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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연 Jan 17. 2024

오리온(Orion) 자리

변하지 않는 존재만으로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을 때

도시의 여러 불빛을 뚫고

별 나란히 세 개와, 그 주위 사각형 모양의 별 네 개

오리온자리가

오늘도 그 자리에 있다.




오리온자리를 발견한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이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전이었다.

밤하늘을 바라보다 우연히 별 세 개가 가깝게 일직선으로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에 잘 띄어 자주 바라보다 그 주위에 있는 별 네 개를 더 발견했다. 여기에는 분명히 별자리 이름이 붙여져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찾아보다 '오리온자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리온자리가 사람 모양이라는 것에 그리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발견한 별자리인데, 무언가 '보석'과 같은 아름다운 이름이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별 세 개가 나란히 있는 독특함을 살릴 수 있는 이름도 찾아보면 충분히 있을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에도 나는 밤하늘을 보면 어디서든 오리온자리와 자주 마주쳤다. 별이 많든 적든 오리온자리는 항상 자리를 바꾸지만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




오리온자리와 마주칠 때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은

항상 인생의 시계에 맞추어 바뀌어 갔다.


누군가 잘못하거나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가족, 친구, 애인

사람이기에 불완전한 존재이며

사람은 흐르는 물처럼 계속해서 변해간다.


내가 흔들려서 의지하기 위해 선뜻 내어주는 누군가의 어깨를 짚었지만

그 사람도

결국 나와 같은 사람이기에 크고 작은 바람에 흔들린다.


실망하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

하루를 돌아보며 고개를 들어 바라본 곳에

내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은 오리온자리가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

보석같이 고귀하게 반짝이는 존재는 항상, 내가 바라보는 위치에 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존재가 예쁘게 그곳에 있었다.


비싼 값을 내지 않았는데 고귀한 보석을 얻어 내 마음속을 밝혀준 것처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항상 변하지 않는 보석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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