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10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스위트랜드
Apr 15. 2023
머릿속 회사를 'Turn off' 하는 법.
워킹맘 기자의 삶
일이 많은 직업일수록
내 개인 삶과 일을 나누기가 참 어렵다.
기자로 살고 있는 나 역시
퇴근길 머릿속 회사 파트를 'Turn off' 하고
가정 파트를 'Turn on' 한다는 건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면 상태일 때를 제외하고는
온통 회사일로 머리가 늘 가득 찬다.
'강남 납치살인' 사건과 '마약음료' 사건으로
빽빽하게 들어찼던 지난주와 지지난주.
퇴근 후 계속되는 속보 대응과
쏟아지는 사건 진행 사항에 치이며
종이접기를 하는 아이들 옆에서
난 끝없이 카톡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엄마! 이제 휴대폰 좀 그만 보고
내가 종이접기 하는 것 좀 봐주세요!"
첫째 딸은 그렇게
주중 내내 회사에 내어줬던 엄마를
저녁 시간만이라도 차지하고 싶다고
소리를 빽 질렀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야근 아닌 야근을 하며
난 그렇게 아이들에게
엄마가 아닌 기자의 모습만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범죄자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검거된다.
나 역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속보에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쉬는 주말 동안
여러 갈래의 흐름으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내용을 모른 채 주말을 보내고 회사로 출근하면
바보가 되어 있는 날 발견한다.
그렇다 보니 끊임없이 올라오는 보고를 읽어야 하고,
쏟아지는 타사 뉴스를 리뷰해야 한다.
그런 나의 일상 어디에도
엄마, 아내인 내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수밖에.
아이들은 매일 새벽,
출근 준비를 하는 엄마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깨서는
"엄마 오늘도 늦게 오세요?"
하고 묻는다.
거의 매일, 묻는다.
그리고 난 거의 매일
"오늘은 일 끝나자마자 바로 올게!"라고 대답하고는
9시 가까이 되어서야 퇴근을 한다.
물론 저녁 약속이 없어야 이나마도 가능한 퇴근 시간이다.
게다가 퇴근을 해서도 계속 폰만 쳐다보고 있는 엄마.
그게 바로 나다.
머릿속 회사를 'Turn off'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살다가는
난 결코 일과 육아의 중간지대에
머물 수 없을 것 같았다.
일이든 육아든
언제나 그 균형점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워킹맘으로 사는 최선의 방안임을 알기에
난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1. 퇴근과 동시에 휴대폰은 안방 지정석에 놓아라.
혹시 모를 급한 전화는 바로바로 받을 수 있도록
진동을 벨로 푼 뒤, 음량을 최대로 높여 놓는다.
그리고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안방 침대 바로 옆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휴대폰과 멀어진 채 아이들과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 영어책 읽기 등에 집중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나 자신이 '힐링'하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들이 사부작거리는 옆에서
나 역시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관심 있는 공부를 하기도 한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자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휴대폰과 멀어지면서 깨달았다.
2. 휴일 동안 머릿속에서 일을
지
워라
!
휴일을 앞둔 퇴근길에
속보 알림을 모두 끄고
카톡 알림도 꺼버린다.
뉴스를 보지 않고,
머릿속에서도 일을 지운다.
오롯이 내 아이들과 남편에게 집중한다.
다만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언제든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전화벨만큼은 가장 큰 음량으로 키워 켜놓는다.
3. 읽고 싶던 책이나 웹툰을
봐라!!
신문과 뉴스 스크립트가 아닌
다른 읽을거리를 보는 즐거움은
정말 엄청나다.
평일에는 늘 업무적으로 꼭 읽어야 할
텍스트가 한가득이라
감히 책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기에,
가능한 주말 시간을 이용해 좋아하는 소설책을 읽거나
잡지나 웹툰을 본다.
스토리에 빠져드는 순간만큼은
머릿속에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
4. 출근날 아침 1시간 일찍
기상
하
라!
출근날 아침에는
휴일 이틀 간 뉴스를 꼼꼼하게 리뷰하고
올라온 보고들을 읽는다.
나름 짬밥이 쌓인지라
휴일이 지난 다음
바보가 되지 않는데
집중해서
1시간이면 충분하다.
드디어 '일월화수목금토' 근무가 끝나간다.
7일 연속 근무를 하다 보면
정말 마지막 근무날에는
일에 찌들고 찌든 내가 스스로 불쌍해지곤 한다.
롱런하지 못할 삶은
불행하고, 안타깝다.
나에게도, 회사에게도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그래서
스스로 일에서 'Turn off' 하는 법을 찾았다.
내일은, 기차를 좋아하는 내 분신들과
철도박물관에 가야지 :)
keyword
감성에세이
워킹맘
육아
스위트랜드
소속
직업
기자
남매를 키우는 여기자가 스위스 취리히에서 살아가는 좌충우돌 이야기-
구독자
84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난 왜 남편을 이토록 사랑하나.
남편은 '돕지' 않고 '함께'여야 했다.
작가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