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서로가 최선의 선택지였음을 바라는 집사의 바람을 가득 담아서,
아이러니하게도 강원도 도깨비 촬영지를 기대하면서 출발한 우리의 첫 도착지는,
동해바다 묵호항이었다.
다들 계획형이기는 하지만, 출발 직전에 남동생의 희망 사항이 하나 더 추가되었기 때문이었다.
"묵호항에 엄청 맛있는 대게장국을 판대! 거기서만 먹을 수 있다는데 거기 찍고 평창 숙소로 가면 안 될까...?"
뭐 어쩌겠는가,
이왕에 강원도를 가는 거 한 번 가보는 수밖에.
그리고 이왕 동해바다에 가는 김에 신선한 회도 같이 포장해 가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도착한 묵호항에서 신선한 회도 사고, 대게장국도 포장하고, 새우 강정도 사서 숙소에 도착했다.
그럼 일단 짐 푸는 건 둘째 치고, 다 같이
잘 먹겠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강원도 여행을 계획하고, 동해 바다를 휘젓고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변수가 그것도 막 저녁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겨났다.
"아니 얘들 진짜 왜 이러는 거래?"
"글쎄 나도 전혀 모르겠는데?"
평소라면 밥을 먹는 동안은 각자 부어 놓은 사료를 먹느라 정신이 없을 오둥이였고,
모처럼 강원도까지 왔으니 너희도 맛있는 거 배부르게 먹고 가자!라는 일념 하에
제법 오래 먹을 수 있는 간식까지 오둥이의 입에 하나씩 물려주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걸까,
그 오둥이가 무려 간식을 내팽개치고 우리가 저녁을 먹는 테이블 밑으로
숨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펜션을 안 가본 것도 아니고,
셋째 강아지는 워낙 겁이 많아서 처음에는 장소를 가리기는 했지만
우리 가족이 같이 있다 보면 금세 안정을 찾는 아이였다.
헌데 신기하게도 펜션과는 달리 제법 짙게 다른 사람의 냄새가 베여 있는 걸 눈치챈 건지,
일반 펜션이 아닌 엄마의 동창분이 빌려주신 집 안에서 나는 다른 강아지의 진한 체취라도 맡은 건지,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동창분의 오빠 내외분이 인사를 하신다며 갑자기 문을 연 것에 놀란 건지,
가능성은 총 세 가지였다.
시간이 지나면 금방 괜찮아지겠지 안일하게 생각한 우리 가족은
그날 밤 미라처럼 굳어서 자며 날밤을 까야했다.
쟤 봐봐. 엄마 화장실 갔다고 자다가 놀래서 따라 내려갔어.
웃기고 웃긴데 뭔가 짠한 장면이었다.
오둥이는 왜 인지 모르겠지만 집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불안해했다.
집 밖에서 누군가 돌아다니는 게 느껴지는 건지
갑자기 왁- 울기 시작하는 고라니의 울음소리에 놀란 건지
우리가 침대로 올라가면 침대로 휙- 뛰어올랐고,
바닥으로 누우면 다리 사이에 똬리를 트고 딱 붙어 누웠다.
화장실까지 따라올 정도였으니,
제법 길게 계획한 강원도 여행의 매일 밤이 이렇다면 큰 문젯거리였다.
NEXT PREVIEW. 도깨비 촬영장 그리고 눈물의 숙소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