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선택, 내 아이 유년기의 시작과 끝
유치원 선택 팁
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8월이다. 한 해의 절반이 꺾이는 이 시기, 푸른 녹음은 한껏 더 푸르르고, 하늘은 점점 가을 하늘에 가까워져 간다.
2년 전 이 맘 때가 생각난다.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 중이던 내가 엄마가 된 뒤 가장 큰 고민에 빠졌던 시기, 바로 첫째의 '유치원 선택'이 시작된 때였다.
대학도 아니고, 고등학교도 아닌, 고작 '유치원'을 선택하면서 무슨 고민을 그리 했냐고 묻는 지인들이 종종 있다.
그건 우리 딸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내 딸은 아주 전형적인 '소심·낯가림·예민'의 3종 세트를 갖춘, 정말 '까다로운 아이'였다.
그리고 난 유아기에 대부분의 인성과 창의력, 습관이 갖춰진다고 생각하는 부모다.
난 어린 시절 기억이 아주 많다. 엄마가 5살 때부터 틀어주시던 영어 비디오 속 장면들부터, 유치원에서 열린 '아빠와의 수업'에서 아빠와 함께 종이접기를 하던 기억, 연말 재롱잔치 연극에서 '백설공주'를 하고 싶었는데, 결국 백설공주를 괴롭히는 왕비를 연기해야 했던 그 속상함까지.
그 기억들 하나하나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영어 비디오를 열심히 틀어주시던 엄마 덕분에 내 영어 발음은 외국 한 번 다녀온 적 없어도 아주 잘 굴러갔고, 아빠와의 종이접기 기억을 바탕으로 지금도 아빠와 세상 친근한 딸로 살아가고 있다. 재롱잔치에서 내가 하고 싶던 역을 맡지 못했지만, 왕비로서 백설공주에게 사과를 리얼하게 전달하며 받았던 찬사를 기억하며 난 내 인생에서 어떤 역을 맡던 내가 주인공이라는 걸 늘 인지하고 살아간다.
‘워킹맘’인 나에게 유치원은 내 딸이 유아기 시간 2/3를, 사실상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 기관이었다.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보다 훨씬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보육이 주가 되던 어린이집과 달리 유치원은 교육이 이뤄져야 할 곳이었다.
그래서 정말 많이 고민했다. 남편과도 밤마다 어떤 유치원을 보내면 좋을지 토론했다. 요즘은 워낙 유치원의 종류도 다양하고, 추구하는 바도 달라 선택의 폭이 넓은 만큼 선택의 고민도 깊어졌다.
우선, 유치원을 선택하는 부모는 첫 번째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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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곳을 보낼 것인가
2.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을 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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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편은 만장일치(?)로 2번, 신나게 놀 곳을 보내자고 합의를 봤다. 유아기에는 신나게 놀고, 그만큼 아이의 창의성을 길러주는 게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를 살아갈 내 딸에게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엄청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그냥 “어차피 나중에 공부할 거, 어릴 땐 그냥 놀아라”라는 생각이 강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또 하나 선택해야 할 것.
유치원의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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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멀어도 마음에 드는 유치원을 보낸다
2. 최소한 도보 등원이 가능한 유치원을 보낸다
3. 무조건 집 근처 유치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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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일단 설명회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유치원 설명회 투어가 시작됐다.
난 정확히 8개의 유치원 설명회를 다녀왔다. 이 중 2개는 자차로 15분 이상 걸리는 곳이었고, 4곳은 걸어서 15분 안에 갈 수 있지만 셔틀을 태워야 하는 곳, 나머지 2곳은 집에서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일단 내가 첫째의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워킹맘이었지만 ‘육아휴직’ 중이었다는 데 정말 감사드린다. 덕분에 원하는 모든 설명회를 다녀올 수 있었고, 설명회를 가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도 지금 딸을 보내고 있는 유치원을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네 엄마들의 정보력도, 지역 맘카페의 평가도, 다 참고일 뿐. 결정은 설명회를 가서 직접 그 유치원의 철학과 시설, 선생님들을 보고 느낀 뒤 해야 한다. 무조건 가서 설명회를 듣고 선택하라는 말이다. 무조건이다!
