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공휴일이 싫다"는 기자 남편.

워킹맘 기자의 삶

by 스위트랜드

대체공휴일이 결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대뜸 남편은 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난 대체공휴일이 정말 싫어."


그렇다. 남편은 남들이 다 좋아하는 공휴일을 싫어한다. 대체공휴일과 전혀 상관없이 근무하는 기자 와이프를 뒀기 때문이다.




주말이라고 세상이 조용할 리 없고, 뉴스는 계속돼야 하니 기자들도 출근을 안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여파는 '독박 육아'라는 이름으로 남편을 옥죈다.


결혼하고 아이가 하나이던 시절 난 주 6 근무가 기본이었고, 가끔 내 출입처에 큰일이 터지면 주 7일을 하기 일쑤였다. 남편은 혼자 아이의 유아식을 데워 먹이며 주말 중 절반은 홀로 아이를 돌봤고, 해외출장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남편이 휴가를 내고 시댁을 찾았다.


결혼하자마자 이산가족상봉 취재를 위해 북한 땅으로 출장을 떠나게 되면서 핸드폰 연락조차 못한 채 며칠을 보냈을 때, 남편은 "내 아내가 살았는지 어쨌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다음에 북한으로 또 출장을 가게 되면 회사 지인 연락처라도 하나 주고 가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풀기자로 출장을 가면, 스탠드업을 잡거나 보도를 하지 못한다. 내용을 취재해 기자단에 토스하고 공유하는 역할만 해야 한다. 통신이 전혀 되지 않는 상태에서 팩스로 취재 내용이 오갔기에 남편은 내가 무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가끔 영상 속에 흘러지나 가는 열일하는 내 모습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싱가포르 출장을 2주가량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첫째가 아주 어렸을 때였는데 남편은 혼자 밥도 해 먹고, 집도 치우고, 아이도 돌보며 그렇게 2주를 버텨냈다. 출장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첫째는 한참을 나에게 오지 않았다. 날 그저 무표정하게 바라보면서 오로지 아빠품에 매달려 아빠만 찾았다. 당시에는 굉장히 서운하고 속상했지만, 그 시간이 첫째와 아빠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아이가 둘이 된 뒤에는 친정엄마가 주말에 함께 아이를 돌봐주신다. 주로 두 아이를 엄마와 남편이 한 명씩 분담해 돌보는데, '아빠와의 데이트'는 두 아이가 번갈아가며 차지하곤 한다. 아빠와 단 둘이 아쿠아리움도 가고, 쇼핑몰도 가고, 동물원도 가곤 하는데 남편이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걸 보면 '나도 남편과 이렇게 단 둘이 데이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늘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남편은 본래 '현모양처'형 와이프를 꿈꿨다고 한다. 그를 아는 모든 지인들이 나와 결혼한 걸 두고 "정말 의외"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난 대학 시절부터 꿈이 기자였고, 대외활동이 매우 활발했으며, 결혼이나 육아보다 "내 일이 우선"이라고 공표하고 다녔다.


7년 간 친구였던 남편과 내가 친구에서 연인이 되고, 또 아이가 둘인 부부로 살게 되면서 많은 부분을 서로 배려하고 있는데, 그중 남편의 가장 큰 희생은 바로 '주말 독박 육아'라고 말할 수 있다.


남편은 아이들을 잘 돌본다. 잘 놀아주고, 잘 먹이고, 또 잘 씻기고 잘 재운다. 딱 하나 못하는 게 있다면 딸아이의 머리를 잘 묶지 못한다는 거다. 아빠와 외출해 찍힌 딸의 사진은 '산발의 헤어스타일'이 특징이다. 그래서 요즘은 출근 전에 꼭 딸아이의 머리를 예쁘게 묶어놓고 출근한다.


아무튼 남편은 올해 독박 육아가 늘어났다는 이유로 '대체공휴일' 제도를 정말 정말 싫어했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출근을 하고 빡세게 일을 하면서도 난 남편 눈치를 봤다.




오늘, 광복절 대체공휴일을 맞아 남편은 아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편은 숫자를 좋아하는 아들과 숫자놀이를 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놀기도 하고, 또 레고놀이를 하기도 한다. '아빠바라기'인 아들은 이 시간을 즐기며 온전히 자신의 것인 아빠를 누린다.


어제는 딸과 동네 마트로 장난감 쇼핑을 다녀왔는데, 아들이 또 밟혔는지 오늘은 아들 손을 잡고 마트를 찾았다고 했다.



양손 가득 갖고 싶은 자동차 장난감을 쥔 아들의 사진이 카톡으로 전송됐다. 남편은 일하면서도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는 나에게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일상을 공유해주곤 한다.




종종 맘 카페에 들어가 글을 읽다 보면, '독박 육아 중이에요. 남의 편은 오늘도 늦나 봐요'라는 글을 접하곤 하는데 난 남편의 입장에 놓이곤 한다. 하루 종일 아이들에 치이고, 퇴근한 남편이 집안일도 안 도와주는 꼴을 보며 복장이 터진다는 글들을 보다가 괜히 혼자 찔려하곤 한다.


모든 일은 '역지사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나 역시 늘 애들을 내가 보고, 남편이 나가서 일을 하는 구조의 가정에서 살았다면, 나가서 일하는 남편의 심정 따위 이해하려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남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밖에 나가 일만 하고 애들을 오롯이 혼자 봐 보지 않았다면 집에서 애들만 보는 고통이 어떤 건지, 잘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롤 체인지'를 주기적으로 겪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또 챙기며 하루하루를 나아가고 있다.



대체공휴일은 끝나간다. 오늘은 남편에게 스타벅스 기프티콘 하나를 보내줬다. 달달한 케이크와 남편이 좋아하는 '돌체 콜드브루'가 남편에게 전송됐다. 별거 아니어도, 잠시나마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으며 한 숨 돌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남편은 그런 나에게 "오예~ 기프티콘 굿굿"이라며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


오늘은 퇴근해서 남편을 꼭 안아줘야겠다.

'토일월' 황금연휴 중 '일월'을 와이프 없이 홀로 아이들과 고군분투한 내 남편 볼에 진한 뽀뽀도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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