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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리머 Dec 25. 2022

나도 당장 내일 죽을지 모른다.

워킹맘 기자의 삶

기자로 살며 항상 가슴에 새기는 말이 있다.


"나도 당장 내일 죽을지 모른다."


사건사고를 늘 곁에 두고 사는 나는 이 한 문장을 시도 때도 없이 떠올리며 산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길을 걸어갈 때도, 잠이 들 때도

항상 '죽음'이 얼마나 나와 가까이 있는지를 새기고 또 새긴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삶이 유지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저 내 삶 어디서든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그 사실을 늘 자각하며 살뿐이다.


잠들기 전 크리스마스트리 전선코드를 반드시 뽑아 놓는 이유도,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도 자기 전 반드시 창문을 걸어 잠그는 이유도,

두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길을 건너면서도

반드시 좌우를 살피게 하고 손 한쪽을 번쩍 들게 하는 이유도,

모두 같은 원인에서 기인한다.




최근 두 초등학생이 스쿨존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명은 음주운전 차에 치였고, 또 한 명은 코너를 돌던 버스에 치였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그래서 나는 늘 두렵다.


난 아이들에게 길을 건널 때마다 찻길을 안전하게 건너는 방법을 설명한다.

아이들은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또 듣고,

이제는 신호등 앞에만 서면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어제는 성탄절을 앞두고 한 연립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20대 꽃다운 나이의 청년이 숨졌다.


화재 시작점이 침대 매트리스로 추정되는 걸로 볼 때,

전기장판이 원인으로 추측된다.


난 절대 전기장판을 사용하지 않는다.

전자파, 화상, 화재 원인 등으로 늘 등장하는 전기장판을 틀 바에

보일러 비용을 감당하고라도 실내 공기를 뜨끈하게 만드는 쪽을 선택한다.


집으로 찾아오는 방문 검침원들에게

혼자 있을 때는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정수기 필터 교환원만 이 몇 년째 오고 계셔서 문을 열어주곤 한다.


방문 검침원으로부터 생겨나는 각종 사건사고들을 늘 봐온지라

문으로 다가서면서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기 때문이다.

집안에 없는 척 하는 게 날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서울 곳곳을 지나갈 때

나는 그 장소에서 벌어졌던 사건사고 취재 기억이 늘 떠오른다.


종로 3가는 무단횡단을 하던 한 할머니의 사망으로,

광화문 모 고층 빌딩은 사회 초년생의 투신자살 현장으로,

청량리 신축아파트 건설현장은 청량리 588 성매매 거리로,

서울대병원은 유명 산악인의 장례식장으로 기억된다.


늘 나에게 사건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일상 풍경.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하루하루 행복을 찾아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곱씹는다.


나는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죽는 순간 떠오르는 과거가

누군가로부터 괴로웠던 최근이고 싶지 않다.


전날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었더라도

그냥 무난한 하루였길 바란다.

적어도 행복했던 나의 삶 한 페이지가 떠오를 수 있길 바란다.

특히 "평범함 = 행복함"이라는 명제를 알고 있기에,

그저 나날이 평범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려면 최소한 삶이 괴로워서는 안 된다.


가정불화, 지인과의 다툼, 직장 내 괴롭힘 등

괴로움의 요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괴로움이라면

그 괴로움이 어떤 종류이건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나는 최근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그 선택에는 남편의 응원과 사랑하는 아이들의 지지,

내 인생의 디딤돌인 부모님의 성원이 함께였다.


포기하지 말고, 벗어나자.


괴로움은 어떻게든 벗어날 수 있고

벗어나고 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태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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