가장 먼저 참석했던 A유치원 설명회. 이 유치원은 동네에서 아주 평이 좋은 곳이었다. 그 유치원을 졸업한 엄마들도 모두 만족했고, 맘카페에서의 평도 매우 좋았다. 그래서 사실 좀 기대를 했다. 하지만 설명회를 들으며 “대체? 왜?”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시설은 평범했다. 적당한 크기의 교실에 적당한 수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놀 야외 공간은 없었지만, 강당이 크게 있었다. 선생님들의 표정도 밝고 원장 선생님의 태도도 매우 점잖았다. 그런데 설명회가 시작되고 나서 완전히 ‘깼다’,
그 유치원의 아이들은 모두 영어, 중국어, 코딩, 한자 8급을 습득하고 졸업한다고 했다. 교재들도 모두 최상급을 사용한다고 했다. 6살짜리 코딩 결과물을 하나 예시로 보여줬다. ‘얼마나 열심히 해야 저 정도의 코딩을 6살짜리가 하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한자 8급 급수시험은 유치원 내에서 치른다고 했다. 한자 책을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흘러나왔다. 작은 책상과 작은 의자에 몸을 맡긴 작은 아이들이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자를 쓰고 또 쓰고 있었다. 과연 아이들은 저 한자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가? 수업은 필수라고 했다.
더 충격적인 건 그다음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입학과 동시에 무슨 뇌 테스트를 받는다고 했다. 이 아이가 문과 성향의 아이인지 이과 성향의 아이인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장은 이런 설명을 곁들였다.
“보통 이과 성향이 강한 아이들을 보면 엄마 아빠가 이과세요. 문과 성향이 강한 애들은 엄마 아빠가 문과고요. 참 신기하죠? 호호호”
경악을 금치 못했다. 5살 그 조그만 애들의 뇌를 어떻게 테스트할 것이며, 그 결과로 아이를 문과 이과로 5살 때부터 나눈다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그 결과가 부모 뇌에 기인한다는 저 설명은 더더더 어처구니없고, 화까지 났다.
당신들이 뭔데 내 아이의 기질을 5살 때부터 결정짓는다는 것인가?
설명회를 듣고 나와 친한 엄마들 몇 명과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한 엄마는 아주 흡족해하며 말했다. “너무 맘에 들어요. 내 애는 여기를 보내야겠어요.” 같은 설명회를 들어도 부모들의 판단은 이렇게 달랐다.
다음으로 찾아간 B유치원 설명회도 아주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원장은 수많은 학부모들에게 영재 수준의 유치원생들의 창작물을 선보였다. 도저히 유치원생들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작품들이 줄줄이 영상 속에 등장했다. 엄마들은 모두 감탄했다.
B유치원은 미국 초등학교가 사용하는 영어 교재를 가져다가 교육을 한다고 했다. 사실상 미국 초등학교 영어 과정을 선행 학습하고 초등학교를 입학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궁금했다. 그 영어 교재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미국 초등학생 수준의 영어 구사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영어 선생님은 혹시 따로 계신 건가요?”
“아니요, 그냥 저희가 오전 시간에 가르쳐요.”
대답하는 선생님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수준이 꽤 있어 보이는 교재를 영어 유아교육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유치원 선생님들이 과연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게 쉬울까? 그 자체로 이 선생님들의 업무가 얼마나 과중되고 있을지, 그게 얼마나 스트레스로 작용할지, 그리고 그게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으로 돌아올지. 안 봐도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게 과연 제대로 된 영어 수업이 될지도 알 수 없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C유치원은 프로그램이나 시설 모두 최고급이었다. 가장 최근 생긴 유치원이기도 했고, 아이들 수도 워낙 작았다. 비용이 그만큼 비싸긴 했지만, 설명회 내용으로 들었을 때 아이들이 생활하기 매우 좋아 보였다.
그런데 좀 이상하리만치 유치원이 깨끗했다. 낙서 하나 없는 깨끗한 벽. 흠집 하나 없는 새것 같은 장난감들과 교구들도 눈에 띄었다. 모든 건 제자리에 놓여 있었고, 대체 이걸 쓴 적이 있긴 한 건가 싶은 것들도 꽤 보였다.
