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기자의 삶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가 생일을 맞았다.
양가 통틀어 첫째인 딸은 매년 본인의 생일을 성대하게(?) 치르며 자라왔다.
올해는 초등학생이 된 기념으로
본인이 직접 본인의 '선물 위시 리스트'를 작성하겠다며
30여 분 방에 틀어박혀 종이를 꺼내 연필로 무언가를 열심히 끄적였다.
행복 가득한 표정으로
꼬물꼬물 적어들고 나온 선물 위시 리스트를 보고는
나와 남편 모두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귀엽다 못해 사랑이 철철 흘러넘치는
나의 8짤 딸내미가 받고 싶은 '선물 리스트'를
살포시 공개해본다.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선물 리스트를 보며
나와 남편은
'누가 뭘 사주느냐는 완전 복불복'이라는데 서로 공감했다.
이 리스트에서 가장 값비싼(?) 물품에 당첨된
김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리스트를 카톡창으로 확인하시고는
"대체 'GOGO 카카오 프렌즈'가 뭐니?"라고 물으시며
당황하셨다 ㅎㅎ
영상통화로 딸이 이미 보유한 다른 책들을
신나게 보여주며 설명하고 나서야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게 '책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되셨다.
초등학생이 된 우리 딸은
최근 '만화책'에 푹 빠져있다.
좀 더 명확히 말하자면
'만화로 된 역사·문화책'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먼나라 이웃나라, GOGO 카카오 프렌즈, 읽으면서 바로 써먹는 시리즈 등
만화로 된 역사책, 상식책 등을
요즘 거의 손에 쥐고 살고 있다.
학교 아침독서 시간에도, 밥을 먹으면서도,
자기 전 짬나는 시간에도
딸은 만화책을 열심히 읽고 또 읽는다.
이전에는 그림책이나 창작동화 등을
많이 읽었던 딸이
만화로 된 책들만 손에 쥐고 지내는 게
살짝 걱정스럽기도 했다.
"딸, 오늘은 엄마랑 좋아하는 위인전 읽어보는 거 어때?"
"아냐! 나 오늘은 이탈리아 책 읽을꺼야~"
"GOGO 카카오프렌즈? 그게 그렇게 재밌어?"
"응! 너무너무 재밌어~ 엄마도 읽어봐!"
김해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GOGO 카카오프렌즈 책이 도착!
딸의 책장 가장 손 닿기 편한 곳에 안착했다.
이미 대부분의 책은 한 번씩 다 봤고,
재밌다며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는
2~3번씩 또 읽은 상황이다.
문득,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던 때가 떠올랐다.
아직도 기억나는 만화책이 있는데
'당근있어요'라는, 토끼가 나오는 만화책이었다.
100원에 1주일 간 만화책 한 권을 빌릴 수 있던 시절.
'당근있어요' 책을 빌려 읽고 싶어서
엄마아빠가 시키는 심부름을 열심히 하고
모은 돈을 들고 책방으로 뛰어갔었다.
특별히 책에 교육적 내용이 담긴 것도 아닌,
정말 지극히 평범한 만화책이었는데
엄마아빠는 결코 만화책을 읽지 말라거나, 다른 책도 같이 읽으라는 등의
요구를 내게 한 적이 없으셨다.
내가 정당하게 받은 용돈으로
내 나이에 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담긴 만화책이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읽으라는게 부모님의 교육 방침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짱구는 못말려' 만화책에 푹 빠져
서점에 가서 그 자리에서 몇 권씩 읽고 오기도 했다.
그 때만 해도 서점에 진열된 책들이
비닐로 포장되지 않아, 얼마든지 자유롭게 읽을 수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면 엄마는
"사서 읽는 게 아니니까, 절대 책을 구기거나 해선 안 돼!"라고
반복해서 내게 가르치셨던 기억이 난다.
그냥, 그게 전부였다.
난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만화책이든 소설책이든
가리지 않고 읽었다.
시험기간이어도 좋아하는 시리즈 소설책이 새로 발간되면
밤을 새서라도 읽어야 직성이 풀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퇴마록'이라는 무협지에 완전 꽂혀서
1주일을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다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중학생이 되고서도
새로운 '퇴마록' 후편이 발간되면
서점으로 뛰어가 책을 사들고 왔다.
엄마가 골라주는 책 말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도록 하는 것.
그것은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책을 즐겨 읽고
책을 가까이 하도록 하는
가장 쉽고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는다.
내가 그렇게 자랐고,
내가 그렇게 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만화책이면 어떻고,
소설책이면 어떻나.
로맨스 소설이든 무협지든
그 내용이 너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지만 않다면
어떤 것이든 읽는 다는 그 행위 자체에 무게중심을 둬주자.
8살 5살 꼬맹이들은 매일 밤
잠들기 전 30분 정도
엄마와 '독서시간'을 갖는다.
"읽고 싶은 책 한 권씩 골라오세요"
엄마의 이 말에
신나게 책장으로 달려가
좋아하는 책을 한 권씩 뽑아들고 온다.
그 책이 어제 읽고, 그제 읽은, 이미 3~4번은 반복해 읽은 책이라도
결코 싫다거나 다른 걸 가져오라고 하지 않는다.
아이가 그 책을 선택했기에,
난 그저 그 책을 최대한 신나고 즐겁게 읽어줄 뿐이다.
우리 아들은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고 말한다.
"한 입 먹고 오호~ 두 입 먹고 와우! 세 입 먹고 아하~ 네 입 먹고 크으~"
책 속 내용에 리듬을 입혀
노래로 불러주면
어느새 두 꼬맹이는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다.
독서는,
그렇게 즐거운 '놀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