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재 '탱크'

2. 미래는 빠짐없이 과거가 된다는 사실

by 김은비

나는 가수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스무 살이었을 때가 몇 년 전 과거가 되었을 때까지.

어릴 때부터 음악 듣는 것을 좋아했고 듣는 것을 넘어 음악에 몸을 실어 춤을 췄고 춤으로는 좋아하는 크기를 다 채우지 못해 노래도 배웠었다. 학교에서 매년 주최하는 교내축제가 열리는 연말이 되면 활동했던 댄스 동아리가 지역 축제에 초청받아 공연을 하기도 했고, 댄스아카데미의 팀 소속으로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가수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학창 시절, 어느 날 수업 내내 졸다가 마칠 때쯤 일어나 가방을 싼 적이 있었다. 내가 '아 학원 가야지'라고 말하며 가방을 들춰낼 때 앞에 앉은 친구가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좋겠다 너는'

지금은 그 시절 친구들은 상상도 못 할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시절 나 역시 내가 춤과 노래를 내려놓을 거라는 걸 상상하지 못했다. 믿었다. 나는 가수가 될 거라고.


지방에 살고 있는 나는 오디션이 상시로 개최되는 서울을 밥먹듯이 오갔다. 덥고 추운 건 아무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오디션 기회가 필요했으니까. 과거로 남겨질 다가오는 나의 미래를 기필코 원하는 대로 그리고 말겠다고 나는 꼭 그럴 거라고 믿는 나의 열정이었다. 열정적인 믿음이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바깥의 미래가 저절로 안으로 들어오길 바라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만들고 그걸로 자신이 믿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책 속의 손부경이라는 인물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인물들의 각기 다른 삶들이 그려진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면서도 저마다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원하는 미래를 과거로 만들 수 있도록 텅 빈 탱크 안에서 기도하며 자아성찰을 한다. 인물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원하는 결말을 얻지 못하더라도 끝에 다다르는 동안 원하는 것이 있었으며 그것을 가지기 위해 노력을 했다. 믿었다.


도착지점에 도착했을 때, 출발 당시 원했던 끝의 모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성공과 실패도 중요하겠지만 끝에 도착하기까지 나를 멈추게 하지 않는 것. 무엇인가 증명해 보이겠다는 믿음의 힘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 공책과 볼펜을 들고, 노트북을 켜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학창 시절 내가 가졌던 믿음과는 또 다른 믿음을 가지고 걸어 나가고 있다. 나의 첫 믿음은 증명해 보이지 못했지만 그때의 행보는 지금의 나에게 힘듦을 이겨내는 법을 알려주고 떠났다.


어쩌면 나는 이미 무언가를 증명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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