결혼 전 유치원 선생님을 했던 한 친한 엄마는 같이 설명회를 갔다 나오며 “이 유치원은 정말 별로네요. 저렇게 깨끗한 교구는 유치원 선생님 생활하면서 처음 봐요. 아무리 커리큘럼이 좋아도 여긴 안 보내고 싶네요.”라고 내게 속삭였다. 나 역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마음껏 어지르고 신나게 갖고 놀지 못하는 교구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D, E유치원은 한 반에 아이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대체 이 수많은 애들을 저 두 명의 선생님이 어떻게 챙기겠다는 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F유치원은 대학 부설이었는데, 거리가 너무 멀었다. 유치원 자체는 마음에 들었지만 굳이 이렇게 먼 거리를 감수해가면서까지 보내야 하는가는 고민이 되었다.
G유치원은 설명회는 평범했는데, 특이하게 수업 중인 아이들을 볼 수 있게 해 줬다. (보통은 주말에 설명회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때는 코로나가 없었다.)
유리로 사방이 둘러진 한 교실에서 아이들 20여 명이 장구와 북을 치며 음악 수업을 하고 있었다. 신명 나게 장구를 치고 북을 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장단에 흥얼흥얼 거리다, 순간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흠칫 놀랐다. 단 한 명의 아이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없었다. 그저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장구와 북을 치며 무표정하게 수업에 임하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음악수업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유치원의 특화된 설명회는 ‘실패’였다.
그리고 마지막 H유치원을 찾아갔다. 이전까지 다녀온 7개의 유치원이 어느 곳 하나 완벽하게 보내야겠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 상태였기에 좀 기대를 내려놓고 갔다.
H유치원은 생긴 지 20년이 넘은, 나름의 역사를 가진 유치원이었다. ‘아기 상어’ 캐릭터를 만든 사장이 바로 이 유치원 출신이다.
이 유치원은 ‘레지오 에밀리아’라는 특이한 교육법을 정통으로 구현하는 유치원으로, 아이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창의성을 기르고 놀이를 통해 해답을 찾아가도록 이끄는 곳이었다. ‘레지오 에밀리아’라는 용어는 유아교육을 공부한 사람들은 다들 한 번은 공부해 본 이탈리아의 교육법이다. 난 아이의 유치원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이 교육법을 접했고, 이후 다양한 책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레지오 교육을 공부했다.
레지오 에밀리아를 교육법으로 채택하고 있는 유치원은 꽤 많은데, 제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유치원은 정말 손에 꼽는다. H유치원은 원장이 처음 유치원을 설립하던 때부터 이 교육법을 도입했고, 아이들은 5살 후반기부터 7살 졸업 때까지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실제 이 유치원의 원가는 선배 유치원생들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것이고, 유치원 곳곳에는 아이들이 프로젝트로 만든 창작물들이 놓여있다. 원생들이 프로젝트 작품으로 대회에 나가 수상한 작품들은 졸업을 해도 작품으로 유치원에 전시되어 있었다.
커다란 마당에는 다람쥐 두 마리가 살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기르기로 결정해 마당에 키우고 있다고 했다. 5살 아이들이 키우는 거북이 두 마리는 낮에는 일광욕을 위해 마당에 아이들이 벽돌을 쌓아 만든 간이 우물 같은 곳에 풀어놨다. ‘새들의 놀이동산’이라고 불리는 정원에는 아이들이 아뜰리에에서 만든 자연물 미술 작품들이 나무와 풀과 어우러져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아이들의 일상을 기록하고 학습방향을 연구하는 연구 선생님들이 따로 상주하고 계셨고, 영어와 미술은 유아 영어, 유아미술을 전공하신 선생님들이 아주 오랜 세월 유치원의 역사와 함께하고 계셨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시다가 일본, 유럽 등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셨다 돌아와서 다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내 아이가 이 유치원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본인이 상상하는 수많은 창작물을 만들어내길 바랐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성과물로 뿌듯함을 배우길 원했고,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본인의 몫을 해내며 자아가 성장하길 바랐다. 협동심을 기르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어려움과 힘든 걸 극복해내는 회생력을 갖추길 바랐다.
그렇게 우리는 H유치원에 우리 아이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결정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었다. 유치원은 추첨제였고, H유치원은 인기가 많은 유치원이었다. 우린 보기 좋게 추첨에서 떨어졌고, 대기 4번을 받았다.
1달 정도를 매일 밤 12시, 업데이트되는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며 좌절하고 또 좌절했던 것 같다. 그나마 ‘대기 4번’이었기에 희망을 버릴 수 없었는데, 12월이 지나고 1월이 되면 모든 대기 순번은 제로 베이스로 바뀌고 이후 유치원에 개인 대기를 걸어야 한다는 걸 알고 또 좌절했다.
