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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트랜드 Aug 20. 2023

세탁소에 맡긴 신발 망가졌을 때

워킹맘 기자의 삶

얼마 전 남편이 세탁소에 맡긴 신발을 찾으러 갔다. 


늘 이용하던 세탁소였기에, 별 생각 없이 받아든 신발이었는데 

받고 보니 앞 코가 다 까져있었다.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내 눈치를 살핀 세탁소 주인은 곧장 말을 덧붙였다.


"이게 처음에 맡기실 때 좀 너덜너덜했는데요.

세탁하고 나니 떨어져 나가서 이런 거에요."



그렇다고 해도

상태가 더 이상 이 신발을 신기 힘든 정도였다. 


내가 맡긴 게 아니니 더 뭐라고 말하기 애매해

나는 그냥 알겠다고 답하고 세탁소를 나섰다.


그리고 곧장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며

신발 상태를 알렸다. 


"맡길 때 너덜너덜했다는데, 맞아?"

"아니 무슨 너덜너덜해. 신발이 이 지경이 되는게 말이 돼?"


남편은 역시나 분노했고, 

세탁소에 직접 전화를 해야겠다며 급히 나와의 통화를 끊었다. 


10분 정도 지났을 때

남편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싸우고 싶지 않아서 차분하게 

해줄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 알려달라고 했어"


대단한 우리 남편...

나와는 역시 전혀 딴판의 방식으로 상황을 대처했다. 




난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내가 맡긴 신발이 저 지경이었다면 나는 물불 안 가리고 분노를 표출했을 것이다.


사전에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설명 한 마디 없었는데

무슨 말씀이시냐!!!!!!!!! 

난리난리를 쳤을거다.


다만, 그 안에서 보상을 떠올리진 못했을 거다.


그냥 분노, 분노, 또 분노였겠지...


하지만 남편은 다르다.

명확하게 실익을 따진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세탁소인 점,

그래서 싸우게 됐을 때 더 이상 해당 세탁소 이용이 어렵다는 점,

세탁 체인점이기에 보상 규정이 정해져 있을 거란 점,

정해진 보상 규정대로 해결하면 된다는 점.


이 모든 점을 그 짧은 시간 안에 머릿속에 떠올리고

돌돌돌 굴려 차분히 상황을 정리했다.


살면서 이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나와 이 남자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를 깨닫곤 한다.




결과적으로 남편은 일정 금액을 돌려받았다. 

세탁소와도 큰 트러블 없이 상황을 종결지었다.


남편은 결국 신발을 버렸지만, 

나름 최선의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런 남편을 지켜보며

나는 나의 아이들이

나보다는 남편의 성격과 임기응변 자세를 닮길, 바라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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