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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트랜드 Sep 24. 2023

아이들 돌봐주시는 엄마가 아프시면.

워킹맘 기자의 삶

2018년부터 나의 엄마는

나의 아이들을 봐주고 계신다.


둘째를 임신하고

우리 집 근처로 이사 오신 친정 부모님.


특히 오롯이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엄마께는

늘 항상 죄짓는 마음이다.


아이들이 쑥쑥 커갈수록

늙어가는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아무리 돈을 드리고, 선물을 드려도

내 아이들을 돌보며 늙어가시는 모습에는

그저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




최근 둘째가 많이 아파

1주일 유치원을 가지 못했다.


하루는 컹컹거리며

숨을 잘 쉬지 못해

급히 소아급실로 뛰쳐갔다.


응급실 입구에서는

출입 가능한 1인 보호자라는 표시로

파란 도장을 손등에 찍어준다.



이 도장은 참 유독 잘 지워지지 않는다.


1주일이 지나도, 흔적이 남아

그날의 기억을 두고두고 상기시킨다.


그날 둘째는 '급성후두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엉덩이 주사를 맞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다 보니

이런 시기는 늘상 찾아오고,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아이들을 봐주시는 엄마도 함께 아프시곤 한다.


나이가 드시다 보니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시는 게

힘에 부치시는 듯하다.


면역력도 예전 같지 않아

아이들이 아프면

꼭 그 병이 옮아 같은 병을 앓으신다.


둘째는 목이 부어 5일 넘게 고열이 났고,

둘째의 열이 떨어질 때쯤

엄마 목이 하얗게 부었다.


병원에서 약을 타다 먹으니 괜찮다는

전화기 너머 엄마의 말에

괜스레 돌아서서 목이 메는 건,


일하는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는

부모의 마음이 느껴져서일까.


둘째는 한창 아파 예민해져서인지,

아니면 몸이 힘들어서인지

2~3일 간 초예민의 끝을 달렸다.


조금만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수십 분 악을 쓰며 울고

팔다리를 휘둘러댔다.

 

오롯이 이걸 감당해야 했던 건

친정 엄마였다.


그리고 둘째가 정상 컨디션을 찾아갈 때쯤

엄마 귓속에 심한 염증이 생겨버렸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스트레스와 소음으로 인해

귀에 염증이 생기셨다"며

엄마 귀 안에 약솜을 넣어줬다.


귓속에 솜이 한가득 들어 있는 상태로도

엄마는 아이들을 봐주셔야 했다.


아이가 아프다고 이미 회사에 얘기하고

몇 차례 배려받은 입장에서

이번엔 아이를 봐주시는 엄마가 아프다며  

또 배려를 해달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침 일찍 우리 집으로 넘어오신

엄마 귀가 빨갛게 부어오른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무너졌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리 사나, 싶은.


남편은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본인 부모는 아니니

나 같은 마음은 아닌가 보다, 하다가도


시부모가 아이들을 봐주셨더라면,

시부모가 저리 아이들을 봐주시다 아프셨더라면,

저리 무감했을까, 싶어 마음이 아팠다.


어제오늘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고

붕- 떠서 갈피를 못 잡고 휘몰아친다.


그렇게 떠돌아다니던 내 마음이

손등에 옅게 남아 있는

파란 도장 위에 내려앉는다.




행복은 참 한 끗 차이라

그 한 끗이 어긋나면

순간 나락이고,


또 그 한 끗이 잘 맞물리면

순간 행복이고, 그렇더라.


어서 엄마가 건강을 회복하시고

추석 명절이 휘리릭

흘러가 버렸으면 좋겠다.


추석 동안 물마를 날 없을

내 손등은

어느새 도장 자욱을 지워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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