그리고 다행히 12월 24일, 아직도 잊어지지 않는데 유치원에서 밤 7시쯤 전화가 왔다. 한 아이가 이사를 가게 돼서 입학을 포기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 딸은 마지막 입학원생이 되었다. 딸을 안고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모른다. 드디어 그토록 보내고 싶던 유치원에 널 보낼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며 펑펑 울었다. 나에겐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개인적으로 난 ‘유치원 추첨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맘 카페에 한 엄마가 쓴 글을 읽고 이 생각이 굳어졌는데, 같은 유치원을 지원에 당첨됐다는 글이었다. 자긴 이 유치원이 어떻게 교육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데, 그냥 유명하다 그래서 1 지망을 했고 당첨됐다며, 비용이 좀 비싸서 보낼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글이었다. 화가 났다. 정말 보내고 싶어 너무나 간절한 나 같은 엄마는 떨어지고, 알지도 못하고 그냥 넣어본 저 엄마는 한 번에 당첨되는 게 너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난 대기 4번이라, 운이 좋게도 H유치원에 문을 닫고 입학하는 특혜(?)를 누렸지만. 동네 다른 엄마 두 명은 대기 24번, 대기 52번이었다. 1지망이었지만 이 대기 순번을 받았다. 결국 둘 다 H유치원을 보내지 못했고, 둘 중 한 명은 1년을 계속 기다려 지난해 10월 가까스로 난 자리에 입학할 수 있었다.
내 돈 내고 보내면서 마음에 드는 유치원 보내기가 이리도 어려울 줄, 아이를 낳고 키우며 상상이나 했을까.
1년 반 동안 H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내 딸은 너무나 즐겁게 유치원 생활을 하고 있다. 주말에도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유치원을 사랑한다. 유치원을 다니며 그 소심하던 성격도 정말 많이 변했다. 무엇이든 주도적으로 이끌고, 친구들 사이에서 매우 선동(?) 기질을 보인단다.
최근에는 ‘상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무언가 상징물이 나타나면 소리치며 “엄마! 저 30이라고 쓰인 표지판 보여? 저건 여기서 30으로만 달리라는 상징물이야!!!!!”라고 말하곤 한다.
H유치원에서도 한자를 가르치고 영어를 가르친다. 근데 아이는 이를 공부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놀이’로 인식한다. “엄마 오늘 한자놀이했어!”라며 읽는 한자가 벌써 꽤 쌓였다. 한 번도 아이에게 학습지를 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스로 알아서 서점에 가면 본인이 하고 싶은 종류의 책을 집어 들고 사달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한자’와 ‘국기’에 꽂혀있어서 관련 책을 많이 골라 든다. 혼자 스케치북에 각종 국기를 그리고 국가 명을 외치는 걸 볼 때면 좀 신기하기도 하다. 중요한 건 한 번도 “국기를 그려보자”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본인이 신나서 그리고, 신나게 외친다. 그게 내 딸에게는 놀이인 것이다.
난 이런 놀이식 교육이 가능한 건 다 유치원의 교육방식 덕분이라고 믿는다. 그만큼 유치원은 아이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학습식 유치원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학습식 교육이 필요한 아이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런 학습식 교육을 선호하는 부모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다만 유치원은 부모의 교육 철학과 아이의 기질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부모는 창의성, 놀이식 교육을 추구하는데 유치원은 학습식 교육을 하는 곳이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유치원 선택은 아이의 잠재된 기질을 이끌어내는 데 너무나 중요한 교육기관이다. 그냥 집 앞에 있어서, 혹은 그냥 싸서, 어린이집 친구들이 다 그 유치원을 가서, 선택하는 건 난 정말 권하고 싶지 않다. 유치원은 초등학교 보다, 혹은 중고등학교보다 더 고민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교육기관이다. 아이의 영유아기 시절로 이 아이는 평생의 습관과 머릿속 구조를 갖게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치원을 고민하는 모든 부모들을 응원한다.
코로나 시국에 설명회도, 참관수업도 많이 어려워진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도 꼭 기회를 만들어 유치원을 직접 가보고, 선생님들을 만나보고, 원장의 교육 철학을 들어보고, 원생들의 표정을 보고 유치원을 결정하시길 추천한다.
둘째도, 난 고민 없이 이 유치원을 보낼 예정이다.
마음에 드는 유치원이 하나라도 동네에 있어 정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