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워터스 '핑거스미스'

1. 속임수와 사랑의 조합

by 김은비

이 책의 존재감은 내겐 없었다.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거의 모른다 할 정도로 잊고 있었다. 책의 반쯤 겉을 감싸고 있는 곳에서 내 결정을 만드는 말이 있었다. 영화 '아가씨'의 원작 소설이라는 것. 영화의 원작소설 읽는 걸 좋아하는 나는 심오한 기억을 남긴 영화 '아가씨'의 원작은 과연 어떨까 하는 기대에 주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우선 책의 분량에 놀라웠다. 왜 놀랐을까. 어떻게 생각했길래 핑거스미스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이 얄따란 단어에 어울린다 생각했을까. 이 것이 제목으로부터 느낀 개인적인 인상이다.


표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186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소녀 수전 트린더. 수전 스미스가 되었다가 수전 릴리로도 바뀐다. 주인공의 이름이 세 번이나 바뀐다는 것은 이야기 속의 수 차례에 걸친 반전을 말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굉장한 여운을 남기는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는 읽는 내내 예상할 수 없었다. 읽는 동안 이야기 속 반전에 한번 당하고 나서 이제 마무리되려나 했는데 마지막에 나를 향해 다시 한번 날리는 어퍼컷. 거기서 나는 K.O.


혹시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두 소녀의 사랑도 반전으로 다가왔을까. 영화관에서 봤던 장면들이 굉장히 기억에 남기 때문에 원작소설이라고 했을 때, 두 소녀의 사랑에 관련된 내용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후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출생 비밀. 이런 걸 반전이리고 하나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내 습작의 소재도 엄마의 사랑이라 두 엄마의 사랑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낳아준 엄마와 키워준 엄마. 그리고 너의 엄마이자 나의 엄마이기도 한 우리 엄마.

어떤 기분일까. 평소에 사람들과 크고 작은 마찰이 생겼을 때 항상 상대방이 나와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를 생각하고 공감해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나름대로 공감하는 훈련이 잘 되어있다 생각하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복잡하게 얽힌 사랑은 감히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경이로운 엄마의 사랑이었다. 이해해 보려고 노력할 수 있긴 하지만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딸을 지키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 알 것 같은데 모르겠다.


책과 영화는 결말이 다르다. 내가 여태껏 읽어온 원작소설이 있는 영화의 결말은 대부분 책과 똑같이 그려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것도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 흥미롭다. 영화를 먼저 본 독자에게 내용을 다 안다고 쉽게 보지 말라는 듯 독자에게 지지 않으려는 자신만만한 느낌도 받은 책이다.


책을 읽을 동안보다 읽고 나서 머리와 가슴으로 감상하는 시간이 더 재미있는 신기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