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과 종이책

나의 취향 파악하기

by 김은비



최근 내 방 침대 방향을 바꾸면서 짐 정리를 했다. 소품으로 인테리어 하는 취미는 없기 때문에 버릴 물건은 없었다. 버릴 거라곤 손 덴지 오래된 옷 정도가 전부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자리를 차지하면서 처지곤란한 물건들이 있는데 바로 책이었다. 이미 거실 책장에도 빼곡히 꽂혀있지만 내 물건이기 때문에 내 방은 깨끗하자고 거실에만 계속 쌓아둘 순 없었다. 그리고 이미 내 방은 책에 점령당한 상태다. 절대 못 버린다 말하던 책들 중에 고르고 골라 몇 권을 처분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책을 생각하니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을 했다. 전자책을 보자.






전혀 관심 없던 태블릿을 구매했다.

당시의 결심은 아주 대단했나 보다. 그날따라 방이 유난히 정신없어 보였나. 책을 보는 데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터넷 강의 들을 때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나도 필요한 장비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5단짜리 서랍 위에 올려져 있다. 충전은 되어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저 빨리 개강만 기다릴 뿐이다. 충동구매가 아니었고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는 것을 개강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 스스로에게 보여줄 수 있다.

전차잭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는 것과 글을 읽는다는 것을 구분 지어 생각해보게 해 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네모진 모양은 똑같다. 태블릿이 좀 더 딱딱하긴 하지만 책 읽다가도 지루하면 꺼버리고 또 다른 방식으로 그 물건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전자책을 긍적적으로 생각하게 해준 또다른 이유. 한 달에 얼마를 정기적으로 결제하면 책을 마음껏 읽을 수도 있고 내 방도 더 이상 복잡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있었다. 하지만 왜 글을 읽으면서 집중이 잘 안 됐을까, 궁금하다.






바짝 마른 상태이지만 때로는 그가 버텨온 시간 동안의 습기를 적당히 머금고 있는 얇은 종이를 손끝으로 느껴가며 글을 읽는 순간을 사랑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손가락 두 개로 잡은 종이를 왼쪽으로 넘기는 그 동작을 즐기는 것일 수도, 태블릿 안에 안 보이게 숨겨진 책 보다 글이 적힌 종이가 뭉텅이로 엮어진 그 종이뭉치를 가슴에 안은 채 버스에서 보는 창 밖의 감성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나를 이해해 보았다.


방은 좀 꽉 차더라도 모르는 척해봐야지 어쩌겠나.

훌륭한 전차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것을 즐기지 못하니 이번 가을 학기는 저 애물단지로 열심히 공부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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