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기자의 삶
얼마 전 남편이 세탁소에 맡긴 신발을 찾으러 갔다.
늘 이용하던 세탁소였기에, 별 생각 없이 받아든 신발이었는데
받고 보니 앞 코가 다 까져있었다.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내 눈치를 살핀 세탁소 주인은 곧장 말을 덧붙였다.
"이게 처음에 맡기실 때 좀 너덜너덜했는데요.
세탁하고 나니 떨어져 나가서 이런 거에요."
그렇다고 해도
상태가 더 이상 이 신발을 신기 힘든 정도였다.
내가 맡긴 게 아니니 더 뭐라고 말하기 애매해
나는 그냥 알겠다고 답하고 세탁소를 나섰다.
그리고 곧장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주며
신발 상태를 알렸다.
"맡길 때 너덜너덜했다는데, 맞아?"
"아니 무슨 너덜너덜해. 신발이 이 지경이 되는게 말이 돼?"
남편은 역시나 분노했고,
세탁소에 직접 전화를 해야겠다며 급히 나와의 통화를 끊었다.
10분 정도 지났을 때
남편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싸우고 싶지 않아서 차분하게
해줄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 알려달라고 했어"
대단한 우리 남편...
나와는 역시 전혀 딴판의 방식으로 상황을 대처했다.
난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내가 맡긴 신발이 저 지경이었다면 나는 물불 안 가리고 분노를 표출했을 것이다.
사전에 이렇게 될 수 있다는 설명 한 마디 없었는데
무슨 말씀이시냐!!!!!!!!!
난리난리를 쳤을거다.
다만, 그 안에서 보상을 떠올리진 못했을 거다.
그냥 분노, 분노, 또 분노였겠지...
하지만 남편은 다르다.
명확하게 실익을 따진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세탁소인 점,
그래서 싸우게 됐을 때 더 이상 해당 세탁소 이용이 어렵다는 점,
세탁 체인점이기에 보상 규정이 정해져 있을 거란 점,
정해진 보상 규정대로 해결하면 된다는 점.
이 모든 점을 그 짧은 시간 안에 머릿속에 떠올리고
돌돌돌 굴려 차분히 상황을 정리했다.
살면서 이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나와 이 남자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를 깨닫곤 한다.
결과적으로 남편은 일정 금액을 돌려받았다.
세탁소와도 큰 트러블 없이 상황을 종결지었다.
남편은 결국 신발을 버렸지만,
나름 최선의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런 남편을 지켜보며
나는 나의 아이들이
나보다는 남편의 성격과 임기응변 자세를 닮길, 바라본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