처까지는 무리 없이 차를 몰았는데, 가는 길목마다 등대가 떡 하니 서 있었다.
색이라도 달랐으면 모를까 하나같이 붉은색의 등대들이었고, 근처에 관광객들도 붐비었다.
속된 말로 하자면, 낚시 아닌 낚시인 셈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언뜻 맞는 것 같던 모습도, 막상 차에서 내려서 가까이 다가가면 아니었다.
긴 복도 같은 시멘트 더미 끝에 등대가 있는 모습은 같았지만,
무더기 같은 방파제나 여러 구조물들이 이 장소가 우리가 찾는 장소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게 반 포기상태가 된 우리 가족은 정처 없이 복사 붙여 넣기 와도 같은 강원도 바다를 떠돌았다.
떠돌고, 떠돌고, 줄기차게 떠돌았다.
아 몰라, 그냥 사진이나 찍어!
강원도 놀러 와서 길 찾다가 스트레스받을 바에야 그냥 안 찾을래!
소리치듯 포효하는 포기가 어딘가 들렸던 걸까?
신나게 바닷가 사진을 찍고 지친 몸뚱이를 차에 싣고 이십 분 남짓 가다 보니,
처음 보는 게 분명한 곳임에도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깨비 촬영장!"이라고 크게 걸려 있는 현수막 앞으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가족 단위부터 커플 단위까지 저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홀린 듯이 차에서 내렸다.
"저것 봐. 목도리랑 메밀 꽃다발도 빌려주나 봐."
가장 끝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의 손과 목에 각각 익숙한 도깨비의 소품이 들려 있었다.
김고은이 메고 있던 빨간색 목도리와 공유가 손에 들고 있던 메밀 꽃다발은 사진을 찍자마자
당연하다는 듯 다가오는 다음 타자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사진을 찍을까 말까 짧게 고민했지만,
오둥이를 안고 저 긴 줄을 설 자신은 추호도 들지 않았기에 멀리서 바라보는 걸로 만족했다.
이럴 거면 왜 그렇게 간절하게 찾아댔나 싶었지만,
뭐 아무렴 어떤가 싶었다.
오둥이랑 다 같이 봤다는 게 의미가 있는 거니까!
cookie : 옮긴 숙소에서 못 잤던 전날의 잠을 몰아서 자는 오둥이의 막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