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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트랜드 Jan 15. 2023

이유식과 유아식, 너무도 다른 두 아이.

워킹맘 기자의 삶



얼마 전, 남편과 함께 추억 이야기를 나누다

너무 웃겨 빵 터진 적이 있었다.


초등학생이 되는 첫째 딸이 과거 이유식을 먹던 시절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당시 돌이 채 되지 않은 딸에게

스스로 먹는 습관을 들여주겠다며

'자기 주도 이유식'이라는 제목의 책이란 책은 모두 사들였었다.


"채소나 과일을 손에 쥐기 편한 길쭉한 모양으로 잘라 쥐고 우물거릴 수 있도록 하세요."

"동글동글 주먹밥 형태로 만들어 아이가 직접 집어먹게 해 주세요."

"이유식을 직접 떠먹을 수 있도록 숟가락을 쥐어 주세요. 흘려도 됩니다."


주된 내용은 이랬던 것 같다.


나는 호기롭게 다이소에서 사 온 비닐을 잘라 바닥에 크게 깔고

딸이 혼자 음식을 먹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그리고 귀욤귀욤 한 턱받침을 목에 걸어주었는데

그것도 잠시... 이유식 먹고 생기는 에너지란 에너지는 모조리 손으로 가는지

턱받침을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쥐어뜯어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턱받침을 익숙하게 만드는데만 30분.

턱받침마저 안 하고 자기 주도 이유식을 시도하면

옷이 다 알록달록 채소물이 들기 때문에

도저히 턱받침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지루한 싸움 속 딸이 턱받침을 집어던지지 않게 되자

나는 마치 승리자라도 된 듯 큰 소리를 외치며

아이의 눈앞에 주먹밥을 놓아주기 시작했다.


예쁘게 깔린 주먹밥을 지켜보던 우리 딸은

그것이 무엇이냐는 눈빛으로 30초 정도를 쳐다보며 만지작거리더니

이젠 턱받침이 아닌 주먹밥을 던지고 놀기 시작했다.


사방팔방으로 내던져진 주먹밥을 바라보며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꼬맹이에게 스스로 밥을 먹도록 하려 했나

후회함과 동시에

기존 떠먹이던 시절로 바로 회귀했다.


그냥 그렇게 엄마가 떠주는 이유식을 먹으며 자란 우리 딸은

유아식도 맛있게 받아먹었고,

8살이 된 지금, 저녁식사는 혼자 잘 먹으면서도

본인이 움직이기 귀찮은(?) 아침 식사 시간은 꼭

엄마가 식사를 먹여주길 바란다.


여전히 본인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은 뱉어내고

질긴 고기는 잘게 채 썰어드려야 간신히 씹어 삼킨다.




그리고 3년 정도 후,

내게는 같은 유전자를 지니고 같은 뱃속에서 자라 태어난

둘째가 생겼다.



둘째 역시 이유식을 먹을 시기가 도래했고

나는 당연하게 직접 떠먹여야지 먹을 거라고 생각하며

내 손에 쥐기 편한 유아 숟가락을 구비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둘째 녀석은 신기하게도

엄마가 떠먹여 주는 것보다, 스스로 먹는 걸 선호하는 게 아닌가!


편식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고,

스스로 무엇이든 많이 흘리지 않고 잘 떠먹는 존재.

어떤 음식을 준비해 줘도 결코 뱉어내지 않는 아기!!!


그게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자식 이야기가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자기 주도 이유식' 책 속에 나온 매뉴얼을 실천한 바도 없고,

그렇다고 길쭉길쭉 손에 쥐기 편한 자기 주도식 채소를 쥐어준 적도 없는데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혼자 먹기 프로세스'를 탑재하고 태어난 마냥

거침없이 스스로 이유식을 흡입했고, 유아식도 마찬가지였다.




첫째 엄마는 '초보 엄마'라 아이를 키우는 데 많은 공부를 하려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혹시라도 책에 나온 대로, 혹은 유튜브에 나온 대로

아이가 커주지 않으면

내가 무언가 잘못하는 게 아닌가 계속 곱씹고, 되돌아보고, 반성한다.


하지만 정반대 성향을 지니고 태어난 둘째를 키워보면

그게 얼마나 의미 없고, 쓸데없는 짓인지를 알게 된다.


그냥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아이로 태어나는 경향이 크다.


태교의 영향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타고나는 그 아이의 성향이 전체 성향의 99.27% 정도라고 감히 단언해 본다.


그건 부모의 잘못도 아니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냥 그런 기질의 아이인 것이다.


8살이 된 우리 딸은 유치원에서는 누구보다도 모범생이다.

스스로 밥을 잘 먹고, 편식도 하지 않으며,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잘 지낸다.


하지만 집에서는 아침 식사는 꼭 부모가 먹여주길 바라고

빨간 김치나 깍두기는 절대 먹지 않는다.


가끔 유치원에서 '잔반제로대장'으로 뽑혔다며

상장을 가져올 때면 남편과 기염을 토하곤 한다^^;;


반면 5살이 된 우리 아들은 집에서도 스스로 하는 걸 즐긴다.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며 새로운 것을 도전하길 즐긴다.

놀이를 할 때도 혼자 한 시간씩 즐겁게 논다.

(누나는 누군가 꼭 옆에 붙어 앉아있어야 한다..... 또르르)


같은 유전자에, 같은 뱃속에서 태어났어도

이토록 다른 두 아이인 것이다.


아마도 난자에 쏙 들어간 정자가 어떤 정자였느냐에 따라

그 아이의 성격과 성품이 90% 이상 정해진 게 아니겠나 싶다.


그래서 얘기해주고 싶다.


예민한 아이는 예민한 아이대로, 둔한 아이는 둔한 아이대로

각자의 기질대로 자랄 뿐.

부모는 가이드라인만 잘 제시해 주면 그뿐이라고.


내가 아이를 잘 키워서, 혹은 잘못 키워서

순한 아이로 자라거나 예민한 아이로 자라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난 두 아이 모두에게 거의 비슷하게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두 아이는 너무도 다른 모습과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그냥 받아들이자.


8개월부터 혼자 밥을 먹는 애가 있는가 하면

8살이 되어도 아직 혼자 밥 먹기를 꺼리는 아이가 있는 거다.


크면서 성장 발달에 큰 문제가 없다면,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또 행복하게만 성장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결국 모든 건 '시간이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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