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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트랜드 Aug 06. 2023

"난 너가 너무 좋아"

워킹맘 기자의 삶

가만히 침대에 누워 그의 목덜미에 코를 묻는다.

한 손은 그의 머리칼을 만지고, 한 손은 그의 도톰한 뱃살을 주무른다.


킁킁 거리며 만지작 거리며.


결혼 전에는 잠잘 때 세상 가장 예민하던 그,

이제 아무리 만지고 킁킁거려도 절대 눈을 뜨는 법이 없다.


그대로, 세상모르게 잠을 잔다.


아이 둘의 아빠로 사는 삶이 노곤해서 일수도 있고,

나 같은 아내가 옆에 있는 삶에 익숙해져서일 수도 있다.


그런 그의 귓가에 대고

나는 조용히 읊조린다.


"난 너가 너무 좋아"

"네가 왜 이렇게 좋은 걸까?"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렇게 계속 더 좋아지는 걸 보면

20년, 30년이 지나도 이렇게 계속 좋을 거 같아"


잠결에도 남편은 내 속삭임을 듣고

조용히 한 손을 들어 내 등을 토닥인다.


"그래그래. 나도 사랑해. 이제 코 잡시다."




이런 엄마 아빠를 보며 자라온

우리 집 꼬맹이들은

뽀뽀하고,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초등학생이 된 첫째는

엄마가 아빠에게 뽀뽀를 하면

달려와 "나도 나도 사랑해"라며

아빠 얼굴에 '뽀뽀 폭탄'을 투하한다.


그러면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둘째가

"아빠는 내 거야~"라며

아빠 목덜미를 끌어안고 매달린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뭐야, 엄마도 여기 있는데!!!!!!"라고 외치고

두 꼬맹이는 동시에 뒤돌아 내게 달려와

"엄마도 사랑하지~"라며 나를 꼭 안아준다.


우리 집에서 늘 벌어지는 '애정행각' 모습이다.


어릴 때부터 아빠에게 뽀뽀하고, 안기는 게 일상인 울집 꼬맹이들.jpg




어느 날, 남편이 내게 말했다.


"나는 어릴 때 한 번도 엄마 아빠랑 이렇게

끌어안거나, 뽀뽀를 하거나,

사랑한다고 얘기해 본 적이 없거든.


꼭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위하고 사랑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거든.


지금도 딱히 크게 표현하지 않고 자란 게

싫다거나, 아쉽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근데 요즘은

이렇게 표현하는 게 참 행복하고 좋은 거 같아.


나는 아직도 이런 게 어색하고 낯설지만

우리 아이들은

맘껏 표현하며 자라면 좋을 거 같아."



아빠와 침대에서 잠들기 전 노는 게 제일 좋다는 둘째.jpg


아이들이 커갈수록

표현할 기회는 줄어들 것이다.


사춘기가 찾아오면

마음껏 끌어안거나 뽀뽀하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러니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표현하고 또 표현할 것이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뽀뽀하고

마음을 담아 쓰다듬고

안아줄 것이다.



오늘도 꼬꼬마들에게

"나중에 커서도 엄마아빠에게 뽀뽀해 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야 해~"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당연하지~"라며 호호호 웃는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며

징하다고 놀린다.


그래도 어쩌겠나.


난 느그 3명의 정 씨가

너무 좋아 죽겠는 걸.


그런데,

나중에 사춘기가 찾아와

"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그러면........................ 어쩌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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