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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트랜드 Dec 10. 2022

돈을 선택한 게 죄인가요?

이직에 대한 단상.

회사 동료 중 한 명이 이직을 했다. 동종업계 경쟁사로 이직한 동료는 꽤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고,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있었지만 결국 '이직'을 택했다. 


사내는 시끌시끌했다. 회사에서 믿고 맡긴 책무를 저버리고 타사로 넘어가는 그의 선택이 '상도의'에 어긋나다는 게 내부 여론이었다. 그를 믿고 맡겼던 수많은 직무가 아무런 책임 없이 아래 후배들에게 내던져진 데 대한 남겨진 자들의 '분노'도 포함되었다. 


남편에게 이런 회사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어쨋든 나 역시, 회사 내부 분위기에 일정 부분 동감하고 있었다.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회사에 피해는 입히지 말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와는 전혀 다른 일반 사기업에 근무 중인 남편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별나라 이야기'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요즘 인력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1도 모르는 회사라는 게 그의 평이었다.


그러면서 남편은 '상도의'를 따지기 전에, 회사가 그 중요한 인력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되돌아봐야하는거 아니냐고 되물어왔다. 


결국 이유는 '돈'. 연봉이 최소 1천만 원 인상되고, 각종 복지혜택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의 연봉 인상을 기대할 수 있어 그는 이직을 택했다. 아이를 키우는 가장의 입장에서, 연봉이 1천 이상 오르면 무조건 이직해야 하는게 맞다는 게 우리 남편의 논리였다. 현 직장에서 최소 5~6년은 더 다녀야 오르는 연봉을 올려받을 수 있는데, 아니 그마저도 오를거라는 '믿음'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단지 '상도의'를 지키기 위해 그 회사에 남는다는 게 과연 맞는 논리냐는 것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에도 '평생직장'이라는 게 없어진지 오래다. 이직이 흠이 되지도 않는다. 연봉협상으로 나의 가치를 회사로부터 평가받는 세상이다. 


"연봉이 1천만 원 인상되면 달에 100만 원 가까운 돈이 더 들어오는거야. 초등 기준 학원 한 곳의 원비가 대략 20~30만 원 선이라고 봤을 때 3~4개의 학원을 더 보낼 수 있는 금액인거지. 연 천만 원이면 여름휴가 때 고민 안하고 유럽으로 떠날 수 있어. 왜 이직을 선택하는건지, 알겠어?"


남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맞는 말이어서 가슴이 시렸다. 그렇다. 돈을 선택한 게 결코 죄가 아니다. 본인의 노동력에 대한 가치를 높이 쳐주는 또 다른 회사가 있다면, 얼마든지 그 회사를 찾아 떠날 수 있다. 그게 고용업계의 당연한 흐름이다.


그렇다면 회사는 더 많은 연봉을 주는 회사로 언제나 인력 유출을 당해야 하는걸까. 난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기조에는 이직을 단순히 '돈'만 보고 선택하진 않는다는 믿음이 깔려있다. 


돈이 좀 적더라도, 미래 비젼을 제시해주는 회사라면 충분한 근로 목적을 찾을 수 있다. 혹은 그 회사에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역시나 그 회사를 등지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또는 그 어떤 다른 부족한 점 속에서 반드시 이것 하나만큼은 이 회사가 가진 '강점'이라는 게 있을 때, 직원은 그 회사의 '강점'을 바라보며 회사에 존버하게 된다. 


어느 것 하나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유능한 직원들은 살 길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 


회사는 유능한 직원들이 계속 회사를 떠난다면, 그 이유를 심도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단순히 "남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며 떠난 사람을 황급히 지워버리려 해선 안된다.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같은 상황에서 다음 사람들은 남는 선택을 하도록 하려면 어떤 부분이 보완되어야 하는지를 깊게 생각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 이런 제도가 있으면 연봉 1천만 원 인상을 버리고 회사에 존버할 것 같은 복지제도를 한 번 고민해봤다.




1) 매 해 2주 연속 쉬는 휴가제도 정례화(근속휴가 1달)

2) 휴가 관련 부차장 이상 절대! 가타부타 언급 불가하게 제도화

3) 자녀 초등학교 입학시 1달 휴가 정례화(무조건 쉬도록!)

4) 10년 근속 단위 동남아 비행기표 제공

5) 주말근무 시 1.5배 근무수당 지급

6) 남녀 구분없이 육아휴직 2년 사용 가능하도록 정례화

7) 대학원 입학 시 2년 휴직제도

8) 20년 근로시 안식월 추가 제공




정리하다 보니... 연봉 1천만 원 인상을 뒤엎을만큼의 복지란 생각보다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나마 돈을 더 줄 수 없다면 여러 종류의 휴가라도 잘 쓰게 해줘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회사는 나만큼이나 고민을 할까? 

회사는 조직이고, 사람 몇 명이 빠져나간다고 해서 크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이 시기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람이 귀한 회사일수록 그 인력을 붙잡고 동력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회사의 고민이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연봉의 인상 뿐만 아니라, 그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또 다른 동력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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