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기자의 삶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정말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상사의 유형들을 종종 마주친다.
이른바 '술을 부르는 상사'들.
난 이런 상사들을 만날 때면
퇴근길 소주+콜라를 섞은 일명 '소콜'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콜라와 소주를 2:1 비율로 섞어 마시는 건데(3:1의 비율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원샷 시 탄산의 힘에 알콜의 향이 가미되며 머릿속이 개운해진다.
요즘 난 이 '소콜'에 빠져 살고 있다. (함의된 의미는 추가로 적지 않겠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집단지성'의 조직일지라도 이상한 상사가 아예 없을 순 없다.
그 중 정말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상사 유형을 꼽자면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1) 감정조절 못하는 상사
2)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상사
난 이 두 가지 유형의 상사와 일하는게 늘 지옥이다. 특히 '감정조절 못하는 상사'는 최악의 케이스에 속한다.
예를 들어, 사안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상사가 언제 어느때 화를 낼지 모르면 아래 직원은 본인의 생각과 판단을 윗사람에게 소신있게 말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상사 독단의 선택으로 일이 처리되고, 문제가 생기면 잘못된 결과물은 모든 팀원이 나눠 져야 한다. 회사 차원에서도 또 개인 차원에서도 아주아주 비합리적인 상황이 연속되는 것이다.
감정조절 못하는 상사는 아래 직원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화를 낸다. '이 상황에서 이 사람은 나에게 왜 화를 내지?'라는 물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또 이런 상사들은 굳이 화를 내지 않아도 충분히 의사전달이 가능한 상황에서조차 늘 화를 낸다. 그래놓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본인이 과했다는 걸 알게되고, 뻘쭘해한다. 그렇다고 다음에 또 같은 상황이 온다고 해서 감정을 조절하게 되느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그건 그 상사 본연의 '성품' 문제일수도 있고, 일을 해온 '스타일'의 문제일수도 있다.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상사는 전자에 비해 그나마 낫다. 아래 직원이 똑똑하면 바로잡으며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는 '척'을 하는 것이지, 본인이 정말 안다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에 아래 직원이 답을 가져왔을 때 그걸 배척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가장 문제는 1+2, 즉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데다 심지어 언제 화를 낼지조차 모르겠는 상사다.
두 유형이 합쳐진 상사를 만나면 정말 퇴사의 욕구가 치밀어 오른다. 난 딱 한 번 그런 상사와 일을 해본 적 있는데, 부서 탈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서, 결국 탈출하는데 성공했었다.
회사는 왜 이런 상사들을 윗자리에 계속 두는걸까. 둘 수밖에 없는걸까? 아니면 정말 이 상사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걸까?
후자의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는 정말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 보통 저런 사람들은 본인보다 더 윗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아래와 위의 평가가 극명히 갈리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결과물은 회사에 마이너스다. 상사 아래 정말 훌륭한 조직원을 잃을 수도 있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해 회사가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회사는 어떤 방식으로 감정조절을 못하는, 혹은 능력이 부족한 상사들을 걸러낼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블라인드 상사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하는 익명성을 보장해주고 상사들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놓으면 회사는 그 상사가 실제 어떤 사람인지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한 두 명이 부정적 평가를 하더라도 다수가 긍정평가를 한다면 그 사람은 '좋은 상사'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낸다면 그 상사는 회사에 '암'같은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회사도 이같은 평가제도를 도입하면 참 좋겠다. 난 내가 평가를 받게 된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떻게 앞으로 '리더'로서 인성과 지성을 갖춰야할지 고민할 것 같다. 또한 자격이 되지 않는 상사에 대해 실랄한 평가를 하고 반성하게 만들고 싶기도 하다.
요즘 시대는 연차에 의해 대접받지 않는다. 그 사람의 능력과 가치, 인성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해 윗사람으로서 '자격'이 있는지를 판별해야 한다.
연차가 쌓였으니 당연히 후배보다 많은 돈을 받아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 후배를 이끌기 위해 누구보다 현업을 잘 파악해야 하고, 또 아래 있는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잘 이끌 줄 아는 '리더십'도 갖춰야 한다.
이런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결국 그 회사는 인재를 잃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