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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과 연 Nov 27. 2023

[동유럽 여행] 더 멋진 나로 돌아오다, 동유럽 여행

엄마를 위한 일주일간 효도여행, 나에게 더 큰 선물이 되다

 연가를 5일 내고, 약 9일간 엄마와 함께 동유럽(오체헝크슬) 패키지여행을 떠났다. 그동안 회사 등 일상 속에 묻혀 있다가 떠난, 나름 긴 여행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소중한 경험과 변화를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이번 여행은 나의 직장생활에서의 약간의 고통과 만나, 내가 완전히 피어날 수 있는 방법을 떠오르게 해 주고 더 나아가 내가 오랫동안 고민해 오던 의문점에 대해서도 해답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세상은 넓고, 하고 싶은 일은 많다

 비행기를 타는 시간이 길어서 오히려 좋았다. 여행이 시작되기 전 비행기를 약 13시간을 타고 날아갔다. 운이 좋게도 비행기를 타고 중국 위를 날아가면서, 밤에 만리장성에 불이 켜진 모습을 쭉 보며 따라갈 수 있었다. 멀리서 만리장성을 보면서 언젠가는 가까이에서도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항상 있던 공간과 멀어지며, 일상 속 생각들을 만리장성에 툭툭 떨어뜨리고 헝가리 부다페스트 공항까지 날아갔나 보다.

 패키지여행 속 동행하는 분들을 만나, 나와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다른 삶을 살아오신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요즘 너무나 회사 조직생활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좁은 세계에만 생각이 빠져 있었다는 것이 체감됐다. 나와 다른 직업을 가진 분들, 오랫동안 유럽에서 유학생활을 해서 외국어에 능통하신 아주머니, 유학생활 중 만나 지금까지도 이렇게 함께 여행을 다닌다는 친구분들, 자식들을 다 키워두고 앞으로도 함께 여행을 많이 다닐 거라고 말씀하시는 부부, 예전에 해외여행 패키지에서 만나 종종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친구분 등

 어쩐지 멋있고 내가 모르던 멋진 삶이 여기 많이 있구나 하고 느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만의 고집으로 잘 바뀌지 않았던, 내가 '멋있다'라고 생각했던 기준에 변동이 생겨버렸다. 그것은 바로, "리치한 중년"이 되고 싶고, 그 구체적인 모습까지 그리게 되었다. 20대 후반인 지금까지는 젊은 나의 현재를 최대한 즐기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행, 댄스, 한국무용 등 내가 젊을 때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놓고 지금 바로 돈을 아끼기보다는 도전하는 것을 선택했다. 지금까지의 나의 선택들도 후회하지 않지만, 이제부터는 또다시 새롭게 생긴 "리치한 중년"을 위해 미래를 위한 경제적인 투자를 시작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젊은 시절 유럽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넓은 세계를 보고, 딸도 비싼 학비지만 긴 시간 유학을 보냈으며, 유럽의 다른 지역을 여행했던 경험들을 회상하고 미래에 가고 싶은 여행지를 비교적 자유롭게 계획하는 모습들... 내가 엄마와 약 9일간의 동유럽 패키지여행을 큰맘 먹고, 일생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로 여기며 온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에, 어느새 나도 그들의 삶과 약간씩 동화됨을 느꼈다. 발전하고 밖으로 나아가고 싶은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여행지에서는 기존 목표나 가치관이 완전히 변화할 수 있다.




현재를 살고, 현재에 집중하라

 현재에 집중하기보다 미래 생각을 하며 계획을 세우거나, 무언가 딴생각에 빠져있을 때가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누구라도 어릴 때부터 미래를 대비해 왔다. 미래에 직업을 가지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린 시절, 많은 시간을 공부를 하는 데에 투자했다. 놀고 싶은 욕구, 영화를 보고 싶은 요구 등을 참아가며 미래의 행복과 안정을 위해 그때의 그 시간들을 희생해 왔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만 열심히 공부하며 그 불안들을 지우고, 견뎌냈다. 그토록 우리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현재를 즐기고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오랜 친구들끼리 오신 4분의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우리 엄마도 워낙 친화력이 좋은 성격이라 그런지, 그분들과 여행하는 내내 자주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버스 안에서도 간식거리와 여러 농담을 나누며 유쾌한 시간들을 보냈다. 즐겁고 유쾌한 아주머니들과 함께 한 기간이 일주일 정도였지만, 밝은 에너지가 나에게 크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웃으며 지내는 것이 이 정도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와 아주머니들이 현재의 가벼운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며 여행 중에 나도 그렇게 하려고 했으며, 연습하기가 수월했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쯤에는 어느새 나도 현재의 대화를 온전히 즐기고 있음을 발견했다.

 엄마의 모습 속에서 발견한 나의 본연의 친화력을 다시 되찾은 것까지 더해져,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자신감 있게 사람들과 즐거운 스몰토크를 나누고, 먼저 말을 걸고, 당당하게 인간관계를 맺으며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처음에는 엄마에게 효도하기 위해 떠난 유럽 여행이었지만, 나에게 더 귀중한 경험이 되고, 값진 선물이 되어 돌아왔다.




인생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사람마다 자신만의 뚜렷한 관심분야가 있는 것이 멋있어 보였다. 어떤 분은 고급 향수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어떤 분은 세계 축구 리그에 관심이 많다. 나 또한 내 직업이나 업무 이외에도 관심분야를 공부해서 한 차원 높아진 나 자신을 발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공부를 하거나 요리 연습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유럽 여행을 다니던 중에 휴대폰을 보다가 우연히 대학 선배의 SNS를 접하게 되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던 선배가 최근에 콘텐츠를 통해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과 함께 나 또한 나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중학생 시절에, 그 당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자유자재로 일기에 표현하곤 했다. 그때의 일기는 지금 읽어도 너무나 재밌고, 어린 시절의 나의 심리가 상세하게 담겨 있어서 잊었던 나의 본연의 모습을 찾는 데도 도움을 주곤 한다. 대학생 때 글쓰기나 발표를 하는 수업에서는 항상 좋은 점수를 받으며, 나에게 글쓰기 재능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어렴풋한 생각을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의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도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것을 떠올렸다.




더 멋진 나로 돌아오다

 나 스스로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휘둘리거나 상처를 받을 때면,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직장에서는 완전히 발견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의 장점과 정체성을 찾으리라 다짐한다. 자주 흔들린다는 것은 섬세한 것일 수 있고, 섬세한 만큼 일상이나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에서 배움이나 깨달음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집중하는 것으로 나의 삶을 가득 채우리라 다짐했을 때, 벌써부터 더 멋진 사람이 되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채운'(상서로운 구름)을 본 것처럼, 이번 여행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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